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책연구

12-4[이슈와 논점 3] 소득과세에서 자산 과세로 중점을 옮겨야 할 때

진보정책연구원 2025. 9. 16. 11:12

 

소득과세에서 자산 과세로 중점을 옮겨야 할 때

 

 

 

 

“누군가는 더 부담해야 한다.”

 

10년 전 ‘세금전쟁(도서출판삼인)’이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던진 화두였다. 사실 ‘세금전쟁’의 원래 제목은 ‘제로섬 세금전쟁’이었다. 출판사에서 제목은 짧고 간명해야 한다고 하여 ‘세금전쟁’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

책을 쓴 이유는 간단하다. ‘저출생고령화’로 인해 향후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할 것이 므로 이는 소득세 세수 감소로 이어질 것이고, ‘저성장 고착화’로 인해 기업의 실적 또한 개선되지 않는다면 법인세 세수 또한 감소할 가능성이 큰데 그렇다면 정부는 앞 으로 어떤 세금으로 늘어가는 복지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더욱 큰 문제는 납세자가 세금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나만 세금을 덜 내면 된다”라는 단순하지만, 불가능한(?) 꿈들을 꾸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조세 정책을 비판하는 토론회를 개최했을 때, 자영업을 하는 납세자가 “왜 대기업과 고액 자산가 등 소위 부자에게 세금을 더 내게해야 하느냐? 부자가 세금 내면 우리 식당에 와서 쓸 돈이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들으면서 세금 교육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우리나라는 2002년 국세 수입이 100조 원을 넘어섰고 2012년에는 200조 원, 2022년에는 400조 원 가까이 증가했지만, 윤석열 정부가 대기업과 부동산ㆍ금융자산 계층에 대한 세금 부담 경감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소위 ‘부자감세’ 정책 을 추진하면서 2024년 국세 수입이 약 340조 원으로 60조 원(15%P)이 급감했다.

 

일본의 ‘새로운 자본주의 실현을 위한 세제 개정’

 

한편, 일본의 경우 2023년 세법을 개정할 때, 기존의 신자유주의적인 정책은 경제 활성화의 원동력이 되었지만 소득 격차의 확대 등 많은 폐해를 가져왔다고 하면서,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에 의한 ‘새로운 자본주의’ 실현이라는 목표를 제시하고 금융 자산에 대한 과세를 강화했다.

즉, 고소득자는 상대적으로 금융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 금융소득이 종합소득에 비해 낮은 세율로 분리하여 과세하고 있어서 종합소득금액 1억 엔을 경계로 고소득자일수록 도리어 실제 세금 부담률이 낮아지는 ‘1억 엔의 벽’이라 불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어 이를 개선하는 세법 개정을 단행했다. 구체적으로 2023년도 세제 개 정에서 3억 3천만엔 이상의 고소득자에 대해서 최소한의 부담(실효세율 22.5%)을 요구하는 조치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종합소득 금액이 1억 엔을 넘는 구간에서 고소득자에 대한 실질 세금 부담을 높여 세금 부담이 역전되는 현상을 차단했다.

 

일본의 총인구 감소와 상속세 과세 강화

 

사실 일본이 자산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기 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본격적으로 자산에 대한 과세 강화를 논의한 시점은 2013년 상속세 과세 강화로부터 시작되었다.

일본은 1995년 무렵부터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해 경제성장과 국민 1인당 GDP가 정체되는 시기에 직면하게 되는데,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침체하고 있었지만, 일본의 금융자산은 순조롭게 증가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산에 대한 과세 강화를 추진하게 되었다.

이러한 자산 과세 강화를 위해 먼저 상속세 과세 강화를 시행할 필요성이 제기되었 다. 일본의 생산연령인구의 비율 감소는 고령자 인구 비율 증가를 의미하며, 고령자 복지를 위한 사회보장비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일하는 사람이 줄고 일하지 않 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부자에게 과세하는 상속세’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구체적으로 상속세 기초공제를 정액 5,000만 엔에서 3,000만 엔으로 줄이고, 기초 공제도 1,000만 엔에서 600만 엔으로 축소했다. 또 6단계로 나눴던 세금 구간을 8 단계로 늘리면서, 최고세율을 5%포인트 상향시켰다. 결과적으로 상속재산 20억 원 이상에 대해서 세율을 구간별로 5%포인트 인상하였다.

그 결과 일본의 상속세 과세 대상 인구는 2013년 약 5만 건에서 2022년 약 15만 건으로 세 배 가까이 증가했고, 상속세 세수도 10조 원 이상 증가했다.

 

박근혜 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 심화시켜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일본은 2013년 상속자산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2023년 금융자산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였다. 반면, 일본과 비슷한 저출생ㆍ고령화와 저성장고착화가 진행 중인 우리나라는 2013년 박근혜 정부와 2023년 윤석열 정부에서 임기 내내 ‘부자감세’를 추진했다.

윤석열 정부의 부자감세는 소득과 자산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정부 지출을 축소해 내수 부진과 실물 경제위축을 초래하였다. 즉, 2024년 상위 10%(2억 1,051만원) 와 하위 10%(1,019만원)의 연평균 소득 격차가 사상 처음으로 연 2억 원을 돌파했고, 평균 자산 격차는 무려 15억 원 이상으로 벌어졌다. 부자감세로 인한 세수 결손, 그로 인한 지출 축소는 경제성장률 하락과 소비 축소로 이어져 민생경제에 막대한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세수 부족에 따른 경제 위축 효과가 미미했다고 주장했지만 2023년 과 2024년 정부 지출의 성장 기여도는 0.4% 포인트로, 2014년 이후 가장 낮은 수 준을 기록하였다. 2024년 소매판매액지수는 -2.2%를 기록하며 21년 만에 최대폭 으로 감소하였고, 2022년 이후 3년 연속으로 감소하여 역대 최장 감소라는 기록을 갱신했다.

윤석열 정부는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결손이 발생하면서,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기금 돌려막기, 한국은행으로부터 일시 차입, 불용, 지방교부세 및 지방교육재정 교부금 미교부 등으로 무마하려고 했다. 2024년 정부가 한국은행에 빌린 차입금과 재정증권 발행 규모는 223조 원으로 2023년 162조 원보다 37.5% 급증하였다.

또한, 국세와 연동되는 지방교부세와 지방교부금은 2023년 18.6조 원이 지급되지 않았고, 2024년 6.5조 원을 감액 조정하여 불용 처리하였다. 지방교부세와 지방교 부금의 축소는 지방자치단체의 사업 축소로 이어져 중산층과 서민의 생계를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예산 절감 운동과 병행하여야

 

앞에서 우리와 비슷한 경제 환경에 처해있는 일본이 자산 과세를 강화해 온 현황을 짚어보고, 동일한 시기에 박근혜 정부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부자 감세의 폐해에 대해 살펴보았다.

우리나라는 금융투자소득세를 폐기하고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를 유예하겠다고 하면서 이에 더하여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를 확대하는 세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한편, 일본은 금융투자소득에 대한 과세를 이미 시행하고 있고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종합소득으로 과세하여 국세와 지방세를 합해 최고 55%의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배당소득은 금융자산 과세강화의 일환으로 고소득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도록 조치하였다.

도대체 우리가 경제 실패, 재정 실패에 대표적인 사례로 꼽는 일본의 조세정책 추진과 우리의 조세정책은 왜이렇게 다르게 전개되고 있을까? 저출생 고령화의 심각성, 소위 버블 붕괴로 인한 절박감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국민에게 예산 정보를 공개하고 예산 낭비를 줄이기 위한 ‘사업구분’ 등의 운동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한다.

8월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개최한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에 참여하여 일본 정부 가 2009년 실시한 소위 ‘사업구분’ 사례에 대해 말씀드린 바 있다. 사업구분은 필요 한 사업과 불필요한 사업을 구분하고 효과적인 사업과 효과가 작은 사업을 구분하여, 불필요한 사업 예산은 폐지하고 효과가 작은 사업 예산은 축소해 간 사례이다. 일본은 사업구분을 통해 연간 약 10조 원의 예산을 절감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국민에게 불필요한 예산 사용 사례, 민간단체 등이 은퇴한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를 위한 자리를 만들고 예산을 배정받아 낭비한 사례, 과거 정권에서 무리한 건설공사 등 을 통해 권력층과 가까운 기업에게 예산을 몰아준 사례 등을 방송을 통해 가감 없이 생중계하였다.

국민여론도 예산낭비를 재정부족의 원인이 예산낭비에 있다는 의견이 많았으며, 재정 확보 방안으로 기존의 예산을 감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가장 많았다.

참여연대는 이재명 정부의 첫 예산안 발표를 전후로 국가재정 확충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묻는 국민여론조사를 시행한 바 있다. 구체적인 문항으로는 △우리나라 재정 부족 문제에 대한 인식, △우리나라 재정 부족 핵심 원인에 대한 인식, △AI 대전환, 저출생ㆍ고령화에 대응할 재원 확보 방안이었다.

먼저, 우리나라 재정 부족 문제에 대한 인식에 대해 응답자의 74.2%가 재정 부족이 심각하다고 대답했고, 심각하지 않다는 대답은 21%에 불과했다. 그다음 재정 부족 핵심 원인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41.9%가 예산낭비 때문에 국가 재정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부유층 감세, 대기업 감세가 원인이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고 복지 예산 증가 때문이라는 응답은 12.7%에 그쳤다.

사실 재정 전문가 대부분은 재정 부족의 원인에 대한 응답으로 복지예산 증가를 선택했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여론은 예산낭비가 압도적이었다. 마지막으로 재원 확보 방안에 대해 응답자의 28%는 복지예산과 관계없는 예산 삭감을 선택했고, 다음으로 복지예산 축소가 23.8%였다. 예산 감소를 통해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응답이 50%를 넘었다. 예산낭비 때문에 국가재정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분들 대부분이 예산 삭감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을 가능성이 높다. 세금 인상은 15.9%, 국가부채 확대 는 9.4%에 그쳤다.

 

그러므로 AI 대전환, 저출생·고령화에 대응할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가부채 확대나 세금인상에 앞서 예산절감을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눈여겨 볼 점은 국민여론은 국가부채보다 세금인상을 더 나은 재원 확보 방안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산절감을 위한 노력과 동시에 세금인상을 추진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지점이다.

 

금융투자소득세 즉시 시행해야

 

금융투자소득세는 즉시 시행해야 한다. 소득과세에서 자산과세로 전환하는 시점에 서 금융자산에 대한 과세 강화는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이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확대와 대주주 과세 기준 환원 등의 논의는 금융투자소득세 폐기로부터 야기된 결과이다. 예정대로 금융투자소득세가 시행됐다면 지금과 같은 불필 요한 논의가 계속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2018년 조세재정개혁특위에 다양한 기관에서 추천받은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조세 분야 전 분야에 대해 논의했는데, 거 의 유일하게 아무런 이의가 없었던 부분이 금융투자소득세 전면 시행이었다. 공정과 세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결정된 금융투자소득세가 폐기 되면서 금융자본에 대한 각종 세제혜택 에 대한 요구가 계속 분출되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자본가의 요구는 끝이 없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확대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은 2022년 기준 전체 주식 배당소득을 상위 0.1%가 49.1%를, 상위 1%가 70.2%를 차지하고 있고, 하위 99%의 배당 총액은 1인당 평균 50만 원 수준인 것과 크게 대비된다고 밝혔고, 조국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배당소득이 최상위 소득자들이 독식하는 구조로 되어 있고 2023년 귀속분 주식 배당소득이 30조 2,184억 원에 달하는데 상위 0.1%가 45.9% 를 가져간다고 지적했으며 상위 0.1%의 평균 배당소득이 1인당 8억 원인 반면, 하 위 50%인 870만 투자자의 평균 배당소득은 1인당 1만 2천 원에 그친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주식투자자 1,400만 명 중 배당소득이 있는 국민은 상위 30%인데, 상위 10%의 1인당 평균 배당소득 또한 1,560만 원으로 대다수 개미투자 자는 감세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배당소득의 절반을 상위 0.1%가 점 유하고 있어 대주주, 재벌총수 일가에 혜택이 집중되리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박근혜 정부의 ‘배당소득증대세제’의 세제 혜택을 받은 고배당 기업 수 가 2016년(2015년 귀속) 230개, 2017년(2016년 귀속) 198개에 그쳤으며 이들 기업이 배당한 금액 중 1.3~1.6% 수준만이 중소기업의 배당액에 해당하여 세제 혜택 이 대기업, 대주주에 집중되는 구조임을 지적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박근혜 정부에서 도입했던 배당소득증대세제에 대해 “시장 전체에 미친 효과는 제한적이며, 상당한 세수의 손실만 초래했다”라고 평가했다. 배당 증가는 기업지배구조, 현금흐름, 투자기회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감세가 곧바로 배당의 증가로 연결된다고 결론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재정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재분배 정책’은 다원적인 소통만으로는 궁극적인 합의에 이르기 어렵다. 국가성장이 저성장 고착화돼있고, 저출생·고령화로 인해 복지 예산이 급증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누군가는 더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적절한 합의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새 정부의 철학과 가치를 반영한 증세를 통해 본질적인 재정 부족 문제를 타개해 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