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해설] 주민공론장 및 공론화위원회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안) 해설

한국 정치사에서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통상 ‘민주화’의 기점으로 본다. 특히 4·19혁명, 87년 6월 항쟁, 탄핵 촛불항쟁, 빛의 혁명까지 국민이 직접 불의에 맞서 서 투쟁하며 민주주의를 지켜온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를 ‘K-민주주의(K-Democracy)’라는 명칭으로 세계에 수출하고자 발동을 걸고 있다. 지난 7월 이재명 대통령은 세계정치학회(IPSA)에서 새로운 민주주의 모델 로 ‘K-민주주의’를 제시하기까지 했다. 이는 지난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에 맞서 평화적으로 이겨낸 ‘빛의 혁명’을 새로운 시민의 저항 형태의 모델로써 규정하고, AI 혁명으로 만들어진 디지털 민주주의가 결합하여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하고 직접민주주의의 비효율성을 해결하는 혁신적 민주주의의 모델이 바로 ‘K-민주주의’ 라는 것이다. 미래지향적 방향성은 제시했으나 현실에서의 ‘K-민주주의’의 법제도화 측면을 보면 빈구석이 많다. 특히 주민들의 자율적인 요구와 참여를 위한 ‘자치’ 에 대한 법제화는 좀 더 강화되어야 한다.
진보당 국회의원단은 진보정책연구원과 국민입법센터가 작성한 주민자치 법제화 법안 제ㆍ개정안 발의를 추진중이다. 현재 발의를 추진하고 있는 주민자치증진 관련 법률 제ㆍ개정안은 아래와 같다.

주민자치 현황과 주민자치 법제화의 필요성
주민자치가 활성화된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해방 이후 주민들이 자발적이고, 자주적인 자치 조직인 인민위원회 건설이 매우 활발하여 면·리·동 단위까지 설치되었으며, 이중 절반가량이 지역 행정을 담당하기도 하였다. 주민들은 해방 공간에서 자치에 대한 요구가 높았고, 미군정1)은 민주주의 보급과 실현을 위한 지방자치제의 필요성이 맞아떨어지면 공감을 이루었다. 그러나, 해방직후 새로운 국가 건설의 상과 정치적 갈등이 지방자치까지 영향을 미치며 본래 의 취지가 퇴색되었다.
1948년 7월 17일 공포된 ‘제헌헌법’ 제8장2)에서 지방자치의 내용을 담고 있고 이 에 따라 1949년 7월 지방자치법이 공포되었다. 당시 서울시장과 각 도지사는 임명 하되 시ㆍ읍ㆍ면장은 지방의회에서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지방의회가 단체장 불신임 결의권을, 단체장이 의회 해산권을 가지게 되어 있었다. 이승만 정부는 지방선거를 자신의 장기 집권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였고 불리해지자 1958년 지방자치법을 개 정하여 선출제를 폐지하고 임명제로 바꿈에 따라 지방자치 본래의 의미는 퇴색했다.3)
4.19혁명으로 잠시 들어선 제2공화국에서 지방자치선거가 실시되었으나 이듬해 5.16쿠데타 이후 전국의 지방의회는 해산당했다. 박정희 정부인 제3공화국은 유신 헌법을 통해 “조국통일이 이루어질 때까지, 지방의회를 구성하지 않는다”를 명시하 며 지방자치체는 중앙정부의 행정대행 업무처로 전락했고 주민자치, 주민 참여는 꿈 조차 꿀 수 없는 시기였다.
그 이후 1987년 6월 항쟁과 직선제 개헌을 포함한 헌법개정에서 지방자치 근거 조 항이 마련되었다. 노태우 정부 역시 지방선거 실시에 관한 법률에 거부권을 행사함 에 따라 헌법은 개정되었으나 한참 지나서인 1991년에 지방의회 의원선거, 1995년 자치단체장 선거가 부활했다. 오랜 기간 공고해진 중앙집권 관료적 운영 방식이 지방자치와 주민 직접정치로 조금이나마 전환을 이룬 것은 김대중 정부의 ‘중앙행정권 한의 지방이양 촉진 등에 관한 법률’제정(1999년)과 노무현 정부의 ‘지방분권 5개년 종합실행계획’(2003년)이 실행되고 나서야 구체화 된 것이다.
국민들이 현실 대의민주주의에서 위임된 권력 역시 견제해야 한다는 관심과 요구가 높아지면서 ‘주민참여’ ‘주민자치’에 대한 제도들이 생겨났다. 2013년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고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및 설치·운영에 관한 표준조례안’이 통보되어 박근혜 정부에서 처음 ‘주민자치회’가 시범 운영되 었고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와 함께 주민투표법(2004년), 주민소환제(2006년), 주 민참여예산제(2011년), 주민발안제(2021년)가 지방자치에 도입되었다.
주민 참여와 자치 확대의 가장 기본단위이자 생활과 밀접하고 실현할 수 있는 조직은 주민자치회라 할 수 있다. 주민자치회는 풀뿌리자치의 활성화와 민주적 참여의식 고양을 목적으로 설치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주민자치회 조례4)에 따르면 주민자치회는 주민으로 구성되어 주민 자치활동 강화에 관한 사항을 수행하는 조직을 의미하며 특히는 주민총회는 연 1회 이상 개최할 수 있다. 주민이 직접 읍면동 행정과 더불어, 자치(또는 마을) 계획을 수립할 수 있고, 주민 의견 수렴 절차인 주민총회를 통해 실행해 갈 수 있기 때문에 주민자치회의 활성화는 주민의 직접 정치의 통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주민자치의 핵심 제도라 할 수 있는 ‘주민자치회’는 여전히 시범실시에 머무르고 있다. 현재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주민자치회로 전환하고있는 추세이며, 2013 년 시범실시 된 읍면동이 31개에서 10여 년이 지난 2024년 현재 1,411개로 양적인 성장을 했다. 그렇지만 그 주민자치회가 설치된 비율로 보면 전체 읍면동의 39.6% 정도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세종의 경우 100%로 모든 읍면동에 주민자치회가 운영되고 있다. 이에 반해 부산, 대구, 전북, 경북은 설치율이 10%가 안 될 정도로 매우 적은 설치율을 보이며, 부산 과 대구는 각 구에 1~2개 동 정도만 설치, 운영되고 있다. 이는 주민자치회가 10여 년째 시범사업으로 추진되고 있어서, 시장, 군수, 구청장에 따라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사항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주민자치에 관한 법제화가 되지 않은 점도 문제점으로 들 수 있다. 지방자치분 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 제40조 제6항5)은 주민자치회의 설치 및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따로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법률이 만들어져있지 않다. 그렇다 보니 주민자치회의 법적 지위와 권한이 명확하지 않아, 행정에 대한 주민의 의사 반영보다는 행정이 주도하는 일을 지원하는 정도에 머물거나, 행정 이 주도하는 사업의 형식적 의결 절차 정도 인식하는 등의 한계6)가 있다. 또한 교육 이수를 해야만 신청할 수 있는 절차적 어려움, 관의 예산안에서만 주민자치회의 필 요한 비용 지급을 받는 형태의 문제, 년 1회 개최할 수 있는 주민총회가 형식적이거 나 논의 사항을 지자체에서 위임한 내용 정도로 국한되어 운영되는 등의 문제점이 지적되기도 한다.
주민자치를 확대ㆍ강화하기 위해서는 주민자치에 관한 법률 제정과 제도 개선이 시급히 필요하다. 법률 제정을 통해 주민자치회를 전체 읍면동으로 확대하고,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 또한 지위와 권한, 운영 원칙을 분명히 하여 지역사회의 운영에 주민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민의 직접민주주의 실현의 장 ‘주민공론장’
의회로 대표되는 대의민주주의의 부족함을 보완하고, 주민 참여를 통해 결정권을 높이고자 하는 요구에 의해 직접민주주의가 도입되었다. 이는 주민들이 의사결정에 적 극적으로 관여하는 상향식 결정의 방식으로 주민투표, 주민발안, 주민소환, 주민총 회의 4가지 유형7)으로 구분한다.
주민투표, 주민발안, 주민소환은 주민주권을 실현하는 제도라면, 주민총회는 기초단위의 주민자치에서 실현하는 직접민주주의의 방식이다. 주민투표법(2004년), 주민 소환제(2006년), 주민발안제(2021년)는 법률로 정해져 시행중이다. 그러나 기초 자치단체에서 실행이 가능한 주민총회는 오히려 개최 의무 조항의 선택으로 변경되며 그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 2023년 행정안전부는 표준조례를 개정하면서 연 1회 이상 의무 개최하는 주민총회를 ‘개최할 수 있다’로 변경하여 그 역할을 축소하였다. 법적 근거가 부족함에 따라 주민총회 역시, 위상과 이행 의무, 정족수 등에 관한 논란이 있어 왔다.
주민자치회 내의 주민총회와 별도로 자발적인 주민들이 공론장을 형성하여 의제를 설정하고 숙의를 통해 행정기관에 요구하는 형식의 ‘주민대회’를 진보당의 각 지역 위원회에서 진행해 왔다. 주민대회는 2019년 노원구에서 가장 먼저 시도되었으며, 마을과 일상에서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주민의 요구를 주민이 결정하고, 관을 통제하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주민대회는 정당, 노조, 종교ㆍ시민사회단체, 주민단체, 주민모임 등을 포함하여 주민대회 조직위원회를 구성하고 주민들의 요구를 설문 취합하고 또한 지역의 각 단체들의 공동요구안을 만드는 과정을 거친다. 이후 주민모임을 구성하여 주요 의제를 선별하고 이를 주민대회에서 최종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한다. 이렇게 선정된 주민 요구안을 구청장, 구의원, 시의원, 국회의원 등에게 전달하여 실행을 요구한다. 이후 선정된 과제의 이행과정을 주민들에게 보고하는 완결구조를 가진다.
2023년을 놓고 보면 전국 21개 지역에서 개최하여 24,786개의 요구안을 모아 131,035명이 주민투표에 참여하였다. 요구안을 살펴보면 지역의 문화시설 확충, 안전한 보행로 설치 같은 지역문제에서부터 버스완전공영제, 노동자복지기금종사자 (지역아동센터, 급식실, 요양보호사, 돌봄노동자, 택배, 경비, 배달, 산업단지 등) 처우개선까지 공공성 확대에 관한 분야, 우리 지역에 한한 구의회, 구청만이 아닌 해당 시기 정치권을 향한 의제까지 포괄하여 다양한 주민의 요구와 발언을 보장하고 있 다. 주민대회 형식또한 제한이 없어 아고라 형식의 원탁토론, 요구안 발언대회, 1천 명이 모인 정치축제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었다.
주민대회는 주민자치회의 주민총회와 유사점은 있으나 주민자치위원이 아니라 하더라도 누구나 주민대회를 개최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이렇게 비공식적으로 개최 되었던 주민대회를 공식화하여 주민들이 직접민주주의의 실현할 장으로 ‘주민공론 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미 부천시, 부산 북구는 조례로 ‘주민공론장’설치를 지원하고 있어 이를 활용하여 자발적으로 진행해 온 주민대회 등 다양한 의견수렴 공 간을 포괄하여 주민공론장을 활성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행정에서 위임한 내용 정도를 논하는 형식적 행위를 넘어서, 지역사회와 주민의 삶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정책 또는 사업에 대한 주민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공공성 강화처럼 지역사회의 더 나은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공간으로 ‘주 민공론장’이 자리매김 할 수 있다.
00시(군·구) 주민공론장 및 공론화위원회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안)
진보정책연구원은 지난해부터 국민입법센터와 함께 주민자치증진 관련 법률 제ㆍ개 정안을 연구했다. 이화 함께 당장 실행이 가능한 조례안을 작성하여 각 지역에서 활 용할 수 있도록 하고자 「00시(군ㆍ구) 주민공론장 및 공론화위원회 설치ㆍ운영에 관 한 조례(안)」(이하 주민공론장 조례)을 마련했다. 전문은 향후 진보정책연구원에서 발간 예정인 『공공서비스 공영화를 위한 지역공공자산연구 1』에서 찾아볼 수 있다.
주민공론장 조례의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주민 누구나 자유로이 주민공론장을 개최할 수 있으며, 주민의 개념을 생활인구로 포괄함으로써 지역사회를 구성하는 주민들의 의사를 좀 더 폭넓게 담고자 하였다. 주민공론장 조례의 규율은 모든 공론장과 지원받는 공론장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주민공론장은 주민의 생활상 문제에 대해 자유롭게 개최할 수 있다. 또한 시의 정책 등 주민 생활상 문제인 필수적인 에너지, 교통, 상하수도, 주거, 의료, 돌봄 등 각종 공공 서비스 제공기관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사안을 의제로 포함함으로써 지역의 공공서 비스 기반을 구축하는데 주민 의견을 포함하게 하였다. 이를 위해서 시장(군수ㆍ구청 장)에게 자료 제출이나 출석을 요구할 수 있다.
주민공론장의 지원을 받으려면 시 정책 중 주민의견 수렴이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100명 이상 청구로 지원을 요청해야 하고, 차별행위 등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지원받은 주민공론장의 의결된 사항은 주민공론장대표가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제출해야 하고 시장(군수·구청장)은 1개월 이내 답변하고 의결사항과 답변을 의무 공개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지원 받은 주민공론장에 한하여 실행된다.
이를 통해 제도 안의 주민총회 이외에도 주민공론장을 통해 다양한 의견이 행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와 함께 공론화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였다. 행정에서 주민의 삶에 영향을 비칠 수 있는 정책 또는 사업에 대해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없도록 공론화위원회를 두어 주민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하였다. 특히 위원회의 구성에 주민공론장 개 최 경험이 있는 주민을 참여시킴으로 일방적인 관 주도의 위원회가 되지 않도록 했 다. 또한 형식적 공론화위원회 설치를 제어하기 위해 연 2회를 개최하도록 의무 규정 을 두어 행정 집행에 앞서 숙의 과정을 거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조례에 담긴 의미를 해설하였다. 주민자치의 활성, 주민참여 확대를 위해 지역에 맞게 적극적으로 활용하시길 권유한다.
1) 미군정은 1946년 11월 군정법령 126호 「도급기타(道及其他)지방의 관공리, 회의원(會議員)의 선거」를 제정, 공포했다. 이 법령은 직선 제에 기초하여 조선인 대다수의 자유로운 선거, 민주주의적 지방자치의 원칙 하에 국가 발전을 촉진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2) 제8장 지방자치
제96조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내에서 그 자치에 관한 행정사무와 국가가 위임한 행정사무를 처리하며 재산을 관리한다.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내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
제97조
지방자치단체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써 정한다.
지방자치단체에는 각각 의회를 둔다.
지방의회의 조직, 권한과 의원의 선거는 법률로써 정한다.
3) 국사편찬위원회 우리역사넷(https://contents.history.go.kr : 검색 25.09.10)
4)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및 설치 운영에 관한 조례(안) ; 행정안전부 주민자치회 표준조례안(https://www.mois.go.kr)
5)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 제40조(주민자치회의 설치 등) ① 풀뿌리자치의 활성화와 민주적 참여의식 고양을 위하 여 읍ㆍ면ㆍ동에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 주민자치회(이하 “자치회”라 한다)를 둘 수 있다. ⑥ 자치회의 설치 시기, 구성, 재정 등 자치회의 설치 및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따로 법률로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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