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 [이슈와 논점 3] 2026년 예산안과이재명 정부의 조세재정정책 기조

재정 여력을 활용한 소폭의 확장 재정
지난 8월 29일 ‘회복과 성장을 위한’ 2026년 예산안이 발표되었다. 윤석열 정부의 감세와 허리띠 졸라매기로 열악해진 조세재정 환경, 내수 부진과 양극화 심화 해소, 인공지능·에너지전환 등 대응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발표된 예산안이다. 예산안과 동시에 2025~20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이 발표되었다. 이 두 자료는 향후 이재명 정부가 어떠한 조세재정정책을 기획하고 있는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예산안의 핵심인 총지출 규모를 보면, 내년은 본예산을 기준으로 하면 8.1%, 추경을 기준으로 하면 3.5% 증가하는 것으로 계획되었다. 내년도 명목경제성장률이 3.8% 정도로 전망한다면, 본예산 기준으로는 확장적, 추경 기준으로는 유지 정도이다. 어느 것이 기준이 되어야 하는가는 논의의 대상인데, 관리재정수지가 GDP 대비 4% 적자로 계획되어 소폭의 확장 재정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윤석열 정부의 허리띠 졸라매기로 인해 긴축재정 정책이 실행되었는데 그것까지 감안한다면 충분히 ‘확장’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2026년 예산안은 국채 발행을 늘려서 재정지출을 늘리는 전략을 선택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기조는 중기적으로도 유지되는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가 제시했 던 2024~2028년 재정계획과 2025~2029년 재정정책을 비교해 보자. 총수입 전망은 큰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총수입, 국세수입, 조세부담률, 국민부담률 모두 양계획에서 비슷하다. 총수입은 비슷하고 총지출은 이번의 중기 재정계획보다 훨씬 크게 잡혔는데, 총지출 중에서 의무지출은 비슷하고 재량지출이 크게 잡혔다. 총수입 은 그대로인데 총지출이 증가했으므로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규모는 당연히 증가한다. 이재명 정부는 집권 5년 동안 국채 규모를 GDP 대비 10%p 증가시켜 그것을 재원으로 한국경제의 성장과 회복을 도모하겠다고 명확히 밝힌 셈이다.

낮은 국채 수준 고려하면 적극재정을 위한 국채 증가는 바람직
현재 다른 선진국들의 부채 규모와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의 국채 규모는 매우 낮다는 점에서 이 정도의 국채 증가가 문제라고 할 수 없다. 2024년 기준 선진국들의 평균적인 국채 규모는 GDP 대비 108.5%인데, 우리나라는 52.5%로 절반에 불과하 다(총부채 기준, IMF 통계). 총부채가 아니라 순부채, 즉 국채에서 국가 자산을 뺀 부채의 경우 우리나라는 거의 균형 상태에 가깝다. 2024년 선진국 평균은 GDP 대 비 79.6%인데 우리나라는 7.8%에 불과하다. 이렇게 양호한 재정 여력을 활용하지 않고 계속 허리띠를 졸라맨다면 그것만큼 어리석은 정책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국가 재정이 상당히 건전한데도, 재정 보수주의자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비판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첫째, 국채 발행이 증가하면, 기업이 자금 조달을 어렵게 만들어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고 비판한다. 둘째, 국채 발행이 증가하면 이자 부담이 커져서 빚이 빚을 늘리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전개될 것이며, 국가 신용등 급은 하락할 것이라고 비판한다. 이들은 우리나라는 국채 규모가 작은 것은 맞지만 원화가 기축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안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보다 절대 국채 규모가 증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재정 보수주의자들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조세재정 정책은 더 감세하고 복지를 더 축소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윤석열 정부가 취해온 조세재정정책의 기조이다. 이들은 최근 프랑스에서 발생한 정치경제적 위기에 대해서도 ‘고령화로 인해 국가 빚이 눈덩이처럼 증가해서 발생한 재정위기 문제’라는 프레임으로 접근하고 있다. 과도한 연금 혜택에 의한 연금 재정 악화가 현재의 재정위기를 야기하고 있는데 이를 개혁 하려는 ‘합리적인’ 마크롱 정부에 대해 복지병을 앓고 있는 게으른 프랑스 좌파 국민이 저항하고 있다는 식이다.
그러나 적자재정, 국채 증가의 문제를 지적하기에는 우리나라의 국채 규모는 너무 작다. 국가 재정은 너무 건전하다. 자금시장 규모는 거대하기 때문에 국채 발행이 조금 늘어난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자산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본다면 무위험 자산이 증가하는 것이 바람직한 측면이 있으며 재정지출 증가가 경기를 부양한 다면 기업의 투자 의욕을 자극하여 실제 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 또한 국채 증가가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면 점에서도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재정지출을 증가시키되 성장 기반을 다지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보수 진영이 반대 할 일인가 싶다.
프랑스의 경우 출산율이 높기 때문에 공적 연금이 재정건전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상황이 아니다. 현재 은퇴에 접어드는 프랑스 국민들은 20대 초반부터 일을 시작해서 40년 가까이 일을 해왔기에 더 오래 일을 하라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또한 프랑스 연금제도가 관대하다고 하지만 프랑스도 혜택을 줄이고 부담을 높이는 연금개혁을 계속 추진해 왔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관대함은 이미 많이 줄어든 상태이다. 프랑스가 현재 당면한 재정 문제는 마크롱 정부가 단행한 부자감세 정책 (부유세 폐지 포함)으로 인한 총수입 감소 때문에 발생했다. 마크롱이 결국 부자를 위해 일반 국민들에게 부담을 지우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에 프랑스 국민들이 반발하는 것이다.
성장에 집중한 예산안, 실망스러운 복지 예산
국채를 발행해서 이재명 정부는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지난 11월 4일 이재명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통해 2026년 예산안을 ‘AI 예산안’이라고 이름 붙였다. ‘AI 사회로 의 전환이 하루가 늦으면 한 세대가 뒤쳐진다’고 언급했다. 2024~2028년 지출계획과 이번에 제출된 2025~2029년 계획을 비교해보면 환경부문과 외교통일 부문을 제외한 나머지 부문에서는 지출 증가율이 이번에 제출된 중기계획에서 더 높다는 점, 그중에서도 특히 R&D, 산업중소기업에너지, SOC, 농림수산식품이 크게 차이가 난 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재명 정부가 성장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경제부문 지출은 그 규모에 있어서 지금도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부족하지 않다. 보수정부든 진보정부든 역대 정부가 기업, 산업을 지원하는 경제정책을 펴왔기 때문이다. 2012년부터는 GDP 대비 규모로 비교했을 때 선진국 평균을 소폭 웃도는 상태였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가 2024년 R&D 예산을 대폭 줄이는 정책은 큰 비판을 받았지만, 만일 R&D 예산을 감소하고 복지 예산을 늘리는 것이었다면, 또한 경제부문 지출 전체가 합리적으로 재조정되는 것이었다면 충분히 수용 가능한 정책이었다. 2026년 예산안과 중기 재정계획은 경제부문 지출을 더욱 빠르게 증가시키는 것이므로 GDP대비 경제부문 지출을 더욱 늘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국가의 재정을 성장에 치우치게 배정하는 기존의 조세재정정책의 기조를 더욱 강화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예산 배정이 전 국민에게 골고루 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것인지 잘 살펴 보아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실용주의’라는 구호를 내걸고 복지보다는 성장을 앞세웠다. 정부가 빚을 내서 AI 전환과 에너지 전환을 위한 판을 깔고 민간 투자를 유인함으로써 투자와 고용을 늘려 현재의 저성장, 양극화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하였고 복지의 경우 보수 정부보다는 적극적이지만 의미 있는 수준으로 개선하려는 의지는 부재한 듯하다. 최근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타결되고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올라탔으며 주식시장이 호황을 누리면서 성장 위주의 정책이 이미 성공을 거두는 듯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정부가 적극 투자를 주도하는 전략은 바람직하다. 이러한 정책이 성공하도록 이재명 정부는 예산 집행 과정을 잘 모니터링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 정책이 성공한 다고 해서 민생이 획기적으로 나아질까? 이것은 성장이 되면 복지가 자동적으로 해결된다고 하는, 보수적 사고방식에 가까운 생각이다. AI가 사회 전반에 확산된다고 해서 출산, 양육, 교육, 질병, 노후, 주거, 돌봄 등 복지 수요가 자동적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AI 확산은 생산성을 높이겠지만 그것이 야기하는 격차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AI 확산은 복지 수요를 감당할 생산성 상승을 가져올 것이지만 그 긍정적 효과를 국민 전체가 고루 누릴 방법은 복지 확대이다.
윤석열 부자감세 일부분 원상복구, 그러나 여전한 감세 유혹
이재명 정부가 기대보다 복지 확대에 소극적인 이유는 위축된 세수 기반 때문일 것으로 짐작된다. 윤석열 정부는 집권 첫해인 2022년 말 소득세, 법인세, 종부세 등 전방위에 걸쳐 감세를 시행했다. 이후 2023년에 국세 수입은 2022년에 비해 52조 원 감소했고, 2024년에는 2023년에 비해 다시 7조원 줄어들었다. 그나마 조금씩 이나마 개선되어 오던 다른 국가보다 낮은 조세부담률, 심각한 소득 격차와 자산 격차, 부족한 복지 수준 문제가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일거에 대폭 후퇴되어 버렸다.
이재명 정부의 2025년 세제개편안은 소폭의 증세를 추진하여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을 중단시켰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세제개편안에 담긴 주요 증세 조치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던 감세를 일부 원상복구하는 것이었다. 증세조치들은 법인세 전 구간 1%p 세율 인상, 증권 거래세율 2023년 수준으로 환원, 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 10억원으로 한원, 대형 금융보험회사에 부과되는 교육세율 인상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증세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번 세제개편안은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을 절반 정도 원상 복구한 것에 불과하다. 증세 규모가 향후 5년간 총 35.4조원 정도일 것으로 추정되었는데,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인해 향후 5년간 약 80조 원의 세수가 덜 걷힐 것을 고려하면 절반 정도만 원상복구된 셈이다. 세수 확보가 충분하지 않으니 복지 확대가 어려운 상황이다.
감세 원상복구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과 함께 ‘자산 감세를 통한 지지율 끌어올리기’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코리아 밸류업을 내세워 추진하고 있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정책이 바로 그 사례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윤석열 정부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찬성하더니 이제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정책까지 추진하겠다고 한다. 고배당을 실시한 기업(현금배당이 감소하지 않은 상장법인중, 배당성향이 40% 이상이거나 배당성향이 25% 이상이면서 직전 3년 대비 5% 이상 배 당을 증가한 경우)에 대해 배당소득을 종합소득 과세에서 제외하여 35%~14%의 별도 세율을 적용하겠다고 한다. 이러한 조치가 실행된다면, 주식 소유 비중이 높은 대주주가 감세 혜택을 노리고 고배당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고, 그 경우 가장 큰 이득을 바로 그 대주주가 누리게 되고 국가는 거액의 세수를 잃게 될 것이다. 한편 개미 투 자자는 단기에는 미미한 배당 수익을 누리겠지만 거액의 세수 감소로 인한 복지 축소라는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 또한 회사는 투자 재원 부족에 직면할 수 있다. 감세는 지속가능한 밸류업 정책이 되기 어렵다.
이번 세제개편안에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던 종합부동산세 완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의 폐지, 공정시장가액비율 인하 등을 복원하는 내용이 하나도 담기지 않은 것도 문제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중산층의 불만을 야기할까 두려워 부동산 보유세 원상복구를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부동산 보유세 강화 만으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할 수 없겠지만, 적정한 수준의 보유세 부과 없이 부동 산시장을 안정화할 수 없다는 것도 분명하다. 공급정책, 대출정책, 세제정책, 임대 정책 등 여러 정책들이 실수요 위주의 부동산 시장 실현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도록 유기적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임대소득과 양도소득에 대해서도 다른 소득과 동일하 게 소득세가 부과되어야 하며 고가 1주택, 다주택 보유에 대해서는 다소 강한 보유세가 부과될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정부에 의해 형해화된 부동산 세제는 정상화되어 야 한다.
성장에 쏠린 조세재정정책으로 양극화 극복할 수 있을까?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발표한 ‘다차원적 불평등 지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최근 13년간(2011∼2023년) 소득 불평등은 점진적으로 줄고 있으나, 자산·교육·건강 등 3개 분야의 불평등은 모두 심화하는 양상을 보였다고 한다. 특히 자산 불평등은 2018년 이후 지속해서 심화하고 있다. 자산 격차는 소득 격차, 거주 격차, 교육 격차, 직업 격차를 야기한다는 점에서 소득 격차보다 더욱 심각한 사회적 문제이다. 이재명 정부는 AI에 올라탄 성장을 통해서 저성장과 양극화를 해소하고자 하지만 양극화를 해소하고자 하는 적극적이고 의도적인 노력이 없다면 성장 효과가 조금 나 타난다고 할지라도 양극화화는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이를 피하고자 한다면, 자산 감 세가 아니라 자산에서 흘러나오는 소득에 대해 적정 과세하고 공급이 대량으로 제공 되기 어려운 부동산의 과다 보유에 대해서는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보유세를 부과해 야 할 것이다. 자산 격차를 완화할 수 있도록 자산 과세 전체를 종합적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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