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논점 2]에너지고속도로와 진보적 에너지전환의 방향_권승문

1. 에너지고속도로에 대한 오해와 진실?
(1) 에너지고속도로의 등장과 변화
‘에너지고속도로’란 용어는 2021년 민주당의 에너지기후 대선 공약으로 처음 제시 됐다.1) “박정희 정부의 ‘산업용 고속도로’가 산업화의 토대가 되었고, 김대중 정부의 ‘인터넷 고속도로’가 대한민국을 IT 강국으로 이끈 것처럼 기후위기 시대의 대전환 을 준비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드는 ‘에너지고속도로’를 건설하겠다.”는 캐치프레이즈였다. 이후 2021년 말에는 “에너지고속도로는 ‘누구나’ ‘어디서나’ 재생에너 지를 생산하고 공급하고 소비할 수 있는 ‘분산형 에너지 네트워크’이며, 우리의 앞선 정보통신기술(ICT)과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4차산업 기반 신기술을 재 생에너지 중심 전력망에 결합한, ‘지능형 에너지 인프라’”로 개념화되었다. 하지만 2022년 대선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면서 ‘에너지고속도로’란 용어와 개념도 수면 아래로 사라졌다.

2024년 들어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디지털화를 위한 전력시스템 혁신의 필요 성이 제기되면서 에너지고속도로는 확대되는 재생에너지를 전력망에 안정적으로 통 합해 유연하고 효율적인 탈탄소 전력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정책 구상으로 재등장했 다. 에너지고속도로는 전국의 에너지자원(분산자원 포함)을 신속하게 통합해 각 지 역의 재생에너지 생산과 소비를 하나의 효율적 네트워크로 연결함으로써 적기에 에 너지를 안정적으로 전달하는 스마트그리드를 의미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에너지고속도로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분산전원을 확대하고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한 방식의 에너지시스템을 수립하기 위해 전력시스템의 3D(탈중앙화·탈탄소화·디지털화)를 지향해야 하며, 이를 위한 주요 입법 및 정책과제가 제안되었다([표 1] 참조).2)

2025년 들어 에너지고속도로는 산업과 전력망을 연결하는 국가 전략으로 의미화하 고 있다. AI 기반 스마트그리드를 통해 전국적으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첨 단산업의 성장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지원하는, 단순한 전력망이 아닌 제도·재정·산 업정책이 종합된 경제 패키지로 설명되고 있다.3)
(2) 에너지고속도로의 정책화 과정과 문제점
2025년 8월에 발표된 『이재명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에는 123대 국정과제 중 38대 과제에 ‘경제성장의 대동맥, 에너지고속도로의 구축’이 포함돼 있다.4) 전국 주요 산업거점과 재생에너지를 잇는 한반도 첨단 전력망 신속 확충과 재생에너지 등 과 연계한 기후테크 산업 성장동력화, AI기반 첨단 에너지지스템 구현 및 전력망 거 버넌스·제도 혁신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중 에너지고속도로는 재생에너지 핵심 클 러스터인 호남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 등에 보내기 위한 고압직류송전(HVDC) 망 등을 연결하는 것을 말한다. 2030년대에 서해안을 축으로 하는 에너지 고속도로 를 우선 건설하고, 이후 남해안·동해안으로 넓혀 2040년대에는 국토에 U자형 에너 지 고속도로를 놓겠다는 것이 국정기획위의 구상이었다([그림 2] 참조).5) 또 ‘전력망 위원회’를 통해 전력망 건설에 따른 갈등을 관리하고 소통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1일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주재한 ‘제1차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위원 회’(이하 전력망 위원회)가 개최돼 고압 송전선(345kV) 70개 노선과 변전소 29개 등 건설을 결정했다.6) 전력망 위원회는 지난 9월에 시행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에 근거해 에너지고속도로로 대표되는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을 위한 주요 사 업을 논의하는 범정부 민관 합동 협의체이다. 그리고 정부는 에너지고속도로를 “전 국의 산업단지 등 주요 전력수요 지역과 재생에너지 등 발전원이 밀집된 지역을 국 가기간 전력망으로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전력 인프라”로 정의했다.
문제는 현재 국내 전력수급시스템이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전기 소비지인 수도권 으로 보내는 ‘중앙집중형’인 상황에서 송전망 확충은 이러한 불균형을 고착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도 이러한 여건을 인정하면서 전력망 확충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10원 1일 발표한 『국가전력기간망 시스템 혁신의 도 약을 위한 HVDC 산업육성전략』을 추진하는 배경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따른 재생 에너지 확대 전망 하에서 주요 발전지역과 전력수요의 지리적 불일치가 지속되면서 장거리 송전망이 필요하고, 전력수요의 수도권 집중이 가중되면서 송전망 부담을 증 가시키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그림 3]과 [그림4] 참조). 결국 현재의 전력수급 불일 치를 해결하기보다는 현 상황을 유지한 채 장거리·대용량 송전망을 대폭 늘리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되었다.

또한 장거리·대용량 송전망이 필요한 배경으로 반도체·AI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글 로벌 주도권 확보를 위한 투자 확대로 전력수요가 대폭 증가할 것이라는 점을 들면 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예로 제시했다.7) 현재에도 고전력 첨단산업(반도체·디스 플레이·이차전지) 약 70%가량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그림 5] 참조), 수도권 데이 터센터가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있어 충청권과 호남권의 전력이 모두 수도권으로 향하고 있다([그림 6] 참조). 여기에 윤석열 정부에서 허용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까지 조성되면 수도권 전력 집중 현상과 고압송전망 건설에 따른 지역 갈등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2. 에너지고속도로를 둘러싼 갈등과 비판
이미 동해안 쪽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4GW)를 수도권의 반도체 공장, 데이터센터 등에 보내기 위한 ‘동해안-동서울 초고압직류송전망(HVDC)’ 건 설사업이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2029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전북 서남권(2.4GW) 과 전남 신안(8.2GW)의 해상풍력으로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345kV(킬로볼트) ‘신정읍-신계룡 송전선로’ 사업도 주민들에게 사업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등의 이유로 갈등을 빚고 있다.8)
지난 10월 15일 오전 전국 40여 개 환경·시민단체와 주민대책위원회, 지방의회들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재명 정부는 윤석열 정부의 잘못 된 반도체 국가산단 건설 정책과 국가기간전력망 건설 정책을 이어받고 있다.”며 “70개 노선의 고압 송전선(345kV)과 29개 변전소 등 3800㎞의 전력망을 건설해 전국에서 생산한 전력을 용인의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로 집중시키고 있다.”고 비판 했다.9) 전력 생산이 없는 용인에 대규모 반도체 국가산단을 지을 것이 아니라 전력 생산이 풍부한 호남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불필요한 고압송전망 건설을 폐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2023년 3월 윤석열 정부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조성 계획을 발표했 다. 삼성전자가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짓도록 허용하겠다는 것이었다. 용인시 처인 구에 들어설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산단에는 약 10GW(기가와트)의 전력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수도권 전력수요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막대한 양이 다. 여기에 SK하이닉스가 이미 용인에 조성하고 있는 반도체 일반산업단지에 필요 한 6GW를 포함하면 총 16GW 규모의 전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 중 3GW는 LNG발전소 신규 건설을 통해 확보하고, 7GW는 호남권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장 거리 송전선로로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10)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728만㎡(제곱미터) 부지에 대규모 반도체 제조공장 6기와 60개 이상의 협력기업이 입주하는 국가 전략사업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용인 반도 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전력(16GW)은 2024년 기준 국내 전체 전력수요(약 97GW) 의 16.5%에 해당하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11) 서울 면적의 1.9%에 불과한 용인 반 도체 클러스터에 이렇게 많은 전기를 공급해야 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면적 당 전력은 서울의 32배에 달한다.
이재명 정부는 기후 위기 대응과 분산형 에너지 체계 구축, 국가균형발전을 강조하 며 RE100 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RE100 산단은 지역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해당 지역 산업과 주민에게 우선 공급하는 분산형 체계를 목표로 한 다.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에 ‘지산지소(지역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지역에서 쓴 다)’형 RE100 산단을 조성하기 위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포함하는 특별법을 제정 해 기업유치를 위한 분산형 모델 및 재생에너지 요금을 강구하고, 정주·교육 여건을 조성해 신도시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12) 하지만 RE100 산단 조성 방안 마련 을 위한 관계부터 합동 TF가 꾸려지는 사이 RE100 산업단지 구축 정책과 근본적으 로 배치되는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 계획은 재검토나 중단 등 어떠한 논의도 없 이 오히려 빠르게 진행 중이다.
환경·시민단체와 주민대책위원회, 지방의회들이 “이런 정책은 지방을 수도권의 ‘에 너지 식민지’로 전락시키고, 송전탑 통과 지역 주민들의 희생을 전제로 하며, RE100 시대에 반도체 기업과 경기도의 경쟁력에 역행하는 등 망국적인 수도권 집 중 난개발 사업”이라며 “송전망 갈등을 줄이고 지역 균형 발전을 이루기 위해 민주 적이고 투명한 논의의 장을 열어야 한다.”13)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정책이 ‘기후위기 대응’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수도권 산 업 보존 프로젝트’로 작동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14)
3. 진보적 에너지전환의 방향
오랜 기간 국내 전력망은 지역에 밀집한 석탄 등 화력발전소와 핵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대규모 인구와 공업단지 등이 모여있는 수도권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송전하 는, 국가 주도의 ‘중앙집중형’으로 건설됐다. 하지만 이제는 오래된 화석연료 중심의 중앙집중형 전력망 시대가 가고 새로운 재생에너지 중심의 지역분산형 에너지전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정부도 ‘한국형 차세대 전력망’ 구축에 본격 착수했다.15) 한 국형 차세대 전력망은 재생에너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분산 에너지를 AI 기술 로 제어하여 전력 생산-저장-소비를 최적화하는 지능형 전력망(마이크로그리드)을 의미한다. 에너지고속도로가 전국 계통에 필요한 송전망을 구축하는 것이라면 차세 대 전력망은 지역 단위의 촘촘한 소규모 전력망을 배전망에 구축하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고속도로에 대해 “‘수도권 일극주의’로 불 리는 불균형 성장 전략이라는 오해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라고 지적하며, “에너 지고속도로란 서울로 가는 뻥 뚫린 길이 아니고, 대한민국 전국을 촘촘하게 연결하 는 첨단 전력망을 말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16) 정부는 기존 전력망이 대형 발전 원(원전·화력)에서 수요처로 연결되는 ‘단방향’ 구조라면, 차세대 전력망은 지역 단 위로 촘촘한 배전망을 구축한 뒤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를 인근 지역에서 사 용하고 남은 전기를 다시 송전망으로 보내는 ‘양방향’ 계통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설명 했다. 정부 에너지정책의 방향이 ‘지산지소’라는 것을 다시 확인한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를 활용할 지역 산업유치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RE100 산단은 이제 논의가 시작된 단계이고, 지난 11월 5일에 분산에너지특 화지역(이하 분산특구)으로 지정된 전남, 제주, 부산, 경기 등 4곳도 이제야 실증사 업을 위해 준비할 수 있게 됐다.17) 분산특구는 원거리 송전망을 이용하는 대신 수요 지 인근에서 에너지를 생산하고 이곳에서 소비하도록 하는 지산지소형 시스템으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 근거하고 있다. 정부의 이러한 사업의 방향과 의미를 인정하더라도 그 규모와 시급성 측면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근본적으로는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기업이나 공장, 산단 등을 전력이 생산되는 곳 으로 이동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18) 이동하는 기업이나 공장에는 전기 요금 인하 등 인센티브를 주는 한편, 수도권에는 전력 소비가 큰 공장이나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수 없게 하는 규제를 동시에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공장을 전 력 생산 지역으로 보내면 된다는 생각을 넘어 재생에너지와 전력망, 국토 및 산업 계 획을 통합적으로 설계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탄소중립을 고려한 지역별 분산형 재생에너지 확대와 석탄발전소 등 폐쇄, 산업전환 전략을 통합적으로 고려한 계획 마련과 실행이 시급하다.
1) 배지영(2024), 「왜 ‘에너지고속도로’ 인가 (1)」. 민주연구원 정책브리핑 2024-38호(2024.10.21.), 6쪽
2) 배지영(2024), 「왜 ‘에너지고속도로’ 인가 (1)」. 민주연구원 정책브리핑 2024-38호(2024.10.21.), 5~7쪽.
3) 배지영(2025), 「에너지고속도로 10문 10답」. 민주연구원(2025.5.29.), 32~33쪽.
4) 국정기획위원회(2025), 『이재명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 75쪽.
5) 경향신문, 2025. 8. 13., 「2030년대 서해안, 2040년대 한반도 에너지 고속도로 완성」 https://www.khan.co.kr/article/202508131546001#ENT
6) 기후에너지환경부, 2025. 10. 1.,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 제1차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위원회 개최」
7) 기후에너지환경부(2025), 『국가전력기간망 시스템 혁신의 도약을 위한 HVDC 산업육성전략』, 1쪽.
8) 한겨레, 2025. 8. 20., 「에너지고속도로 ‘오해’...정부의 ‘지산지소’ 시그널에 달렸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214309.html
9) 한겨레, 2025. 10. 15.,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전력 대량 생산하는 호남으로 옮겨야”」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223471.html
10) 권승문, 2025. 10. 2., 「새만금, 대왕고래, 기후대응댐, 그리고 용인 반도체」, 초록發光, 프레시안.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5100210453366188
11) 유재국, 2025. 8. 21.,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 공급 리스크 진단」, 이슈와 논점 제2401호, 국회입법조사처.
12) 국정기획위원회(2025), 『이재명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 76쪽.
13) 한겨레, 2025. 10. 15.,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전력 대량 생산하는 호남으로 옮겨야”」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223471.html
14) 이민원, 2025. 10. 20., 「‘수도권 흡입형 에너지정책’은 국가설계의 붕괴다」, 왜냐면,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opinion/because/1224422.html
15) 산업통상자원부, 2025. 7. 31., 「한국형 차세대 전력망 구축 본격 착수」, 보도자료.
16) 한겨레, 2025. 7. 31., 「전국 ‘지능형’ 재생에너지 전력망 구축한다...“에너지 민주주의 실현”」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211022.html
17) 기후에너지환경부, 2025. 11. 5., 「전남, 제주, 부산, 경기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 보도자료.
18) 한겨레, 2025. 8. 20., 「에너지고속도로 ‘오해’...정부의 ‘지산지소’ 시그널에 달렸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21430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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