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 ‘동맹 현대화’의 청구서
“주권은 어떻게 상품이 되고, 평화는 어떻게 거래되는가?”

1. SCM/MCM의 가면 벗기기 : ‘동맹 현대화’인가, ‘종속의 현대화’인가?
2025년 11월,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Security Consultative Meeting)와 제47차 한미군사위원회회의(MCM, Military Committee Meeting)가 열렸다. SCM은 양국 국방장관, MCM은 합참의장이 각각 주재하는 한미 군사동맹의 연단위 최고위 협의체로 한미 관계의 군사동맹적 성격을 규정하고 향후 1년간의 안보 아젠다를 결정한다. 그러나 이번 회의는 단순한 연례 일정이 아니었다. 한국과 미국 모두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열린 회의였다는 점에서 이재명 정부와 트럼프 2기 행정부 모두에게 사실상 동맹을 재설계하는 출발점이자 향후 한미동맹의 방향뿐 아니라 한반도 안보환경의 향배를 결정짓는 분기점이었다.
이번 SCM과 MCM의 핵심 화두는 ‘동맹 현대화(Alliance Modernization)’였다. 동맹 현대화는 공식 문서상 ‘정보 공유, 기술 협력, 작전 체계의 상호운용성 강화’를 의미한다. 언뜻 들으면 기존의 동맹관계를 21세기형 협력구조로 진화시키겠다는 의미처럼 들리지만, 실제 내용은 비대칭 현대화, 즉 미국 중심의 종속적 제도화에 가깝다. 미국이 말하는 현대화의 실질적 의미는 동맹국의 역할과 비용 분담뿐만 아니라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과 국방산업의 일체화까지도 포함한다. 미국은 이 개념을 통해 동맹국과 우방국의 군사·산업 역량까지 통합함으로써 미국의 안보와 이익을 지키기 위한 세계적 네트워크를 완성하려 한다.
동맹 현대화가 단순히 전략적 유연성의 새 단어가 아니라는 점에서 주한미군에만 국 한된 용어가 아니다. 단순한 안보 협력이 아니라 한국의 군사력, 방위산업, 예산, 외교전략을 모두 미국식 체계로 통합하는 과정이고 ‘통합억제(integrated deterrence)’를 제도화하기 위한 구조적 장치다. 표면적으로는 ‘상호적 현대화’를 내세웠지만 핵심은 대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속에 한국을 더 깊숙이 편입시키는 데 있다.
이러한 구도 아래에서 SCM/MCM은 더 이상 과거처럼 한미 간 현안을 협의하고 조율하는 장이 아니다. 동맹을 재확인하는 자리가 아니라 ‘동맹 현대화’라고 쓰고, ‘종속 현대화’로 읽는 ‘동맹 재계약서’를 쓰는 자리이다. 한국은 미국이 제시한 동맹 재계약 조건을 받아들였고, 미국은 그 대가로 핵잠수함 승인과 확장억제 강화와 같은 상징적 보상을 내밀었다. 결국 이번 SCM/MCM은 협의의 장이 아니라 흥정의 장, 동맹이 아니라 계약과 대금 결제의 절차로 기능했다. ‘동맹 현대화’라는 수사는 번듯 하지만, 그 안의 본질은 단 하나다. 사라진 주권의 자리에 “누가 얼마를 내고 무엇을 얻을 것인가”를 묻는 ‘안보의 거래화’가 새로운 동맹의 얼굴로 등장했다.
2. 전시작전권 환수의 실종과 한미군사연습의 정당화
전시작전권은 한미동맹의 군사주권을 가르는 핵심 기준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전작권을 임기 내 가져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025년 SCM을 통해 드러난 것은 주권 의 복원이 아니라 전작권 환수의 실종이었다. 여전히 그것은 정치적 결단의 문제가 아니라 조건 충족, 평가 절차, 역량 기준이라는 행정적 언어 속에 갇혀 있다. 전작권 환수는 기술적 과제가 되었고, 언제든 미루거나 재조정할 수 있는 협상의 카드로 남았다.
이번 SCM에서 한미 국방장관은 “전작권 전환의 조건 충족과 연합방위태세 강화를 위해 지속 노력한다”고 밝혔다. “전작권 전환 조건의 조기 충족을 위해 연합훈련을 지속 확대한다”고도 합의했다. 정치적 결단의 언어는 사라지고, 기술·평가·검증의 언어만 남았다. 내용은 오히려 후퇴했다. 안규백 국방장관은 SCM 회의 직후 “전작권 환수와 관련해 완전운용능력(FOC) 2단계 검증 단계에서 상당한 진척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는 전작권 환수를 여전히 ‘조건 기반 전환’으로 보고, 그 조건을 충족시 키기 위해 한미연합훈련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를 반복한 것이다. 결국 ‘전작권 환수’라는 말은 여전히 ‘조건 충족’이라는 전제를 떠나지 못했다. 우리 스스로 아직도 전작권 환수를 ‘협의 중인 사안’으로 남겨두고, 그 조건을 영원히 충족시키지 못할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한미연합훈련, FOC 검증, 조건 충족은 주권의 회복을 미루 는 단어이자 한반도 평화를 가로막는 언어다.
훈련의 성격도 바뀌었다. ‘전쟁 대비 훈련’이 아니라 ‘통합운용 시험’이 중심이다. 연합훈련의 강화는 단지 북한 대응 차원을 넘어, 한미동맹의 작전 일체화를 완성하는 절차다. 한미연합사령부, 연합공군작전사, 사이버전사령부, 우주작전센터까지 참여 하는 훈련은 이미 미군의 작전망을 중심으로 짜여 있다. 한국군은 훈련의 주체가 아니라 시스템의 하위 참여자가 되었다. 이번 SCM 기자회견에서 안규백 국방장관은 “핵과 재래식 무기를 통합한 CNI(Conventional-Nuclear Integration) 체제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곧 한국군의 역할이 재래식 군사력의 제공에 머물고, 통합억제의 최종 결정권은 미국이 쥔다는 뜻이다. 한국은 ‘통합억제’라는 이름 아래, 사실상 ‘이중 지휘체계’를 제도화했다. ‘전작권 전환’은 훈련의 명분이 되었고, ‘훈련 강화’는 종속을 합리화하는 언어가 되었다.
미국은 전작권 환수를 위한 조건을 지속적으로 갱신하며 새로운 군사 투자와 장비 도입을 요구해 왔다. 전작권은 주권의 상징이 아니라 무기 판매의 영업장이 되었다. 이제 전작권 환수의 조건은 한국이 미국산 무기를 얼마나 구매하느냐, 미국식 지휘 체계를 얼마나 충실히 이식하느냐에 달려 있다. “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감시·정찰 능력 확보”라는 명목 아래 F-35A 스텔스 전투기, 항공통제기 2차 사업, 장거리미사 일 방어체계가 포함되었다. 무기 목록이 곧 전작권의 조건이 되었고, 전작권은 협정의 보상 항목으로 변했다.
SCM에서 주권의 복원 대신 무기 구매가 논의되었고, 지휘권의 회복 대신 연합훈련의 강화를 약속했다. 그 결과 한반도 평화는 군사적 긴장의 관리로 대체되었다. SCM은 남북 대화의 여지를 넓히는 협의의 장이 아니라, 북한 위협을 상수로 고정시 키는 재확인 절차가 되었다. “북한의 위협에 공동 대응한다”는 문장은 북한을 영구한 적으로 상정하는 외교적 선언이기도 하다. 평화는 억제 속에 감금되고, 대화는 전제에서 삭제되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남북 신뢰 회복과 대화의 길을 열겠다”고 했다. 그러나 SCM은 정반대의 신호를 보냈다. 전작권 환수는 여전히 유예 중이다. 이 번 SCM은 대통령의 약속을 ‘전작권 관리의 영구화’로 변질시켰다. 이재명 정부가 말한 임기 내 전작권 환수는 연합훈련의 일정표 속에서 사라졌다. 이제 그것은 단순히 미뤄진 과제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불가능해진 과제가 되어가고 있다. 한미연합 훈련의 강화, 통합억제의 제도화, 무기 구매의 상시화가 이어지는 한 전작권은 환수 가 아니라 영구 대여의 형태로 고정될 것이다. 그리고 그 대가로 얻은 것은 한반도의 평화가 아니라, 전쟁 준비의 영속화라는 불안한 안정이다.
3. SCM의 본질과 동맹 현대화의 실체 : ‘핵추진잠수함’이라는 허영과 세장의 청구서
아직 SCM 공동성명이 공개되지 않은 지금,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으로도 이번 SCM의 구조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번 SCM의 실체는 ‘동맹 현대화’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정치경제적 거래 구조였다. 표면의 상징은 ‘핵추진잠수함(SSN)’이었지만, 그 실질은 주권의 세 영역-재정, 외교, 산업-을 담보로 한 세 장의 청구서였다. SCM은 협의가 아니라 결제였다.
핵추진잠수함은 그 거래를 가능케 한 ‘미끼’였다. 군사적 효용보다는 외교적 상징 으로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유도하기 위한 명분 축척이었다. 해군이나 국방부가 외교부 주도의 핵추진잠수함 언급은 군사안보전략이 아니라 핵연료주기 협상(농축·재 처리권) 재개를 위한 외교적 카드였던 셈이다. “핵연료만 공급받으면 된다”는 접근은 자주국방의 언어로 포장된 외교적 거래의 언어였다. 미국은 이를 정치경제적으로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필리 조선소에서 만들어 주겠다”는 발언은 그 순간 군사안보 이슈가 경제의 정치로 전환된 장면이었다.
결과적으로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핵추진잠수함이라는 불투명한 상징적 보상을 얻는 대신 SCM은 세 가지 구체적 대가를 약속한 자리로 귀결되었다. 아직 공식 문서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회담 결과와 미측 발언,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국방비 증액, 전략적 유연성 확대, 미국산 무기 구매, 이 세 가지는 한미 간 거래의 세 장 의 청구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핵추진잠수함은 명분이었고, 결제는 다른 항목에서 이뤄졌다. 표면의 상징과 장부의 항목이 어긋난 구조, 그것이 이번 SCM의 본질이다.
첫째 청구서 : ‘GDP 3.5%’ 국방비 증액
첫 번째 청구서는 재정 주권의 문제다. 미국은 트럼프 1기 때부터 집요하게 한국의 국방비를 ‘GDP 3% 이상’으로 끌어올릴 것을 요구해왔다. 이번 SCM에서 “2035년 까지 국방비를 GDP의 3.5% 수준으로 증액한다”는 합의가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 다. 공식 발표가 나오지 않았지만, 이 방향이 이미 양국 간 협의의 기본 프레임으로 작동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GDP 3.5%는 동맹의 의무가 아니라 종속의 비율이다. 국방비의 GDP 연동은 서로 상충하는 주한미군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의 최종 진화형이다. 미국은 이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라는 한정된 틀을 넘어, 이제 한국의 전체 예산 구조를 미국방부의 계산식 안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이는 아래 에서 상술할 '36조 원 무기 구매'의 재원을 미리 확보해주는 재정적 담보다. 국가 재정의 우선순위를 군사비 중심으로 고정하는 군사화된 재정정책이다.
‘GDP 3.5%’는 단순한 국방비 목표가 아니다. 재정 자율성을 제약하는 제도적 장치이며, 결국 우리 사회적 의제를 군사비로 대체시키는 프레임이다. 2025년 기준 GDP의 2.32% 수준인 국방비를 10년 안에 3.5%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매년 7.7%에서 8%에 달하는 국방비 인상이 필요하다. 추산에 따르면 2035년 국방비는 128조 4천억원에 달한다. 향후 10년간 한국 사회가 기후 위기, 불평등 해소, 복지 확대 등 미래 세대를 위해 사용해야 할 국가 예산의 편성이 국방비 증액이라는 숫자 앞에서 밀려나고 군비경쟁에 저당 잡히는 재정 주권의 포기 선언이다.
둘째 청구서 : 전략적 유연성과 방위비 부담금의 모순
두 번째 청구서는 외교 주권의 문제다. 이번 SCM 공동성명 초안으로 알려진 문구에는 “북한의 침략에 대한 억제 및 대응태세”라는 표현 대신 “북한을 포함한 모든 역내 위협”이라는 구절이 삽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한 문장은 주한미군의 역할이 한반도 방어에서 인도–태평양 전략 수행으로 확장됨을 뜻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 합의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는 결이 다르다. 한미동맹은 더 이상 한반도 전용 동맹이 아니다. 우리의 땅은 미국의 대중 견제 전략의 지역 거점이자 기지로 재편되고 있다.
핵추진잠수함 논란은 바로 이 문맥 속에서 제기됐다. “한국이 SSN을 보유하면, 중국 (쪽) 잠수함을 추적해 미국을 지원할 수 있다”는 논리는 한미동맹의 역할 분담을 ‘역내 유연성’이라는 이름으로 확대하는 논리다. 동맹의 협력 구도안에서 한국군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보조 전력으로 편입된다는 의미다. ‘협력’이라는 표현 뒤에 가려진 것은 자율성의 축소, ‘공동 억제’라는 명분 아래 진행되는 종속의 제도화다. 결국 ‘역내 위협’이란 단어가 우리의 전략적 자율성을 잠식하고 역할과 비용 분담의 책임을 한반도 밖으로까지 확장시키는 트로이 목마가 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방위비 분담금에도 직결된다는 점이다. 미국은 주한미군의 작전 범위가 넓어질수록 한국의 재정 부담도 커져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즉, 한반도 방어비용뿐 아니라, ‘역내 안보비용’을 한국이 함께 분담해야 하는 모순적인 요구가 등장한다. 이는 곧 미국의 세계 전략을 한국의 세금으로 유지하겠다는 의미이다.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표현이 실상 ‘재정적 종속성’으로 바뀌고, 동맹의 지역적 성격은 미국 주도의 글로벌 안보구조로 확장된다. 그만큼 한국의 외교적 자율성은 좁아지고, 국민의 세금은 넓어진 작전지도 위에서 소비될 것이다.
셋째 청구서 : ‘36조 원’ 미국산 무기 구매
세 번째 청구서는 군사산업적 종속의 문제다. 한미정상회담 직후, 향후 5년간 약 250억 달러(36조 원) 규모의 미국산 무기 구매가 예정되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역시 공식 확인은 없지만, ‘동맹 현대화’의 주요 거래 항목으로 이미 자리 잡았다. 이른바 FMS(대외군사판매)는 미국 정부가 결정하는 협상이 불가능한 계약이다. FMS는 ‘전작권 조건’을 매개로 정책 결정을 조달 계약으로 전환시킨다.
한국은 “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전력 확보”라는 명목으로 이 구조를 받아들일 것이 다. 결국 전작권은 주권의 상징이 아니라 무기 구매의 조건문으로 바뀌었다. “전작 권 전환에 필요한 감시·정찰 능력 확보”라는 표현 아래 F-35A 추가 도입, 항공통제 기 2차 사업, 장거리미사일 방어체계가 포함된다. 무기 목록이 곧 조건표가 되고, 조건표가 곧 거래의 영수증이 된다. SCM은 무기 판매의 전시장으로 전락했다.
예상되는 세 장의 청구서를 가능케 한 것이 바로 핵추진잠수함 카드다. 핵추진잠수 함은 주권의 상징이 아니라 주권 거래의 문을 여는 미끼였다. 한국은 “핵추진잠수함 을 원한다”는 발언으로 협상 테이블을 열었지만, 미국이 그 순간 가격을 매겼다. 트럼프 대통령의 “필리 조선소에서 지어주겠다”는 말은 그 구조를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낸 문장이다.
어쩌면 핵추진잠수함은 얻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돈은 지불될 것이 고, 그 대가로 얻은 것은 평화의 후퇴가 될 것이다. 이번 SCM에서 동맹은 협력의 언어로 쓰였지만 그 본질은 주권의 거래였다.
그러나 이 모든 청구서는 아직 문서로 확정되지 않았다. 이제 남은 것은 ‘지연된 문서’가 언제, 어떤 가격표를 달고 등장하느냐의 문제다. 그 침묵의 이유를 살펴보는 것이, 이번 SCM이 보여준 동맹 재계약의 본질을 보다 분명하게 드러내는 일일 것이다.
4. ‘지연된 문서’가 드러내는 것 : 아직 발표되지 않은 합의의 정치경제학
이번 SCM의 가장 이상한 대목은, 정작 그 중요한 ‘청구서’가 아직 문서로 등장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정상회담 팩트시트도, 예정된 SCM 공동성명도 발표되지 않았 다. 이례적이다. 정부의 설명은 “미국 내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짤막한 설명을 내놓았지만, 그 이상의 정보는 없다. 그러나 바로 ‘지연’ 자체가 지금의 한미관계를 설명해 주는 징후다.
한미 간에 이미 합의가 끝난 사안이라면 공개를 미룰 이유가 없다. 지연은 단순한 행 정 절차가 아니라 계산의 연장선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핵잠수함 추진용 핵연료 공급 요청’을 받은 직후, 미국 측은 이미 조율된 합의문 발표를 미뤘다. 한국이 원하는 ‘SSN 승인’을 마지막 카드로 남겨둔 채, 미국은 그에 상응하는 반대급부-국방비, 방위비, 무기 구매, 전략적 유연성 확대-를 최종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공개되지 않은 이유는 조율이 끝나지 않아서가 아니라, 국방비 인상, 전략적 유연성, 무기 구매라는 세 개의 항목이 실 제 얼마의 가격표로 묶일지 정확한 계산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공개가 늦어지는 이유를 따라가다 보면, 이번 SCM이 보여준 ‘동맹 현대화’의 진짜 성격, 즉 안보와 경제가 얽힌 정치경제적 거래의 본질이 한층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공동성명이 늦어진 이유는 단순한 문안 조정이 아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과 SCM 은 경제와 안보, 통상과 군사, 기술과 무기가 완전히 맞물린 ‘하나의 거래’로 엮여 있 었다. 본질은 군사안보적 이유보다 우선한 트럼프 정부의 셈법은 미국의 안보 산업 구조와 경제적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한 재계약이었다. 미국 내 일자리·설비 귀속형 등 경제 이익 우선의 동맹관리를 위한 현대화였다. 이재명 정부는 “전략적 자율성· 평화외교”를 내세웠지만, 결과는 미국이 청구서를 내고 한국이 결제하는 비정상적 인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미국은 안보 협의의 틀 속에 통상과 투자 문제를 밀어 넣었고, 한국은 경제 협상의 부담을 안보의 언어로 상쇄하려 했다. 결과적으로 한미 동맹은 두 개의 다른 회의가 아니라, 하나의 정치경제적 패키지 협상으로 작동했다. 안보·통상·투자·핵연료가 묶이면서 공개 시점은 ‘외교의 시간’이 아니라 ‘정산의 시 간’이 되었고, 이번 지연의 근본 원인이다.
공동성명은 외교적 합의의 산물이라기보다, 양국의 이해가 맞닿은 순간에만 완성되는 일종의 ‘정치경제적 계약서’가 되었다. 따라서 문서의 지연은 외교의 실패가 아니라 거래의 과정이다. 문서가 늦어진다는 것은 아직 가격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번 지연이 특히 의미심장한 것은, 한미 간 협의가 ‘안보의 틀’ 안에서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실제 쟁점이 무기, 투자, 통상, 핵연료였다는 점이다. 미국 상무부가 “한국의 핵추진잠수함은 미국 내 조선소에서 건조해야 한다”는 보도 역시 그 연장선이다. 군사협의에서 시작된 논의가 어느새 산업계의 로비 테이블 위로 옮겨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지금의 ‘동맹 현대화’가 가진 진짜 성격이다. 따라서 아직 발표되지 않은 팩트시트는 단순히 “한미가 합의한 내용을 국민에게 알리지 않는다”는 문제가 아니다. 그 문서의 지연은 안보와 경제가 분리되지 않는 동맹 구조, 즉 ‘안보의 거래화’ 라는 체질적 문제를 드러내는 사건이다. 누가 얼마를 부담하고, 어떤 무기를 사며, 어떤 권한을 포기할 것인가. 이것이 협의의 핵심이라면, 발표 시점은 곧 거래의 종결 시점이 된다. 지금의 침묵은 단순한 절차가 아니다. 그것은 동맹이 협력의 이름으로 거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침묵이다. 팩트시트가 발표되는 순간, 우리는 그 거래의 가격표를 보게 될 것이다. 그때 밝혀질 것은 ‘동맹의 성과’가 아니라, 한국이 어떤 조건으로 평화를 저당 잡혔는가 하는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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