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책연구

10-2. [기획 대담]​ 장하준과의 대화​- 미국없는 세계경제

진보정책연구원 2025. 8. 25. 10:10

 [기획 대담]​ 장하준과의 대화​- 미국없는 세계경제

 

 

김재연(진보당 상임대표) : 먼저 바쁘신 와중에도 멀리 영국에서 이렇게 진보당과 함께 대화의 시간 내주셔서 장하준 교수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교수님의 여러 저서는 진보당 당원들에게 매우 익숙하고 또 많이 읽으셨을텐데 함께 대화 나눌 수 있어 서 영광입니다.

2기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세계 경제가 위기라고 말하고 있고 한국경제 역시 큰 기로에 서 있는 때입니다. 더욱이 내란 종식과 사회대개혁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서 지금 조기 대선을 치르고 있는데 이 와중에도 내란 세력은 미국과 경제 협상을 벌이고 있습니다. 사실 명분도 실리도 없는 이 협상에 대해서 반대한다고 말하면 또 반미냐 이런 공격을 받기도 하는데요. 참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 장하준 교수님과 나눌 토론 주제가 미국 없는 세계 경제입니다. 한미 동맹이라는 성역화된 기준에 갇히기보다는 새로운 경제 질서의 가능성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대안을 나눌 수 있는 그런 자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 자리를 기획해 주신 진보정책연구원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장하준(런던대학교 SOAS 경제학부 교수) : 안녕하세요? 장하준입니다. 우리나라가 이번에 내란 거치고 트럼프에 대응하는 것을 보고 아직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만 냉전 시대에 살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 우리나라 위상이 얼마나 높은데 아직도 옛날에 미국에서 밀가루 원조 받아먹던 사고방식으로 미국을 대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정치 지형을 보면 정치인 대다수가 유럽, 독일에 대입해 보면 기민당 앙겔라 메르켈의 오른쪽에 있어 보입니다. 지금 시대가 어느 땐데 계엄이 일어나고 뭐 조금만 진보적인 이야기를 하면 극좌라고 하죠. 우리나라의 모습은, 국민들은 불행하다고 느끼고, 도시화되고 가족이 해체되고 여성들의 삶은 여전한데 복지 지출은 죽어도 안 늘린다고 하죠. 원래 복지 국가라는 개념은 우파에서 만들어 낸 거예요. 독일의 비스마르크가 사회주의를 막으려고 만들어놓은 건데 그것마저도 좌파라면서 안 해서 지금 우리나라가 정말 창피한 나라가 됐어요. 한편으로는 정말 뭐 세계에서 제일 멋있는 나라 취급받지만, 한편으로는 출생률 세계 최저, OECD 자살률 1위, OECD 남녀 임금 격차 1위, OECD 노인 빈곤율이 46%로 1위입니다. OECD 기준으로 하면 프랑스 같은 나라는 노인 빈곤율이 3%도 안돼요.

그래서 저는 진보당을 비롯한 진보, 좌파를 표방하는 정당들이 우리나라에서 정말할 일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좀 다양하게 해봤으면 하는데 예를 들어 재벌 규제 문제를 보면, 노동자 입장에서는 물론 자본이 다 노동자를 착취하지만 그래도 산업자본이 낫습니다. 금융자본이 설치면 미국같이 되는 거예요. 그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진보 정당이 어떤 식으로 재벌 문제에 대해 입장을 정리해야 하는지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현재의 주장은 금융자본의 힘을 빌려서 재벌 산업자본을 깨자는 거거든요. 금융 자본에 힘을 주면 지금 미국 같은 나라가 됩니다.

제가 진보당, 진보정책연구원에서 오늘의 대화를 의뢰받았을 때 정말 기쁜 마음으로 승낙했습니다. 우리나라 진보 정치인들과 직접 조금 더 많은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한국 상황과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 등을 이야기 나눠 보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미국 리더십의 약화>

“스스로 신뢰를 깼던 과정,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약화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지점을 건넜다.”

“이제 세계는 미국 없는 세계 질서를 생각할 때가 온 것”

 

 

신석진(진보정책연구원 원장) :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에 자유무역 체제가 붕괴되고 있다는 평가가 있어요. 현재 세계 경제 질서는 미국의 절대적인 지위 약화로 인해서 자유무역 체제가 무너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자유무역 체제는 유지되는데 미국의 지위만 약화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교수님께서는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듣고 싶습니다.

 

장하준 : 경제지 중심으로 자유무역 질서가 붕괴되면 세상이 망한다는 식의 논조가 많아 보여요. 80년대부터 시작돼서 95년 WTO를 기점으로 세계에 퍼져 있는 자유무역 질서라는 게 이익을 본 사람들도 많지만, 희생된 사람도 엄청 많기도 한, 더 좋게 만들 수도 있는 체제예요.

현재를 자유무역 체제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문제인데, 2차 대전 후에 미국, 유럽이 굉장히 경제 발전이 되고 소위 자본주의의 황금기라고 불리고 게다가 소득 분배도 평등했죠. 불평등도를 측정하는 소위 지니계수에서 0이면은 완전 평등, 1이면 완전불평등이라고 하거든요. 완전 평등인 0은 한 명만 사는 나라, 완전 불평등해서 1이면 혼자만 다 갖고 다른 사람들은 하나도 못 가지면 다 죽을 테니까 그런 경우는 없죠. 그래서 대개 OECD 국가들을 보면 지니계수가 0.3에서 0.4 사이, 미국 같은 경우는 0.5에 가깝고 우리나라는 0.355정도, 브라질, 남아공같이 진짜 불평등한 나라는 0.65 이렇게 됩니다. 그런데 60년대 70년대 유럽 자본주의 국가 대부분이 지니계수가 0.2에서 0.3 사이였어요. 지금보다 엄청 평등한 거죠. 그런 상황에서 자본주의가 막 성장하고 실업률은 줄어들어 1%가 안 되는 나라도 있었고 그렇게 되니까 노동자들의 힘이 엄청나게 강해졌어요. 이에 대해 이제 자본가들이 반격을 시작한 겁니다.

그게 소위 신자유주의인데 제 관점에서 신자유주의의 가장 핵심은 금융 자본화예요. 금융자본의 힘이 세진 이유가 금융 자유화를 하니까 금융자본이 말하자면 기업을 먹잇감으로 장사하기 시작했고, 주주권이 세지니까 기업들에 엄청난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요구하게 됐죠. 지금 미국 같은 경우는 기업들이 이윤을 내면 45%는 배당, 45~50%는 자사주를 매입해서 투자할 돈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근데 재밌는 것은 이 자사주 매입이 1982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불법이었어요. 이런 자사주 매입은 어떻게 보면 주가 조작이라고 볼 수 있거든요. 그런데 이걸 허용하니, 배당률이 높은 상태를 유지하면서 거기에 더해 기업들이 돈을 빌려서라도 자사주 매입을 하니까 자기네가 낸 이윤보다도 자사주 매입을 더 하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금융시장에서 좋아하는 주주 환원율을 95%까지 올린 거예요. 그렇게 되니 기업들은 돈이 없어서 투자를 못 해서, 다 망하고 좀 약삭빠른 기업들은 캐피탈을 만들어서 재빨리 자기들이 금융 자본화했죠. 그렇게 만들어 낸 게 지금의 미국 경제 체제거든요. 기업들이 이윤을 주주들에게 가져다 바쳐야 하니까 뭘 합니까? 외국에다가 공장 짓고 국내 노동자 해고하고 있는 노동자마저도 임금 억제하고 인원 최소화하고 했죠. 그래서 미국의 노동자 중간치 임금을 보면 197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까지 실질임금이 떨어졌어요. 그러다가 서서히 올라서 2000년대 2010년대 말에 겨우 70년대 수준으로 회복했고 지금은 그때보다는 또 조금 올라서 70년대보다 높아졌어요. 다시 말해 50년 동안 노동자 실질임금을 억제한 겁니다. 이 상황에서 미국 경제는 어떻게 지탱이 됐냐면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에서 엄청나게 저가 소비재를 수입한 거예요. 그러니까 임금은 옛날하고 똑같더라도 싼 물건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어느 정도 소비자들이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가계부채가 급증하죠. 금융자본이 대출을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열어주니까 사람들이 막 빚을 내가면서 생활을 유지하는 거예요. 그러다가 이게 결국은 곪아 터져서 미국 경제가 붕괴한 겁니다. 그러니까 바로 지금 트럼프라는 괴물을 만들어 낸 게 미국의 금융자본이에요.

현재 굉장히 재미있는 현상이 있는데, 트럼프는 말하자면 부자 편인데 월스트리트하고는 지금 각을 세우고 있어요. 월스트리트는 그게 싫으니까 계속 국채 팔면서 트럼프한테 압력을 넣고 있죠. 95년 이후에 완성된 현재의 자유무역 체제는 월스트리트가 좋아하는 신자유주의 체제입니다. 트럼프는 거기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반감을 교묘하게 이용하면서 결국은 전체적으로 부자를 좋게 하는 나라를 만든다는 것이거든요. 부자들 소득세를 높이겠다고도 하고 미국제약업계 횡포가 극심한데 트럼프가 압력을 넣어 약값을 깎고 있는 모습을 보이지만 맑스주의식으로 얘기를 하면 지금 자본의 두 개 분파가 싸우고 있는 형국이에요.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싸움. 미국은 산업자본이 워낙 남은 게 없고, 산업자본을 대표할 만한 기업도 거의 없는데 희한한 모양으로 대립이 지속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체제는 사실 깨지는 게 좋다고 보는데 진짜로 자유무역 체제가 붕괴되는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세계 경제 질서를 재편해야 더 진보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지금 주류 언론들을 보면 트럼프식은 안 되니까 다시 1995년으로 돌아가자 더 자유무역하고 보호주의 나쁘니까 하지 말고 하는데, 그렇게 하면 또 똑같이 되거든요. 진보 세력이라면 지금 소위 트럼프 대 월스트리트 이런 구도의 본질을 보고 세계 경제 질서를 다시 더 평등한 방향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무조건적인 자유무역체제가 아니라 나라 간에도 약한 나라는 더 보호하고 강한 나라는 덜하고 하는 식으로 진짜 가난한 나라들은 옛날에 대한민국이 하던 식으로 완전수입 금지를 하든지, 300% 관세를 매기든지 해서 보호를 해야죠. 트럼프가 나쁘니까 자유무역 질서를 회복해야 한다는 논리에 말려들면 안 됩니다.

 

신창현(진보당 사무총장) : 기축 통화에 관한 질문입니다. 최근 미국 경제가 갈수록 약화되고 있고 신용도까지 또 하락하였습니다. 세계 경제 질서도 여러 변화가 있어서 달러가 기축 통화로서의 그런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전망이 많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서 교수님께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계시고 만약에 그렇다고 하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그런 새로운 통화가 실제로 등장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유로화나 위안화 디지털 화폐 이런 게 제기가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기축 통화로서 이 달러의 지휘 체계는 공고하게 될 것인지 어떻게 전망하고 계시는지 의견 부탁드립니다.

 

장하준 : 제 전공 분야 범위는 아니지만 제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기축 통화라는 게 한 번 되면은 바뀌기가 힘들거든요. 그러니까 영국같은 경우도 이제 파운드가 세계기축 통화였는데 이미 한 1880년대 90년대 되면은 독일과 미국이 급상승하면서 영국이 사실상 패권국의 지위를 잃기 시작했다고 봐야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달러가 파운드를 대체하기까지는 두 번의 세계 전쟁과 대공황까지 겪고 세상이 뒤집히고 나서야 됐거든요. 기축 통화라는 게 그렇게 빨리 쉽게 바뀔 수는 없습니다. 말대로 그걸 기축으로 해서 다른 걸 다 만들어 놨기 때문에, 미국 같은 경우는 2차 대전 후에 세계 산업 생산량의 60%였지만 지금은 15%에 불과합니다. 그러니까 그때 비하면 지금 미국의 경제력이라는 게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쇠락했습니다. 그런데 금융 시스템이라는 것은, 실물경제와 똑같이 돌아가는 게 아니기 때문에 결제 시스템, 국제채권시장 등 이런 것들이 기축 통화를 중심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쉽게 바뀔 수는 없죠. 그렇지만 한번 뭔가 이상하다고 해서 우르르 나가면서 연결이 끊기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굉장히 빠르게 벌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지금이 그런 때인가 생각해 봐야 합니다. 기축 통화의 변경이 벌어지려면 문제는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유로, 위안 모두 그런 위치에 있지 않아요. 예전에는 파운드가 무너지면서 변경될 것이 명확했잖아요. 중국이 무섭게 올라오고 있긴 하지만 글쎄요,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김재연 : 미국은 자국이 주도해서 구축한 글로벌경제 질서를 오히려 스스로 약화하는 듯이 보이고 있는데요. FTA 무력화라든지 WTO 분쟁 해결 기구의 기능 정지 같은 게 대표적인 사례라고 보입니다. 이것은 미국이 더 이상 글로벌 패권 국가의 리더 십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여기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장하준 : 간단히 대답하면 저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라는 나라를 이해하는데 역사적으로 굉장히 독특한 패권 국가였고 다른 나라들이 미국 덕을 많이 봤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합니다. 무슨 뜻이냐면 미국이 패권 국가로 나오기 전까지의 세계질서라는 것은 약육강식입니다. 식민지하고 아프리카에서 몇천만 명 잡아다가 노예로 부리고 식민지화까지는 안 된 나라들, 예를 들어 중국이라든가 이란, 터키 같은 나라들에게 불평등 조약을 했습니다. 제일 유명한 게 아편 전쟁 직후에 한 남경조약인데, 유럽 열강이 들어가서 했던 제일 중요 제약이 관세의 자주권 박탈이었습니다.

관세를 자기네 마음대로 못 매기게 하는 거예요. 그게 제일 중요한 겁니다. 불평등 조약으로 저율 관세를 매겨서 그 나라의 선별적인 산업 정책을 못 하게 하려고 모든 산업에 일률적 관세 부과를 강제로 했습니다. 심지어 중국은 관세청장을 영국 사람이 50년을 하면서 무역을 통한 자기 경제 자주권을 박탈한 거죠. 치외법권을 강제하고 자연 자원의 채굴권, 벌목권 등을 넘기고 굉장히 싸게 팔 수 있게 다 조약을 해놓은 거죠. 최혜국대우라고 하죠. 어느 한 나라와만 차등적 특혜를 주면 안 된다고 쓰니까 굉장히 좋은 제도, 착한 제도 같지만, 사실은 아닙니다. 이게 처음에 왜 생긴 거냐면은 한 나라가 들어와 불평등 조약을 맺고 다음에 다른 나라가 쳐들어와서 똑같은 대우를 요구하면서 새로운 지역을 열어라, 금 광산권을 싸게 줘야 한다고 하면서 다른 나라들도 후발주자까지 똑같이 가져가려는 패권국들의 완전 집단 폭행 같은 방식이었어요. 그런 질서를 미국이 다자 질서로 변화시킨 겁니다. 물론 UN 5대 상임 이사국이 거부권도 있고 World Bank, IMF는 출자금에 비례해서 투표하기 때문에 미국의 지분이 가장 높아 사실상 거부권을 행사해서 자신들이 모두 쥐고 흔들긴 하지만 그래도 형식상이라도 다자 질서를 만들었습니다. 1차 세계대전 패전국 재건을돕는 등 이전에 없던 새로운 질서를 만든 나라가 미국이기도 합니다. 이전 약탈만 하던 유럽 제국주의와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다자 질서를 만들어왔던 미국은 인정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트럼프는 지금 그런 미국의 역할을 안 하겠다는 겁니다.

아무 이데올로기가 없는 사람이 트럼프인데 미국 내부에서 너무 불만이 팽배하니까 그것을 이용해서 권력을 잡은 겁니다. 이전 트럼프는 친 민주당이자 범 월스트리트 범주 안에 있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권력을 잡으려고 보니 신자유주의에 의해 망가진 노동자 계급의 불만을 이용하는 게 제일 좋을 것 같으니까 갑자기 자기가 언제부터 뭐 그런 사람들 생각했다고 그 불만을 자극해서 권력을 잡은 거예요. 미국은 원래 전통적으로 고립주의가 강한 나라입니다. 미국의 5대 대통령인 먼로 독트린만 봐도 지역주의, 고립주의 성격이 강했고, 1, 2차 세계대전의 참전 과정도 비슷하다고 봅니다.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패권이 강해지면서 다자주의도 해서 현재의 세계 질서가 만들어졌죠. 그런데 이걸 트럼프가 확 엎어버리니까 다른 나라들이 여러 생각을 하게 됐죠. 지금까지는 상상할 수 없었는데 미국이 이렇게 나오니까 미국 없어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다음 정권에 소위 민주당이 들어선다고 하더라도 한번 방향이 바뀌어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겠죠. 이제 세계는 미국 없는 세계 질서를 생각할 때가 온 겁니다.

사실 미국이 세계 경제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GDP로 보면 세계 경제의 20~25%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는 나라인데 무역 의존도가 낮아서 세계 무역으로 보면 10~12% 정도밖에 안 돼요. 다른 나라들이 쟤들이 저런 식으로 나오면 우리도 다른 식으로 살아야 하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된 게 하루, 이틀 된 얘기도 아니거든요. 2008년 이후에 G20 만들어지고 BRICS에 여러 나라가 가입하고,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_AIIB)이 세계은행(World Bank)에 대항하고 아시아개발은행(New Development Bank_NDB)이 아시아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면서 이미 다른 질서가 서서히 만들어지고 있었는데 이게 트럼프가 이렇게 나오면서 가속화될 거예요. 물론 가속화된다고 하루아침에 세계 질서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고 이게 꼭 좋은 방향이라고 할 수도 없겠지만 바뀌는 거는 확실하다고 봅니다.

뒤에 좀 더 자세하게 했지만 지금 미국이 세계 패권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금융도 있지만 군사력입니다. 군사력에 제일 주축이 되는 것은 해군이에요. 온 세계를 항공모함과 잠수함으로 깔고 다니면서 지배하는 거거든요. 근데 그런 나라가 배를 못 만듭니다. 미국에서 배를 한 해에 10~20척 만들어요. 중국은 1,500~2,000척 만드는데 그러니까 미국이 장기적으로 해군력을 유지하려면 중국 아닌 배 잘 만드는 나라를 사귀어야 하는데 그게 바로 한국이거든요. 옛날에는 한국이 세계 조선 1위였고 지금은 2위가 됐지만 그래도 아직 한국은 1년에 1,000척쯤 만듭니다. 그러면 중국하고 진짜 대결할 생각이 있으면 한국에 와서 너희는 특별히 봐줄 테니까 이 조선 산업을 우리랑 같이 군사 파트너 하자 뭐 이런 식으로 하면 얼마나 효과적이겠어요. 그런 한국에게 ‘옛날에 우리랑 자유무역협정 했나, 그래도 너희도 그냥 25%야’ 하고 있는 거죠. 자유무역협정이라는 게 뭐 양해 각서 이런 차원이 아니잖아요. 이거는 헌법 차원의 법입니다. 두 나라 국회가 다 비준을 한 건데 그런 법을 그냥 하루아침에 뒤집고 있죠. 물론 한국의 엘리트 집단이 미국에 벌벌 기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우리가 해드릴게요.’ 이런 식으로 하고 있는데, 제가 보기에는 한국은 엄청나게 튕길 수 있어요. 그런데 도리어 저런 모습이죠.

트럼프가 나와서 완전히 자기들이 만들어놓은 국제 질서를 부정한 것입니다. 이미 한 번 깨진 것이고, 이런 모습이 트럼프만 한 게 아니에요. 그 아까 말씀하신 미국의 WTO 분쟁 해결 기구 기능 마비 이런 거는 오래된 얘기입니다. 트럼프 이전부터 미국의 정책이 움직이고 있었고 이번에 와서 기본적인 신뢰와 법치주의에 관한 태도까지 완전히 바꾼 것이기 때문에, 설사 다른 정권이 들어와서 아니라고 아무리 해도 이제는 다른 나라에서 믿질 않죠. 또 정책이 뒤집힐 수 있단 말이거든요. 그래서 거창한 표현이지만 뭐 돌아올 수 없는 그 지점을 지났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어떻게 질서가 재편될지, 그 과정에서 정말 무슨 큰 군사 분쟁이 일어날지는 참 예측하기 힘들고 거기까지는 말씀 못 드리겠지만 이제 새로운 시대가 된 것은 분명합니다.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정책>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성공할 수 없는데, 한국은 왜 성공한다고 가정하고 서둘러 나서고 있나!”

 

이경민(빈민당 대표) :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협상을 보면, 일본은 미일 관세 협상에서 무역 확대 비관세 조치 경제 안보 분야 협력을 논의했고 한국은 관세 비관세 조치 경제 안보 투자 협력 통화 정책 등을 협상 의제로 삼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관세가 단순한 보호무역 조치가 아니라 협상을 유도하기 위한 협박 수단이며 실제 목적은 미국 내 투자 유치와 환율 조정에 있다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교수님은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와 이러한 접근이 미국의 전략적 경제 정책으로 유효하다고 보시는지 아니면 장기적으로 부작용이 클 수 있는지 클 수 있다고 보시는지도 의견을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장하준 : 지금 트럼프가 하는 정책이 굉장히 다면적인 목표가 있죠. 단순히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의미의 보호무역이라는 측면은 사실 크진 않습니다. 현재 미국이 외국하고 경쟁하는 산업이 많이 남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있는 기업을 보호해서 살리자 이런 취지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다만 자동차, 철강 등은 남아 있는 미국 기업들이 외국 경쟁에 워낙 허덕이니까 그걸 보호해 주자 이제 그런 면이 있습니다. 조금 더 장기적으로 보면 미국의 재산업화를 하겠다는 건데 이 재산업화를 미국기업이 아니라 외국 기업으로 하려는 거예요. 왜냐하면 미국 기업들은 투자할 의사도 없고 능력도 없죠. 아까 말씀드린 그 월스트리트 자본주의 때문에 미국 기업들은 투자할 돈이 없어요. 그러니까 외국 기업들을 팔을 비틀어서 오게 하자, 자동차, 반도체 외국 기업들이 투자해서 우리 산업을 되살려 보자 그래서 미국 내 일자리 창출 하자 이런 셈입니다.

또한 다른 목표로 일종의 중국 견제 성격도 있습니다. 잠시 중국 이야기부터 하고 갑시다. 저는 최근 중국을 보면서 제일 겁이 덜컥 난 게 뭐냐면 딥시크(DeepSeek_AI기업). 거기 직원들이 외국 유학 갔다 온 사람이 하나도 없을뿐더러 하다못해 베이징 칭화대, 상하이 푸단대도 아니고 저장성 항저우 무명의 현지 인재들이라고 하죠. 우리나라식으로 얘기하면은 지방대 나온 엔지니어들이 MIT, 스탠퍼드 나온 사람들을 한 판 엎어치기를 한 겁니다. 지금 중국이 그런 나라가 됐기 때문에 ‘아이코’하고는 이제 견제를 시작하는 거죠. 그런데 제가 보기엔 중국을 견제하려고 했으면 최소한 10년 내지는 20년 전부터 시작했어야 했죠. 이제사 견제한다고 이거 수입 못 하게 하고 저거 수입 못 하게 하니까 오히려 중국의 기술 발전이 가속화됩니다. 예를 들어 반도체 기판에 나노미터 단위의 회로 패턴을 새겨넣는 리소그래피(Lithography·석판인쇄) 장비를 유일하게 만드는 네덜란드 ASLM에게 바이든이 최신기계 수출을 못하게 했어요. 중국 견제하려고. 그런데 중국이 네덜란드 최첨단 장비의 수입 없이 반도체를 만들었습니다. 얼마 전에 중국계 미국인인 엔비디아(NVIDIA) 젠슨 황 대표(CEO)가 직설적으로 얘기했습니다. “(중국에 대한)수출 통제는 오히려 중국의 혁신과 규모 확대를 촉진”한다는 거예요. 중국이 가속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상태에서 압력을 넣고 있으니, 큰일이 난 거죠. 더군다나 전기차 등에 필요한 ‘희토류 자석’의 70~90% 이상을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에 관세네, 견제네 하고 나오니까 중국은 바로 희토류 수출을 안 하겠다고 하고, 미국 국방산업에서는 우는 소리가 나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장 일어날 일은 미국 소비자들이 중국과의 무역이 끊기는 걸 참을 수 없다는 점이에요. 물론 이전에 비해 중국에서 수입하는 소비재 비율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대체된 베트남, 방글라데시까지 관세 때리고 있습니다. 고급 소비재도 중국에서 수입이 엄청난데 트럼프가 중국 관세 이야기를 하니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 칼럼니스트가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여름이 덥지 않기를 하느님에게 빌어야 한다.’라고 했죠. 세계 에어컨 80%를 중국에서 생산하고 선풍기마저 75%가 중국산이랍니다. 미국인들이 올여름 에어컨, 선풍기를 사려고 하는데 미국이 관세 145%를 때리면 안 들어온다는 뜻이죠. 당장은 아니겠지만 6개월 1년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인플레가 엄청나게 일어날 거예요. 그럼 국민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장기적으로 그냥 보호무역만 해서는 산업을 재건할 수가 없고 충분치가 않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 기본적인 보호를 해주면 약한 산업이 재생될 수도 있지만 지금 미국같은 경우는 산업을 너무 파괴해서 그렇죠. 산업이라는 게 그냥 공장만 하나 들어온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요. 소위 말하는 산업 생태계라는 게 필요합니다. 필요한 기술을 가진 노동자도 있어야 하고 그 분야에서 연구하는 과학자도 있어야 하고 그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엔지니어도 있어야 하고 사회간접자본도 거기에 맞춰서 있어야하고 하청 기업도 있어야 하죠. 그런데 그런 게 다 파괴가 됐단 말입니다. 그것부터 다 다시 지어야 하는데, 정말 옛날에 우리나라가 60, 70년대 산업화할 때처럼 온 국력을 기울여도 미국이 자기네 산업을 재건하려면 15년, 20년 걸립니다. 워낙 파괴됐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월스트리트를 완전히 규제해서 자사주 매입 같은 것을 못하게 하고 강제로 투자 시킨다든지, 엔지니어나 기술직 노동자를 대량 배출할 프로그램을 만든다거나 그런 것도 하나도 없이 외국 기업 팔 비틀어서 여기 자동차 공장 하나, 저기 반도체 공장 하나 지어서 하겠다는 것은 15년, 20년이 아니라 이런 식으로 하면 50년 걸려도 안 돼요. 이런 방식은 장기는 고사하고 중기로만 봐도 어림없습니다. 그래서 좀 심하게 말하면 미국의 마지막 발악이라고 저는 생각하는데, 뭐 도저히 될 수 없는 것을 하려고 하는 거죠.

논리 자체는 이해할 수 있는데, 진짜 하려면 제대로 해야죠. 예를 들어 트럼프가 자사주 매입 완전 금지, 주주 환원율 40% 이하로 낮춰 배당하고, 엔지니어를 더 키워야 하니까 대학에다 지원하고, 신기술 가진 노동자들이 있어야 하니 몇조 달러 써서 트레이닝 기구 만들고 한다든지, 이런 얘기라도 하면 혹시 성공할까, 그렇지만 아무것도 하는 것은 없잖아요. 자기는 아무것도 안 하고 괜히 관세 올려서 외국에서 자동차, 반도체 이런 거 공장 몇 개 더 짓게 하고 있죠. 그리고 트럼프가 어차피 무슨 신조가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하다가 한 1, 2년 하다가 잘 안되면 갑자기 또 바꿀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제가 보기에는 절대 성공 못 하는 전략이니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그걸 생각하고 협상도 하고 대책도 세워야 됩니다. 왜 지금 트럼프가 하겠다는 게 진짜로 실현이 된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맞춰서 우리는 이렇게 해야하고 저렇게 해야 하고 하는 거예요. 저는 한국을 보면 그게 너무 안타깝더라고요. 이게 (미국의 정책이) 도저히 안 될 정책인데 왜 성공한다고 가정하고 (한국은) 협상을 시작하나요. 협상을 잘하냐 못하냐는 둘째 치고 기본 출발점이 틀렸다는 겁니다.

 

홍희진(청년진보당 대표) : 트럼프 관세 정책에 대해서 청년들도 요즘에 굉장히 관심이 많은데요. 최근에 한미 재무 당국이 환율 정책을 놓고 협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370원대까지 하락을 했습니다. 이를 두고 많은 전문가들이 미국이 한국에 대한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 약달러를 유도하고 원화 절상을 압박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기도 한데요. 이런 상황이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에 장기 침체를 겪은 일본의 사례를 떠올리게 하면서 한국도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같은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교수님께서는 어떻게 평가하는지 그리고 현재의 환율 협의가 한국경제에 미칠 중장기적 영향에 대한 견해를 여쭙고자 합니다.

 

장하준 : 지금 트럼프가 하는 것 중에 옛날하고 많이 다른 게 이전에는 미국은 달러를 과대평가시켜서 수입하고 싶은 만큼 수입하고 적자 나면 그것을 외국 투자로 메꾸는 식으로 했는데 이제 트럼프와 주변 사람들이 달러 약세 정책으로 기조를 돌렸는데, 옛날 1985년 플라자합의(Plaza Accord)처럼 일본, 독일같이 다른 나라의 환율을 올리는 방식이 제일 간단하죠. 그런데 미국에서 원화를 평가절상하라고 얘기해도 우리나라가 그렇게까지 올릴 수도 없고, 올릴 분위기도 아니잖아요. 60~70년대 독일이나 일본에 비해 미국 경제가 약화 되면서 이걸 리셋해야겠다 생각했는데, 그때는 냉전이 한창때니까 안보를 빌미로 해서 패전국이자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이 큰 일본과 독일의 팔을 비틀어서 한 겁니다. 저는 지금은 그렇게 할 상황은 아니라고 봅니다. 아무리 한국이라도 그때처럼 아주 급격한 원화 평가절상을 할 수는 없을 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계속 그런 압력이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우리 입장에서는 수출이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환율 문제 역시 국제 금융질서 재편과 맞물려서 달라질 내용이라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단순히 현대자동차 공장 하나 미국에 짓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산업 정책을 조율하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

 

김창년(노동자당 대표) : 트램프의 관세 정책 이후에 현대자동차가 미국에 31조 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고 다른 대기업들도 미국 내 투자를 준비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서 몇 가지 우려가 있습니다. 한국의 고용 불안과 산업 공동화를 감수하면서까지도 미국에 투자하는 것이 관세 부담을 피하는 차원에서 이익인지, 현대자동차가 선제적으로 양보한 대가로 실제 얻는 것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이처럼 개별 기업들이 각자도생식으로 움직이는 현상을 국가 차원에서 통제하거나 조율할 필요는 없을까요? 정부의 역할은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교수님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장하준 : 좋은 질문입니다. 고맙습니다. 현대가 새로 자동차, 철강 공장 짓겠다고 한 것은 4월 2일 트럼프가 소위 해방의 날 발표하기 전이죠. 먼저 투자하겠다고 하면 뭔가 현대자동차 내지는 대한민국을 좀 봐주지 않을까 했는데 전혀 그런 게 없었죠. 제가 보기에는 현대 자동차가 공장 하나 더 짓는 하나만 보면 대단한 일은 아니에요.

트럼프는 대단한 성과라 얘기하고, 현대 입장에서도 트럼프가 대단하다고 봐주면 좋은 일이죠. 하지만 현대자동차가 1년에 700만 대 생산하는 기업인데 그중에 해외생산이 230만 대 정도 됩니다. 이번에 대략 30만 대 생산 규모 공장을 짓는다는데 그러면은 700만 대 생산하는 기업에서 30만 대짜리 공장 하나 더 짓는 것, 외국에서 어차피 이미 230만 대 생산하는데 거기다 30만 대 더 하는 일은 대단한 게 아닙니다. 인도에서 이미 80만 대 가까이 생산하고 있고 현재 미국에서 35만 대 정도 만들고 있는데 지금 만드는 규모의 두 배 정도로 늘린다는 정도라서 그것 하나만 봐서는 대단한 일이 아니에요. 지금 미국이 만약에 옛날 수준까지는 아니라도 어느 정도 자동차 산업을 회복하려고 하면은 몇백만 대를 더 지어야 하는데 예를 들어 옛날에 현대자동차 1년에 1만 대 만들 때 제너럴 모터스는 480만 대를 생산했는데 지금은 200만 대정도 생산이 될까요? 이게 70년대 기준인데 인구나 경제는 늘었으나 자동차 생산이 더 떨어진 지금 상황에서 다시 480만 대를 회복하겠다고 해도 현대가 짓겠다는 1개 공장을 10배 정도 늘려야 하는 겁니다. 그걸 어느 나라, 누가 자동차 공장 10개를 미국에 지어줘요? 도요타 1개, 현대 1개, 폭스바겐 1개 공장을 더하더라도 어림도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절대 성공 못 한다고 봤습니다.

질문에도 해주셨는데, 제일 중요한 것은 국가입니다. 아무리 중요한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한 개 기업이 어느 나라에 무슨 공장을 짓겠다는 결정하고, 국가 경제를 보고 그 결정이 좋고 나쁘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에요. 현대가 외국에 자동차 공장을 짓는 것이 국가 경제에 더 좋을 수도 있어요. 당장 국내에서 일자리 창출하지 못하더라도 외국에 짓는 공장에서 더 이윤을 많이 내고 그 이윤을 가지고 우리나라는 재투자하면 말이죠. 아직 우리는 금융 자본화가 많이 진행이 안 돼서 제조업 기업들이 이윤을

내면 대부분 재투자하기 때문에 국내에도 공장을 더 지을 수도 있고 외국에도 더 지을 수도 있죠. 그래서 그게 국민 경제에 좋냐 안 좋냐는 여러 가지 효과를 보고 이제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이 판단을 책임 있는 정부라면 조율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다들 뭐 각자 살겠다고 외국 가서 짓다 보면 우리나라의 산업 공동화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산업 생태계 말씀드렸지만 산업 생태계라는 게 굉장히 여러 가지가 얽혀 있어서 거기서 한두 개 잘못 빼가면 우르르 무너질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외국에 투자하더라도 하청 기업들은 데려가지 않는 게 좋습니다. 사실 우리나라가 미국에다가 흑자 내는 많은 부분이 현대 같은 기업이 거기 가서 투자하고 소재 부품 이런 것을 한국에 있는 기업들이 그 공장에 수출해요. 그게 우리나라의 무역 흑자에 많은 부분입니다. 그러나 하청 기업까지 같이 가버리면 그땐 이게 문제입니다. 정부에서 일관된 전략을 가지고 외국 어디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것이 국민 경제 입장에서 나쁘지 않은 것 같으니 하십시오, 미국에 하청 기업까지 데리고 가려고 하면 우리 경제를 무너뜨리는 것이니 그건 안된다, 이런 식으로 조율을 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외환위기 이후 우리 정부는 아무런 개입을 안 하는 게 좋은 것이라고 하고 진보 진영에서도 산업 정책은 옛날 군부 독재 시대에서 하던 것이니 나쁜 거로 생각합니다. 마냥 규제를 안 하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에요. 문제는 정부가 해야 할 역할마저 잊는다는 문제는 생각해 봐야 합니다. 우리나라도 점차 산업 공동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다시 산업 정책을 잘 세워서 정부가 조율하지 않으면 큰일 날 수가 있습니다.

요즘 대선 후보들도 주가지수를 얼마로 올리겠다고 공약을 내고 있는데 참... 저의 가장 큰 걱정거리입니다. 전 세계에 유례없이 국민의 3분의 1이 주식 시장에 직접 투자하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그런 소액 주주들의 귀에 달콤한 얘기를 하는 게 중요할지는 모르지만, 이런 식으로 금융자본이 들어와서 잡기 시작하면 우리나라 산업 공동화는 급속도로 진전될 겁니다. 나라 망하는 길입니다. 정말 진보 진영에서 그 산업 정책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이걸 얘기를 하셔야 해요.

덧붙여서 한 가지 더 깊이 생각해 볼 것은 왜 우리나라에 그렇게 주식 시장에 투자합니까? 우리나라 주식 시장만이 아니라 미국, 중국 게다가 그냥 주식 시장이 아니라 선물까지 하잖아요. 왜 그렇게 됐어요? 나라가 불평등해지고 계층 상승이 불가능하고 미래가 없는 나라라고 생각하니까 내가 뭔가 좀 더 나아질 수 있는 것은 투기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다 그렇게 주식 시장으로 몰려간 겁니다. 왜 그렇게 주식 시장에 투자를 많이 하는지 근본적인 것을 진보당이 문제를 제기하셔야 합니다. 우리나라 지금 어떻게 됐길래 이렇게 세계에 유례없이 온 국민이 주식 시장에 말이 좋아 투자지 왜 투기를 하고 있나 근본적인 원인을 고쳐야 됩니다. 주식 투자하는 분들에게도 얘기해야 합니다. 우리의 경제적 위치가 한가지가 아니잖아요. 소비자이기도 하고, 생산자이기도 하고 투자자이기도 한데, 지금 투자자 위치에만 너무 몰입해서 요구하는 정책이 결국은 일자리를 뺏고 없애는 정책입니다.

현대자동차 한 개 기업의 공장 짓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런 사안을 통해서 산업 정책, 우리나라의 불평등 문제, 복지 정책까지 얘기해야 하는 게 진보 정치인들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진보당을 비롯한 진보 정치하시는 분들은 왜 지금 우리나라가 이런 상황이 되었는지 그 질문을 하셔야 합니다. 그게 진보, 레디컬(Radical)이라고 표현하죠. 그게 라틴어 '라디스(Radix)'라는 라틴어로 '뿌리(root)'라는 말에서 나온 겁니다. 그래서 근본적인 질문을 하는 사람이 진보주의자입니다.

 

<향후 한국경제의 과제>

“현재 같은 미국의 행동 상황에서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다각화 하는 것이 필요”

“세계 역사상 다른 나라를 지배하고 착취하지 않고 선진국이 된 몇 안되는 나라 한국! 세계 경제를 함께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의 책무”

 

신석진 :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던 내용을 저만 크게 공감하는 게 아니라 우리 국민들도 지금 많이 공감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저희 진보정책연구원에서 1년에 한 번씩 하는 <내셔널 어젠다>의 조사 결과를 보면 대미 수출 의존도를 줄이고 무역 파트너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데 우리 국민의 87.9%가 공감을 표현했습니다. 아세안 및 중남미 국가와 무역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도 90%, 브릭스(BRICS) 가입에 75%가 찬성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걸 국민의힘 지지층과 민주당, 진보당 등 야 6당 지지층을 나눠서 분석을 해봤더니 6당 지지층이 중국과의 경제 협력 유지를 92.8% 브릭스 가입은 83% 찬성으로 매우 높게 나왔습니다.

진보당이 주장하고 싶었던 내용인데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나라들하고 공동보조를 맞추면서 미국의 정책 변화를 이끌 수 있고, 합리적으로 선택하라는 요구도 새로운 정부에게 할 수 있는 근거라 생각합니다. 또한 이런 다각화가 더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많은 사람들을 설득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수님께서 지난 국회 강의에서도 말씀하셨던 ‘미국 탈피’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이유가 무엇인가 짚어주셨으면 합니다.

 

장하준 : 조사 결과, 통계 숫자가 굉장히 놀랍네요. 이 부분 관련해서 몇 가지 얘기를 할 수가 있을 것 같은데 우선 아주 표면적인 걸로 다각화라는 거는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기본적인 거죠. 뭐든지 한 군데 몰아놓으면 거기가 잘될 때는 잘 나가는 것 같지만 그게 안 되면 폭망하잖아요. 이전 97, 8년 우리나라 외환위기 때, 기본적으로는 금융 규제를 잘못해서 일어난 일이지만 원인 중의 하나가 반도체가 너무 잘 되면서 반도체 수출 의존도가 높아져 있었는데 그게 갑자기 꺼지니까 대책이 없는 겁니다. 또 2001년에 소위 닷컴 붐이라고 미국의 IT 기업 중심으로 거품이 일어났죠. 그게 꺼지면서 1, 2년 동안 반도체 산업이 굉장히 어려웠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싱가포르가 반도체 의존도가 매우 높아서 그 해는 마이너스 9% 성장 사례가 있습니다.

그때 우리나라는 반도체도 있지만 조선, 자동차, 철강, 기계 등도 있어서 1~2% 마이너스 성장으로 끝났습니다. 그러니까 반미, 친미를 떠나서 시장 다각화, 수출 상품 다각화는 기본입니다. 다각화에도 비용이 들기 때문에 잘 조절해야겠지만 요즘처럼 미국이 이상하게 나갈 때는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거는 뭐 기본이죠. 이미 말씀드렸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카드가 많은데 반도체도 있고 조선도 있고 왜 가서 벌벌 미리부터 기어요. 자동차나 이런 산업은 조금 다르겠지만 나라 전체로 보면 튕길 게 얼마나 많은데 그걸 미리 기어 들어가나 싶습니다. 개별적인 전략 차원에서 봤을 때도 버티는 게 좋지만 다른 나라들하고 뭔가 연대를 할 수 있으면 그거는 더 그 협상력이 늘어나는 거거든요.

더 깊게 살펴보면 요즘은 글로벌 사우스라고 부르지만, 옛날에는 선진 자본주의 국가 제1세계, 사회주의 국가 제2세계, 나머지 개발도상국들을 제3세계라고 했고, 우리는 제3세계에 속했어야 함에도 속하질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냉전 시기 국제 정치적으로 미국의 눈치를 계속 봐야 했기 때문이죠. 제3세계 나라들이 비동맹 회의를 조직하고 뭉쳐서 새로운 세계 경제 질서를 요구하고 했는데 우리는 가만히 있었죠.

우리나라가 제일 못사는 나라에다 식민지를 겪은 경험이나 제3세계에 속할 자격이 차고도 넘쳤지만 제3세계 나라들이 친북적인 나라도 많은 상황부터 미국과의 관계 등등으로 주변에서 빙빙 돌면서 이상한 관계를 맺었습니다. 그때도 그렇고 아직도 그렇고 우리나라가 어디에 위치했는지 정체성이 흔들리는 겁니다. 옛날에 가난할 때 속했어야 될 그룹에 못 속하고 계속 주변을 빙빙 돌다가 이제는 그 나라들과는 다른 처지가 됐죠. 정체성의 혼돈은 여전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도리어 잘 활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세계 역사상 다른 나라를 지배, 착취하지 않고 부자가 된 나라는 한국, 대만, 싱가포르밖에 없습니다. 유럽이 지금은 굉장히 착해 보이는 나라들도 거슬러 올라가면 글로벌 사우스 나라들한테 엄청 나쁜 짓 많이 했어요. 영국, 프랑스뿐만 아니라 덴마크, 벨기에 같은 나라들도 엄청 잔혹한 식민 지배를 했습니다. 대만은 중국과의 관계로 국제사회에서 뭘 할 수가 없고, 싱가포르는 도시 국가라 국제적인 외교관계에서 역할을 하기 어렵죠. 그래서 그야말로 한국이란 나라가 유일하게 남을 착취하지 않고 발전한 영향력 있는 나라가 한국이기 때문에 글로벌 사우스에서 한국에 대해서 굉장히 좋게 봐요. 거기에 가서 영국이나 프랑스, 미국이 이러자 저라자 하면 일단 색안경부터 끼고 봅니다. 당연하겠죠. 몇백 년을 착취하고 제대로 사과 한 번 안 하고 보상도 없고 이제 와서 우리가 도와줄게 하면 진심으로 들리겠습니까?

그런데 한국이 가서 이야기하면 믿죠, 안 믿을 이유가 없거든요. 그렇게 다가가서 여타 다른 나라와 똑같은 짓을 하면 결국 배척되겠지만 지금까지는 한국은 그런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신뢰가 있는 겁니다. 그런 위치와 신뢰가 있을 때 브릭스를 비롯해서 과거에 남들 착취한 제국주의 나라가 아닌 나라들 연합의 리더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우리의 책무이기도 하고 역사적인 의무입니다. 조사 결과에서 국민들이 다양한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신다고 하니까 저는 굉장히 고무됩니다. 우리 역시 소외된 냉전의 희생자라는 공감이 있어요. 그런 역사적 맥락을 잘 이해해서 우리가 왜 그렇게 되었고, 어떻게 발전했고, 그리고 공감이 같은 나라들과 관계를 정립해야 하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세계에서 한국은 지금 가장 멋진 나라입니다. 그런 한국이 미국식, 유럽식, 일본식이 아닌 대안의 경제 발전 모델이 있고, 중국과 다르게 경제가 발전하면 정치도 발전할 수 있는 모델도 있다는 것을 얘기해주는 게 우리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사우스와의 관계를 잘 정립해야 되고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지금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지금 한국의 소프트 파워가 극에 달해 있거든요.

 

 

“경제 성장은 행복한 사회를 위한 수단일 뿐, 분배, 복지를 통한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국, 공공복지를 확대, 사회안전망 강화를 통해 사회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정말 큰일난다.”

 

 

장지화(여성엄마당 대표) : 미국 없는 세계 경제 말씀 많이 하셨는데 교수님이 그리는 모습은 어떤 건지 미국 없는 세계 경제에 대해서 그리고 잘 아시겠지만, 현재 2025년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는 불평등인데요. 저희가 불평등을 해결하려고 하는 그런 방향과 또 그 세계 미국 없는 세계 경제가 어떻게 연관될 수 있을지 또 진보당은 어떤 고민을 더 집중해야 되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장하준 : 세계 질서 문제에 대해서 한마디로 요약하면 제가 원하는 세계 질서는 비대칭적 다자주의라고 표현할 수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가난한 나라들, 식민지 지배받고 착취당한 나라들을 위한 세계 질서인데 우선 다자주의를 해야 됩니다. 약한 나라들은 다자주의 밖에는 힘을 낼 수가 없어요. 그래서 다자주의를 만들어야 하고, 비대칭적을 설명하면, 현재 WTO는 스위스나 가나나 다 똑같이 하라는 거거든요. 말이 안 되죠. 필요한 것도 다르고, 능력도 다르고, 할 수 있는 조건도 다른데 다 무시하고 똑같은 룰에 맞추라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저는 약한 나라일수록 보호하고 보조금도 많이 주고 자기들 마음대로 하게 해줘야 합니다. 강한 나라일수록 할 수 있는 것을 제약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미 그 나라들은 다 우월한 위치를 누리고 있고 무엇보다도 그 우월한 위치를 누리기 위해서 다른 나라들을 착취하고 구박했죠. 그래서 비대칭적 다자주의를 해야 합니다.

불평등 문제를 말씀드리면 기본적으로 불평등을 해결하는 데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시장을 규제해서 아예 불평등 자체가 나오지 못하게 하는 방법, 또 하나는 그냥 시장 규제를 많이 안 하고 결과가 나오면 엄청나게 부자들한테 세금을 많이 걷어서 약한 사람들한테 나눠주는 겁니다. 일본, 스위스, 우리나라는 첫 번째 길을 택했어요. 우리나라가 규제를 많이 풀면서 그것 때문에 자꾸 불평등이 늘어나긴 하지만 이전에 보면 약자를 보호하는 법이 엄청 많았거든요. 토지 개혁했죠. 농업도 보호했었죠. 대기업의 소매업을 규제해서 대형 매장을 못 만들게 해서 작은 상점을 살렸고, 90년대 말, IMF 이후에 폐지되기는 했지만 중소기업 고유 업종이라는 것도있었습니다. 고급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산업을 대기업이 못 들어오게 했죠. 예를 들어 두부. 요즘 뭐 풀무원, CJ에서 다 만들지만 옛날에 두부는 중소기업 고유업종이었어요. 이런 식으로 약자를 보호했는데 요즘에 이마트, 롯데마트 같은 대형 매장이 생기면서 골목 상점이 다 죽었죠. 점점 약화가 되고 있지만 아직도 세금 걷고, 재분배하는 하기 전, 시장이 생산한 소득 분배만 보면 우리나라가 OECD에서 개중 평등한 나라인 편이죠. 그런 식으로 규제를 통해서 불평등을 낮춘 방식입니다. 두 번째 길을 택한 독일이나 스위스 같은 나라들은 재분배하기 전에는 불평등이 엄청 높은 나라입니다. 어떤 해는 미국보다도 더 높아요. 그런데 워낙 재분배를 많이 하기 때문에 다 하고 나면 우리나라나 미국보다 훨씬 평등해지죠. 그래서 재분배한 이후에 소득 분배 불평등 지수는 우리나라가 OECD에서 꼴찌에서 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힙니다. 미국이 단연 1위고 그다음이 영국, 한국, 이탈리아, 일본, 이스라엘 이렇게 한 대여섯 나라가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태입니다.

결론적으로 한국은 규제를 통한 불평등 억제는 아직 다른 나라보다는 많아요. 그런데 복지는 없습니다. OECD에서 GDP 대비 복지 지출을 보면 OECD 평균이 21%인데 우리나라는 14~15%에요. 하다못해 미국도 23%인데 말이죠. 프랑스, 핀란드를 보면 29%, 30%가 넘는 해도 있습니다. 그나마 있던 규제를 통한 불평등 억제 제도는 점점 없어져 가고 복지는 거의 없다시피 한 상태가 지금의 한국입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정말 잘 그리고 있습니다. 거기 주인공 가족을 보면 그럭저럭 괜찮은 직장 다니다가 40대 말 50대 초 되니까 쫓겨나서 할 수 있는 게 뭡니까? 다른 나라에 비해서 그런 소규모 자영업 공간이 있기 때문에 치킨집 시작하죠. 그러다 과다 경쟁때문에 그게 망하니까 대리기사하고 해서 돈 열심히 모아서 또 한 번 도박을 하는데 대만 카스텔라를 하는데 그게 또 우후죽순처럼 생겨서 또 망하고 반지하에 들어가서 피자 박스 접고 있는 모습이 바로 지금 우리나라의 불평등 문제입니다. 재벌이 많아서만 그런 게 아니에요. 돈 많은 사람, 재벌이라고 하면 미국이고 유럽에 훨씬 더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문제는 복지가 없는 거예요. 옛날에는 복지가 없어도 어느 정도 지탱이 됐죠. 출생률이 높으니까 국민들 나이도 젊고, 생산인구도 많고, 의료가 발달하지 못하고 가난하니까 수명은 짧고, 여성들의 엄청난 희생을 바탕으로 성장했죠. 대가족 제도여서 여자 형제가 어린 나이부터 공장에서 일해서 가족들 먹여 살리고 동생들 등록금 내주고 이래서 유지가 됐죠. 지금은 그런 것 하나도 없이 혈혈단신입니다. 하다못해 신자유주의 한다고 3천 명 죽인 칠레보다도 GDP 대비 복지 지출이 우리가 낮아요. 그런데 우리나라 기재부 관료들, 조선일보 이런 데는 계속 국가 부채가 걱정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국가 부채는 스웨덴, 덴마크 이런 몇몇 나라 빼고는 세계에서 제일 낮은 나라입니다. 부채 때문에 못한고 그런 식으로 버티면서 계속 복지 지출 안 하겠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니까 사회가 망가지잖아요. 제도적 규제 완화는 막 하면서 복지는 안 늘리면 정말 안됩니다. 진보 정당에서 얘기해야 할 것은 정말 규제 완화하고 싶으면 복지를 더 해내라 이런 식으로 그 구도를 잡아야 됩니다. 그리고 복지를 하기 위해서는 온 국민이 세금을 더 많이 내야 돼요. 덴마크를 보면 최고 세율이 55%, 65%이기도 하지만 부가가치세도 23%예요. 엄청나죠. 그래도 국민들 여론조사해 보면 90% 가까이가 지금 내는 세금에 만족한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모든 게 보장되니까요. 그러니까 많이 내고 많이 받자는 거예요. 그렇게 해서 복지를 강화하면 결국 오른쪽 주머니 돈, 왼쪽 주머니로 옮겨 쓰는 겁니다.

진보 정치인들이 활용했으면 하는 숫자, OECD 통계를 찾아보면 나오는 숫자인데요. 사회복지 지출에서 공공지출 숫자입니다. GDP 대비 사회복지비 지출이 세계에서 제일 높은 나라가 핀란드고 2등이 미국입니다. 미국 예를 들면, 복지 지출은 굉장히 높지만, 우리 같은 국민 의료보험이 없어요. 국가는 의료에 대한 복지비를 지출하는데개인 의료보험회사, 제약회사 이런 곳에서 빼가는 돈이 엄청납니다. 미국의 복지 지출 중에 의료비 지출만 보면 OECD 평균이 한 11~ 12% 되는데 미국은 GDP 대비 17% 정도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건강 지표가 OECD에서 꼴찌예요. 우리나라 의료보험제도가 비교적 잘되어 있다고 생각하는데 영국처럼 완전 국영화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공공화가 중요합니다. 복지 서비스를 공공화하고 그다음에 복지 확대를 통해서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정말 큰일 납니다. 아니 이미 큰일이 나고 있죠.

공부 열심히 해서 어떻게든 경쟁에서 이기고, 주식 투자하고, 무슨 벤처 해서 성공한다는 건 허황된 얘기입니다. 물론 성공한 사람도 몇 명 있어야죠. 그렇지만 온 국민이 그렇게 해서 성공할 수는 없고 결국 해결책은 제대로 된 복지 제도를 만들어야 됩니다. 제가 복지 전공자도 아니고 산업 정책, 무역 정책 전공인데, 한국에 대해서 고민하고 유럽 나라들하고 비교해 보다 보니까 결국 그거밖에 답이 없겠더라고요. 결국 갈 곳은 복지 확대, 사회안전망으로 확대라는 답이 뻔한데 계속 거기를 안 가려고 버티고 있는 겁니다.

제발 진보당, 진보 정당에서 목소리를 내주세요.

 

 

 

“진보당이 큰 목소리를 내주어야 한다”

 

 

장하준 : 긴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학교 선생으로서의 입장에서,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뿐이 아니라 모든 분에게 고정관념에 대해서 질문을 해보라 말씀드립니다. 너무 정형화된 사고가 많아요. ‘미국 없는 세상은 불가능하다’, ‘복지하면 망한다’, ‘재벌은 다 없애야 된다’, 그런 고정관념들이 많은데 그런 고정관념부터 다시 생각을 해보는 게 필요합니다. 그런 것이 진정한 진보주의자의 역할이 아닌지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김재연 : 네 교수님 긴 시간 너무 감사합니다. 지금 한국경제가 너무 어려운 상황이죠. 경제 성장률이 0%대에 접어들다 보니까 이번에 대선 후보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성장 일변도 공약들만 내고 있고 성장이 있어야 분배가 있다는 얘기를 계속 되뇌고 있습니다. 교수님께서 ‘경제 성장은 행복한 사회를 위한 수단일 뿐이다’ 늘 말씀해주셨는데 이 행복한 사회를 위한 정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진보당이 답해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진보당에 특별히 주신 깊이 있는 지적과 조언들 잘 새기고 이후에 다시 뵐 수 있는 날을 또 기약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