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사] 안보·에너지·재정·이주노동, 4개의 렌즈를 통해 본 한국사회 현실
이번 호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전환기 속에서, 우리가 다시 짚어야 할 질문들을 담았습니다. 각 글이 다루는 분야는 서로 다르지만, 공통된 문제의식이 있습니다. 바로 국가 권력과 자본, 국제 질서의 변화가 민중의 삶을 어떻게 재구성하고 있는가, 하는 물음입니다.
김동엽 교수(북한대학원대학교)의 글은 한미 SCM/MCM을 관통하는 ‘동맹 현대화’ 담론의 속살을 들춰냅니다. GDP 3.5% 국방비 증액, ‘역내 유연성’ 확대, 36조원 규모의 미국산 무기 구매 같은 숨겨진 청구서들이 어떻게 주권을 비용화하고, 군사· 정치적 종속을 강화하는지 짚습니다. 공동성명과 팩트시트 공개가 의도적으로 지연되는 과정까지 세밀하게 분석하며, 이 전환이 어떤 방식으로 국가의 자율성을 축소 하는지 밝히고 있습니다.
원고를 보내주신 다음날(11.14) 한미관세협상 팩트시트가 본 연구지 발행 직전 공개되었는데 예측치와 결과값이 완전히 일치해서 추가적인 해설이 필요없을 정도입니다. 독자들은 이 글을 이재명 대통령의 “한미양국이 함께 윈윈하는 한미동맹 르네쌍스 문이 활짝 열렸다”는 주장과 비교하여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권승문 연구기획위원(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은 ‘에너지 고속도로’를 둘러싼 국가전략의 방향을 다시 묻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실제 정책화 과정은 수도권 대형 산업단지 중심으로 흘러가며 지역을 전력 생산지로만 소환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합니다. HVDC 장거리 송전,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RE100 특구 등 현 정부의 핵심 정책을 통해, 에너지·산업·국토의 재편이 누구의 필요와 논리로 움직이는지를 드러냅니다. 그러면서 재생에너지 기반 지역분산형 체제와 산업입지 재배치 등 진보적 전환의 실질적 방향을 제안합니다.
정세은 교수(충남대 경제학과)는 2026년 예산안과 중기재정운용계획을 바탕으로 현 정부 재정정책의 선택과 회피를 분석합니다. 국채 발행 확대를 통해 성장 전략과 ‘AI 예산’에는 적극적으로 나서면서도, 복지 확대에는 계속해서 소극적이라는 점을 명확히 지적합니다. 한국의 국채·순부채 수준이 매우 낮다는 사실을 근거로 재정보 수주의와 부자감세를 비판하고, 양극화 심화 국면에서 복지·조세 개혁 없이 성장 중심 재정운용만으로는 불평등을 완화할 수 없음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마지막으로 김종우 연구교수(연세대 사회학과 BK21)는 현대·LG 조지아 공장 단속 사태를 통해 해외에서 이주노동자가 된 한국인의 현실을 비춰내며, 동시에 한국 내부 이주노동자의 조건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고용허가제, 장기체류·정주권, 건강보험, 계절노동·건설업 구조 등 산업 메커니즘을 면밀히 짚으며, 이주노동 문제를 노동 시장 전체의 구조적 문제로 재정의합니다. 배제와 혐오의 틀을 넘어, 노동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중심으로 제도 개혁과 연대를 구성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독자들은 안보·에너지·재정·이주노동 각각의 독자적인 글을 읽고 나서 지금 한국사회가 어떤 변화에 직면해 있는지 알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 변화가 결국 사람들의 삶의 자리와 권리, 그리고 사회의 구조적 균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국가전략과 산업정책, 재정운용, 노동시장 제도가 위에서 설계될 때 그 아래에서 어떤 부담이 전가되고 어떤 관계가 재편되는지, 네 편의 글은 각자의 렌즈로 그것을 드러내 줍니다.
2025년 11월14일
신석진_진보정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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