[진보정책 연구결과] 누가, 왜, 부정선거 음모론을 신뢰하는가? 정서적 양극화와 민주주의의 위기
김경내_ 연구원
1. 극우세력을 추동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부정선거 음모론이 한국 사회를 흔들고 있다. 윤석열은 12.3 비상계엄 당시, 즉시 국회를 폐쇄하고 민주당과 시민사회의 진보 인사들에 대해 체포를 시도함과 동시에 독립된 헌법 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군을 투입하였다. 계엄군은 선관위 직원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전산실을 폐쇄했을 뿐만 아니라 다음 날 아침 출근하는 선관위 직원들을 체포하려고 준비한 것으로 밝혀졌다(연합뉴스, 2025.03.06.). 이후 탄핵심판 재판 과정에서도 윤석열 측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핵심 근거로, 투표 관리 부실 등을 주장하며 ‘부정선거론’을 내세웠다. 물론 부정선거론은 근거 없는 음모론에 불과하다. 2020년부터 2025년 초까지 중앙 및 지역 선관위에 대한 압수수색이 181회 진행되었음에도 선거 부정의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고,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문에서도 부정선거 의혹이 타당하지 않다고 보았다.
이와 같은 부정선거 음모론이 위험한 이유는 민주주의의 제도적 근간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음모론이 힘을 얻으면 민주주의 절차에 대한 신뢰라는 최소한의 합의가 깨지게 되고, 선거 결과에 대한 폭력적인 저항이나 선관위 및 언론에 대한 테러 등의 비민주적 행동이 정당화될 수 있다. 즉 이들은 선거 과정의 정당성과 결과의 합법성을 부정함으로써 상대 진영을 ‘불법적으로 권력을 차지한 세력’으로 간주하고 정치적 갈등을 '국가의 존폐가 걸린 투쟁'으로 격상시킨다. 정치적 공방을 민주적인 의견 경쟁이 아닌 적대적인 대립 구도로 해석하고 상대를 제거해야 할 적으로 간주함으로써 극우 지지층이 결집하고 행동하도록 동력을 제공하는 것이다.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 역시 정치적 반대 세력을 대화와 타협의 대상이 아닌, 제거와 정복의 대상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신남성연대 등 유튜버와 전광훈 목사 등이 새로운 극우 정치세력으로 부상한 것도 음모론과 무관하지 않다. 이들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유포하며 지지 세력을 결집하고 선동했으며 그 결과로 서부지법 폭동을 유발했다.
부정선거 음모론이 혐중 이데올로기와 맞닿아 있는 것 역시 문제이다. 현재 유포되는 음모론의 특징은 모두 ‘중국의 개입’을 주장한다는 점이다. 극우 유튜버와 언론매체, 심지어 국민의힘 의원들까지 선거와 탄핵찬성 집회에 대한 중국의 개입을 주장하며 중국에 대한 불신과 반공 이데올로기, 혐오 정서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러한 혐오는 단순한 사이버 불링을 넘어서, 국내 거주하는 중국인과 소수자들을 향한 실제 위협과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이빙 주한중국대사가 나서서 직접 ‘중국 선거 개입설’을 반박하는 등, 이런 음모론이 한·중 외교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더욱이 6월 3일에 치러진 조기 대선에 대해서도 중국이 개입해 대선을 조작할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정치권력 갈등 상황에서 제기되는 부정선거 음모론은 패배한 정치세력의 책임을 선거관리의 책임으로 전가하여 패자의 정치권력을 회복하려는 시도이다(이병재 외, 2024). 나아가 음모론은 차기 정부에 대한 신뢰와 정치적 정당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 정부와 의회의 정당성이 흔들리면 입법과 정책 실행도 힘을 얻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공공영역의 운영이 마비될 수 있다.
그렇다면 누가, 어떤 이유로 음모론을 신뢰하는가? 왜 한국사회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이 이토록 힘을 얻었을까? 필자는 사람들이 음모론을 믿게 되는 원인 중 하나로 ‘감정’의 정치가 있을 것이라 보았다. ‘감정’은 흔히 이성과 대비되는, 열등하고 원초적인 것으로 여겨져 왔고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방식은 감정을 정치 영역에서 배제해 왔다. 하지만 근래 사회과학에서는 정치 영역에서의 지식, 권력과 연결되는 감정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가령 특정 정당이나 인물에 대한 정서적 동일시와 반대 세력에 대한 부정적 감정은 객관적인 사실보다 감정적 유대감을 우선시하게 만들 수 있다. 왜 내가 지지하는 인물이 혹은 정당이 선거에서 패배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해 불안하고 복잡한 현실을 단순화하고 (설령 그것이 음모론일지언정) 자신들의 신념과 일치하는 설명을 찾게끔 한다는 것이다(Smallpage et al., 2017; Grzesiak-Feldman, 2013; Edelson et al., 2017).
본고에서는 먼저 음모론과 정서적 양극화에 대한 이론적 논의를 간단히 살펴본다.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어떤 정당 지지자 그룹을 중심으로 퍼져있는지 확인한 후에, 음모론 신뢰도에 대한 회귀분석을 실시하여 어떤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할 것이다.
2. 음모론과 정서적 양극화
음모론은 어떤 사건이 있을 때 그 원인을 “강력한 비밀 집단의 조직적인 개입”으로 설명하는, 특정 대상자를 공격하기 위한 증거에 기반하지 않은 이야기 구조이다(Keeley 1999; Oliver and Wood 2014; Abalakina-Paap et al. 1999: 이병재 외, 2024에서 재인용). 이러한 음모론적 믿음은 개인과 사회라는 두차원 모두에 다양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전상진, 2014). 합리적 의심과 구분되는 음모론은 잘못된 신념으로 작동하여 폭력, 테러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다는 점에서 사회의 안녕을 위협한다(선스타인, 2015). 더욱이 한국정치에서 음모론은 각종 선거와 연관되어 활용되는 특성이 강하다. 과거에는 광주민주화운동, 천안함 침몰사건 등 사건에 대한 음모론이 선거에서 정치공학적으로 사용되었다면(정태일, 2017), 근래에는 부정선거에 대한 음모론이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누가 더 쉽게 음모론을 믿게 되는가? 선행연구들은 극단적 정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경우 정치적 선호도에 따라 미디어 사용형태가 달라지고(Iyengar and Hahn, 2009), 이에 따라 특히 극단적 우파가 음모론을 신뢰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해왔다(Sutton and Douglas, 2020).
국내에서 이뤄진 연구를 살펴보면 김지혜(2025)는 권력과 자원 통제에 대한 관심과 개인적 성취에 대한 몰입 등의 가치관이 개인의 음모론 신뢰 정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한다. 이병재 외(2024)는 정파적 성향과 인터넷 미디어의 사용이 보수 및 진보 성향의 음모론 신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하는데, 이때 정파적 성향이란 주관적 이념과 정책적 이념, 정부 기관 신뢰 등의 변수를 포함한다. 앞선 국내 연구들에서는 감정 혹은 정서적 요인이 음모론 신뢰에 미치는 영향에 크게 주목하지는 않았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본 연구는 정서적 양극화와 이념 성향이 음모론적 믿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정서적 양극화(affective polarization)는 유권자가 자신의 지지 정당 혹은 인물에 대해서는 긍정적 감정을 가지면서 동시에 상대 정당 혹은 인물에 대해서는 혐오하고 불신하는 등 적대적 감정을 가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러한 정서적 양극화의 요인을 찾는 연구들은 주로 당파적 정체성과 이념·정책 양극화에 주목해 왔다(최준영 외, 2024).
정서적 양극화와 음모론 신뢰도의 관계는 기존 해외 연구에서 확인된 바 있다. Hetherington & Weiler(2009)는 특정 정당에 대한 반감이 민주주의적 가치보다 권위주의적 질서(Authoritarian Order)를 우선시하는 태도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바 있다. 이러한 감정 중심의 정치적 사고는 민주주의 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킬 수 있다. 나아가 Uscinski & Parent(2014)에 따르면 특정 정치세력에 대한 강한 반감과 거부감은 그 집단을 악마화하는 불확실한 음모론을 더 쉽게 믿게끔 한다.
한국사회에서 나타난 부정선거 음모론의 경험적 사례들을 살펴보면, 과거 미래통합당 지지자들이 2020년 총선에 대한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했다는 점, 그리고 2024년 총선에 대한 부정선거 음모론이 윤석열의 비상계엄 정당화 논리로 이용되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단순히 보수적 이념 성향의 영향으로만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음모론의 확산과 수용에는 이념적 성향뿐만 아니라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에 대한 강한 호감과 반감이라는 정서적 차원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정당과 인물에 대한 정서적 양극화가 실제 한국사회에 유포되고 있는 부정선거 음모론 신뢰에 얼마나,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확인할 것이다. 이를 통해 기존의 이념 중심 접근을 넘어서 정서적 요인의 독립적 영향력을 파악하고자 한다.
3. 분석 방법
분석자료는 2025 내셔널어젠다 조사 데이터를 활용한다. 해당 조사는 지난 5월 2일부터 5월 4일까지 한국리서치의 마스터 샘플을 표집틀로 하여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종속변수는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한 신뢰수준 변수이다. 해당 변수는 ‘선관위 내부에 중국 간첩이 침투했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 전산망 해킹, 중국 유학생의 불법 투표 참여 등으로 한국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중국 공산당과 협력해 대한민국을 장악하려 한다’는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해 동의하는 정도를 묻고,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1) ~‘매우 동의한다’(=4)의 4점 척도로 측정한 점수를 합산하였다. 3점(세 주장에 모두 전혀 동의하지 않음)부터 12점(세 주장에 모두 매우 동의함)으로 구성되어, 점수가 높을수록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한 신뢰도가 높음을 의미한다.
주요 독립변수는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정서적 양극화 수준과 이념 성향이다. 정당에 대한 정서적 양극화 수준은 각 정당에 대한 호감도를 0점(매우비호감)부터 10점(매우호감)까지 척도로 측정한 이후 국민의힘에 대한 호감도 값에서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호감도 값의 차이를 구하였다. -10점부터 10점까지로 구성되며, 값이 클수록 국민의힘에 대한 호감도가 높으면서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호감도가 낮고, 값이 작을수록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호감도가 높으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호감도가 낮다. 정치인에 대한 정서적 양극화 수준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계산하였는데, 윤석열에 대한 호감도에서 이재명 후보에 대한 호감도의 값을 뺄셈하여 구하였다. 이념 성향은 응답자가 인식하는 자신의 정치성향으로, 0점(매우 진보)에서 10점(매우 보수)까지의 연속형 척도로 측정하였다. 통제변수는 성별, 연령, 교육수준, 월평균 가구소득, 거주지역을 포함하였다.


통계 분석을 위해 SPSS(Statistical Package for the Social Sciences) 패키지를 활용하였다. 우선 연령, 성별, 지지 정당 등 주요 변수에 따른, 각 음모론 주장에 대한 동의 비율을 살펴보고, 정서적 양극화 변수의 분포도와 주요 변수 간의 상관관계를 확인하였다. 이어서 음모론 신뢰도를 종속변수로 한 선형 회귀분석(Linear Regression Analysis)을 실시하였다. 모델1에서는 정서적 양극화(인물) 변수를 독립변수로, 모델2에서는 정서적 양극화(정당) 변수를 독립변수로, 그리고 모델3에서는 두 변수를 모두 독립변수로 넣어 분석을 진행하였다. 마지막으로 모델4에서는 통제변수로 지지 정당을 넣어 분석을 진행한다. 정서적 양극화가 당파성을 통제하고도 부정선거 음모론을 수용에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함이다. 명목형 변수는 더미화하여 기준범주를 설정한 뒤 투입하였다. 독립변수 간 영향력 비교는 표준화 회귀계수(β)를 기준으로 해석하였다. 단, 가구원 수와 가구소득은 구간 불균등한 순서형 변수로 간주하고 분석에 투입하였으므로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
4. 분석결과
먼저 연령, 성별, 지지정당 등 주요 변수에 따른, 각 음모론 주장에 대한 동의 비율을 [표 3]에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전체적으로 부정선거 음모론에 동의하는 비율은 35% 내외로 나타나고 있다. 성별에 따라서는 여성(33.6%)보다 남성(38.2%)이 부정선거 음모론을 신뢰하고 있었으며, 연령대별로는 60대 이상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한 동의 비율이 높은 것이 확인되었다. 지역별로는 광주/전라에 비해 대구/경북 지역과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부정선거 주장에 대한 동의 정도가 높았다. 학력별로는 고졸 이하에서 약 45%가량이 부정선거 음모론에 동의하고 있었고, 가구소득에 따른 구분을 확인하였을 때에는 200만원 미만의 저소득층이 약 40%로 높은 음모론 동의 비율을 보였다. 주관적 이념 성향 구분을 보면 진보층(약 9%)보다 보수층(약 60%)에서 음모론에 대한 높은 동의 비율이 확인된다. 마지막으로, 특히 정당지지도에 따른 구분이 가장 극단적인 양상으로 나타나는데, 야6당(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은 약 10% 가량이 부정선거 음모론에 동의하는 반면, 국민의힘 지지자는 약 75%가 부정선거 음모론에 동의하고 있었다.

다음으로 [그림 1]과 [그림 2]에서 인물과 정당에 대한 정서적 양극화 변수의 분포도를 살펴본다. 두 지표는 값이 0에 가까울수록 양측에 대한 감정적 거리감이 적고, 절댓값이 클수록 양극화된 감정 상태를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인물과 정당에 대한 정서적 양극화 모두 정규분포와는 거리가 먼, 뒤집어진 M자형에 가까운 분포도를 보여준다. 이재명, 민주당 지지층과 윤석열, 국민의힘 지지층이 결집되어 있으며 정서적으로 강하게 편향된 응답자가 많은 것이다. 분포의 특징을 보았을 때 인물 정서적 양극화 변수가 더 뾰족하고 감정적 분화가 큰 것으로 나타나는 반면, 정당 정서적 양극화는 분포가 좀더 평평하고 여러개의 작은 봉우리가 있다. 즉, 인물 중심의 감정이 더 크게 양극화되어 있고 정당에 대한 감정은 상대적으로 유연함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표 4]를 통해 주요 변수 간의 상관관계를 확인해보았다. 이념 성향과 주요 변수와의 상관관계를 보면 이념이 보수적일수록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윤석열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고 이재명에 대한 호감도가 낮아지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재명 호감도는 음모론 신뢰도에 음(-)의 상관관계를 미치는 반면, 윤석열에 대한 호감도는 음모론 신뢰도와 양(+)의 상관관계를 나타낸다. 이재명과 윤석열에 대한 호감도를 조합하여 구성한 변수인 인물 정서적 양극화는 음모론 신뢰도와 크게 연결되어 강한 양(+)의 상관관계를 나타낸다. 정당에 대한 정서적 양극화 변수 역시 음모론 신뢰도와 강한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표 5]는 모델1~모델4의 회귀분석 결과로,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한 신뢰도에 정서적 양극화와 이념 성향이 미치는 영향력을 보여준다1). 회귀분석은 종속변수에 유의미하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방향과 영향력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분석하는 통계 기법이다. 본 연구에서는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한 신뢰도를 종속변수로 넣고, 정서적 양극화 정도와 이념 성향을 독립변수로, 나이, 성별, 종교, 거주지역, 가구소득, 교육수준, 가구원 수를 통제변수로 포함하였다. 통제변수로 이러한 인구사회학적 요인들을 반영하였음에도 독립변수가 유의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나타났다. 즉, 나이, 성별, 거주지역 등 주요 인구사회학적 특성들이 동일하게 통제된 조건에서도 정서적 양극화 수준이 음모론 신뢰도를 높이는 경향이 있음을 의미한다. 공선성 통계량에서 공차는 모두 0.1보다 크고 VIF(분산팽창지수)는 10보다 작아 다중공선성은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모델1은 정서적 양극화의 계수가 0.417로 나타나 윤석열과 이재명이라는 인물에 대한 호불호의 감정 격차가 클수록, 즉 윤석열에 대한 높은 호감도와 이재명에 대한 낮은 호감도가 부정선거 음모론을 신뢰하는 데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모델2는 정당에 대한 정서적 양극화 수준(b=0.414), 즉 국민의힘에 대한 높은 호감도와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낮은 호감도가 선거에 대한 중국 개입 등의 음모론을 믿게끔 작용했음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인물과 정당에 대한 정서적 양극화 변수를 모두 독립변수로 포함해 회귀분석을 실시한 모델3에서는, 정당에 대한 정서적 양극화(=0.233)보다 인물에 대한 정서적 양극화(=0.532)가 부정선거 신뢰도에 보다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모델4를 보면 정당과 인물에 대한 정서적 양극화는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영향력이 있지만, 지지정당은 대체로 유의한 영향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야5당 지지자가 민주당 지지자에 비해 음모론 신뢰도가 낮은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계수 값이 =-0.057로 작아 그 영향력이 약하다. 네 모델 중 모델4의 결정계수가 가장 높아(R2=0.647) 설명력이 가장 높다.
더불어 네 모델에서 모두 이념 성향이 보수적일수록 부정선거 음모론 신뢰도에 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어, 정치적으로 보수적일수록 부정선거 음모론 신뢰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된다. 다만 모델4에서 이념 성향 변수의 계수 값이 =0.066으로 나타나 그 영향력은 정서적 양극화에 비해 크지 않다.
추가적으로 통제변수를 살펴보면 모델2에서만 가구소득이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b=-0.059), 성별, 종교, 거주지역, 교육수준, 가구원 수 변수는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일부 지역, 예컨대 대구경북이나 부울경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에 동의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회귀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들이 그러한 주장을 믿는 이유는 그 지역에 거주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다른 요인들, 정서적 양극화 정도나 이념 성향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할 수 있다. 지역, 종교, 교육수준 등으로 그 사람의 믿음을 설명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모델 2~4에서 연령은 음모론 신뢰도에 부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어, 나이가 적을수록 부정선거 음모론을 신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5. 나가며
본 연구의 결과는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한 믿음이 단순한 이념적 보수성에 의한 것이 아니라, ‘민주당/이재명에 대한 강한 반감’이라는 감정적 동인에 의해 추동된 것이었음을 실증한다.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과 정치적 불신이 이념이나 정책이 아니라 ‘감정의 격화’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인물과 정당에 대한 호불호의 감정은 때로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대한 태도마저 압도할 만큼 강력하게 작용한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 정치에서 정서적 적대감이 인지적인 정보 처리와 판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뿐만 아니라 고령층이 가짜뉴스나 음모론에 더 취약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통념과 다르게 나이가 많을수록 오히려 음모론 신뢰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교육수준과 거주 지역, 종교와 같은 인구사회학적 변수들은 음모론 신뢰도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본 연구는 정서적 양극화와 이념 성향이 부정선거 음모론 신뢰도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하였으나 몇 가지 한계가 존재한다. 첫째, 음모론 수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미디어 이용 행태나 정보 노출 경로(유튜브 시청 여부, 뉴스 소비 성향 등)에 대한 변수를 포함하지 못해, 정보 환경이 음모론 신뢰에 미치는 효과를 통제하거나 설명하지는 못했다. 향후 연구에서는 미디어 이용과 정치적 정보 노출 수준을 포함하여 보다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최근 광범위하게 확산된 우익발 부정선거 음모론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기때문에, 본 연구에서 논의되는 음모론은 진보 진영에서 제기해 온 정치적 의혹이나 정부 비판 담론과 구분하여 해석할 필요가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음모론적 신념과 정당한 정치비판 사이의 구분 기준을 명확히 하면서, 진보-보수 정치진영에서의 감정적 동원과 인식의 구조를 비교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사회에서 이제 부정선거 담론은 논리적 의심이나 정당한 비판이 아니라 정서적 증오의 배설구가 되어버렸다. 따라서 음모론에 대한 팩트체크나 정확한 정보제공만으로는 이러한 현상을 막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서적 공감, 갈등 프레임 완화, 정당과 인물에 대한 인간화 전략(Humanization strategy) 등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감정과 갈등을 억누르거나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민주주의의 장 안에서 안전하게 드러내고 토론할 수 있는 정치문화의 구축일 것이다.
1) 회귀분석은 종속변수에 유의미하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방향과 영향력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분석하는 통계 기법이다. 본 연구에서는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한 신뢰도를 종속변수로 넣고, 정서적 양극화 정도와 이념 성향을 독립변수로, 나이, 성별, 종교, 거주지역, 가구소득, 교육수준, 가구원 수를 통제변수로 포함하였다. 통제변수로 이러한 인구사회학적 요인들을 반영하였음에도 독립변수가 유의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나타났다. 즉, 나이, 성별, 거주지역 등 주요 인구사회학적 특성들이 동일하게 통제된 조건에서도 정서적 양극화 수준이 음모론 신뢰도를 높이는 경향이 있음을 의미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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