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 [이슈와 논점 4] 조지아의 ‘거울’: 이민자 혐오와 ‘우리’

Ⅰ. 들어가며
2025년 9월 4일,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주도로 조지아주의 현대자동차그 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Hyundai-LG Georgia Battery Joint Venture) 건설 현장을 단속해 한국인 노동자 317명을 포함해 475명을 구금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한국인들이 쇠사슬, 케이블 타이, 수갑에 채워지고 열악한 구금 시설에 억류되었다. 구금된 한국인은 9월 11일 억류에서 풀려나 귀국하였으나 이 사건(이하 조지아 사태)을 통해 한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킨다.
조지아 사건은 미국에서 한국인 노동자가 대규모로 억류, 구금된 사실상 첫 사건이 었다는 점에서 비자 제도 등 여러 문제가 지적되었으나, 이 사건은 우리 사회의 이주 노동자 문제를 돌아보는 중요한 계기로 삼을 필요성도 있다. 미국에서 발생한 한국인 노동자에 대한 대규모 단속과 구금 과정이 우리 사회 내에서도 이미 오랜 기간 발생하고 있는, 낯선 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단속, 구금 절차에서 발생하는 권리 침해는 이주민을 포함한 외국인 혐오의 담화 안에서 희석되거나 정당화 되기도 한다.
하지만 2024년 기준으로 우리 사회에서 이주민은 주민등록인구의 약 5%를 차지하 고, 이 중 이주노동자는 국내 체류 외국인의 절반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우리 사회에 는 이미 많은 이주민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1) 이 글에서는 조지아 사태를 계기로, 우리 사회의 이주민과 이주노동의 문제를 몇 가지 관점에서 논의해 보고자 한다.
Ⅱ. 이주민은 이미 ‘우리’이다.
1. ‘거울 효과’를 통한 성찰의 필요성
UN의 국제인권협약에서 “이주노동자”란 국적국이 아닌 나라에서 유급활동을 하는 사람과 그 가족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으로 다루어진다.2) 이는 우리도 언제가 이주민 이었고, 이주민이며, 국적국을 벗어나는 순간 이주민일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모두가 어디에선가 낯선 이가 될 수 있다. 이번 조지아 사태는 한국 노동자를 대상으로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크게 주목받았으나, 한국에서도 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을 피하다 사상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2025년 한 해만 보더라도 1월 인천에서 출입국 단속을 피하려던 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되었고, 2월 경기 화성 에서는 카자흐스탄 출신 노동자가 3층에서 추락해 8일간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으며, 3월 경기 파주에서는 에티오피아 출신 이주노동자가 단속을 피하던 중 오른쪽 발목을 잃었다.3) 다만 우리는 한국인들이 타국에서 ‘이주노동자’로 취급받는 경험을 하면서 우리가 국내 이주노동자를 어떻게 대해왔는지 돌아보게 된 것이다. 역설적이 지만 이는 타자 혐오를 넘어서는 첫 단계인 ‘공감과 역지사지’의 계기가 될 수 있다.
2. 노동자 간 경쟁구도의 문제
최근 건설 부분과 같은 현장에서는 ‘이주노동자 vs 내국인 노동자’의 구도로 들여다 보는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일종의 분할 통치(divide and rule) 전략과 유사하다. 즉, 구조적 요소를 들여다보지 않고 드러나는 현상만을 주목할 때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여기에서 들여봐야 할 것은 구조적 메커니즘이다. 저임금 구조를 유지하려는 고용주들이 이주노동자를 활용하는 경향이 크다. 특히 한국과 같이 이주 노동자는 고용허가제 하에서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극도로 제한된 조건에서는 더 열악한 조건을 감내하며 일할 수밖에 없다.4) 또한, 헌법재판소 소수의견이 지적한 것 처럼 사업장 변경을 허용해도 고용허가제 대상 사업장, 즉 내국인 노동자를 구하지 못한 곳으로만 옮길 수 있기 때문에 내국인의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5)
결국 내국인 노동자는 ‘일자리를 빼앗긴다’라고 느끼지만, 실제로는 함께 취약한 근로 조건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우리가 공통으로 마주하고 있는 비정규 노동, 노동 시장의 취약성이지만, 정작 분노는 ‘외국인’에게 향한다. 이는 노동시장 이론에서 말 하는 ‘바닥으로의 경주(race to the bottom)’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취약한 노동력이 존재하면, 전체 노동시장의 임금과 조건이 그 최저점을 향한 하방 압력을 받게 된다. 한국 정부가 외국인 노동자를 적극 유치하여 인위적으로 인건비를 절감하게 되었고, 그 결과 본래 도태될 가능성이 컸던 산업체들이 유지될 수 있었다는 지적이 이를 보여준다.6) 이 과정에서 외국인을 향한 혐오는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연결고리를 향한 것이며, 그 과정에서 사회적 신뢰는 약해지고 훼손된다.
3. 경쟁구도를 넘어서기 위한 방안
1) 공동체 수준
이러한 경쟁구도를 넘어서기 위한 접근은 집합적인 공동체 수준, 정책 수준에서 다루어 볼 수 있다. 먼저 공동체 수준에서는 연대의 관점이 요청된다. 연대의 관점은 이주노동자와 내국인 노동자는 같은 노동계급으로서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진다는 점을 인식하는데서 출발한다. 임금 하락, 산재 은폐, 부당해고 등의 문제는 이주노동 자와 내국인 노동자 모두 경험하고 있는 문제이다. UN이주근로자권리협약 전문은 이를 명확히 한다. 이 협약은 “모든 이주노동자의 기본적인 인권이 더욱 광범위하게 승인된다면 비정규적 상황의 이주노동자 고용에 의지하기가 단념될 것”이라고 명시한 바 있다.7) 이주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면 취약한 작업장 환경에 대한 개선이 이 루어질 수 있고 이는 전반적인 근로환경의 개선으로 연결될 수 있다.
우리의 인식 수준에서는 담론의 전환을 통한 인식 변화가 요청된다. 여기서 기존의 문제의식과 질문을 뒤집을 필요가 있다. 이주노동자 혐오의 큰 토대인 ‘노동시장 내에서 내국인 노동자와 경쟁한다’라는 담론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두 가지 쟁점이 있다.
하나는 이주민노동자와 내국인노동자가 경쟁하는 고용시장의 교집합이 작다는 점이다. 박민정 이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이주노동자가 일하는 분야는 내국인 이 기피하는 업종이고 교집합의 영역이 적음을 지적한다. 특히 비수도권은 이주노동 자가 없으면 정상적으로 산업구조가 작동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리고 “경력 단절 여성의 일자리를 위협한다”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2020년 기준, 여성 이주노동자의 60%가 제조업·농업 분야지만 경력 단절 여성은 7~10% 수준에 불과하다.8)
설령 교집합이 존재하더라도 이주노동자의 문제는 단순히 이주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구조적 차원의 인식이 필요하다. 단순히 “일자리가 줄어든다, 이주노동자에 의해 일자리가 대체된다”라는 질문에서 “왜 우리 모두 이러한 불안정한 구조 하 에서 일을 하고, 낮은 처우를 받아야 하는가?”와 같은 방식으로 질문을 바꿀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전환은 결국 이주노동자의 문제가 ‘이주’ 노동자의 문제가 아닌 ‘노동자’의 문제라는 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2) 정책 수준
정책 수준에서는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현행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변경 제한 조항은 불법체류자를 오히려 양산하고 기존 산업연수제에서 발생했던 인권침 해와 노동착취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문제를 초래한다는 비판이 이미 제도 도입 초기 인 2000년 초부터 이어져 왔다.9) 새로운 문제가 아닌 것이다. UN 이주근로자권리 협약에 따르면, 이주근로자 입국 후 일정 기간 보수활동의 자유권을 제한할 수 있지 만 그 기간은 2년을 초과해서는 안된다. 더구나 현행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가 3개월 이내에 새로 취업하지 않을 경우 불법체류자로 간주한다. 이 때문에 많은 이주 노동자가 열악한 상황에서도 강제추방의 위험 때문에 쉽게 사업장을 바꾸지 못하고 위험하고 불결한 조건을 감내하고 있다.10) 한국의 현행 제도는 국제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아래에서 기술할 한국의 이주민 정책이 산업 정책과 유기적으로 연계되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장기체류와 정주권 보장 제도의 개선
현재 고용허가제(EPS)를 통해 발급되는 비전문 취업 비자(E-9)로 입국한 이주노동 자는 최대 4년 10개월까지만 체류할 수 있으며 영주권 부여나 가족 초청이 되지 않는다. 장기 체류를 위해서는 대표적으로 외국인 숙련기능인력 점수제 비자(E-7-4) 로 전환해야 하는데, 전환을 위한 기본 항목 300점 중 최소 200점을 충족하기 위한 요건(2년간 평균소득, TOPIK 점수, 연령 등)이 까다롭다. 그마저도 연간 쿼터가 제한되어 있어 고득점 순으로 선발하는 상황이다. 현장에서는 시간이 지나며 숙련도가 쌓인 이주노동자를 계속 고용하고 싶어 하는 목소리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체류 기 간 제한으로 고용이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 숙련된 이주노동자들의 장기 근로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E-9에서 E-7-4 비자로의 전환 요건 완화, 소득 기준 현실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이주노동자와 내국인을 구분 없이 숙련등급제로 관리하는 통합 직종별 자 격제도 도입도 고려해 볼만하다. 이는 노동시장 내에서 출신이 아닌 기술과 숙련도 를 기준으로 노동자를 평가하고 관리하는 체계로, 이주노동자가 숙련도를 쌓아감에 따라 처우가 개선되고 장기 근무가 가능한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사회보장제도의 형평성 제고
사회보장 문제도 들여다봐야 한다. 현재 외국인 지역가입자는 소득이나 재산과 무관 하게 전년도 평균보험료(2024년 기준 15만990원)를 부과받지만, 내국인 최저보험 료는 1만9780원으로 약 7배 차이가 난다. 또한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는 내국인에 비해 의료 미이용자 비율이 높고, 1인당 진료비 등 전체 의료 이용량이 적은 반면, 입원 시 일당 진료비는 내국인보다 높다는 특성이 있다. 이는 중증 상태에서 병원을 찾는 비율이 외국인에서 더 높음을 시사한다.11) 2019년 UN 인종차별철폐협약에서 이주민의 건강보험 가입률 제고와 차별 없는 보험료 부과 기준 적용을 권고했으나 이행되지 않고 있다. 점진적으로라도 능력에 따른 부담과 동일 급여라는 사회보험의 기본 원칙을 이주노동자에게도 동등하게 적용해야 한다 점진적으로라도 능력에 따 른 부담과 동일 급여라는 사회보험의 기본 원칙을 이주노동자에게도 동등하게 적용 해야 한다.
이주노동 관리 정책과 산업정책의 연계
현재 일부 지자체에서는 외국인 계절노동자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파종기·수확기 등 계절성이 있어 단기간·집중적으로 일손이 필요한 농·어업 분야에 서 최대 8개월간 계절근로자 고용을 허용하는 것으로, 2021년 1,850명, 2024년 약 5만 명 그리고 올해에는 전년 대비 40% 급증한 약 9만5천명이 배정되었다. 지자체 가 해외 지자체와 MOU를 체결하여 인력을 도입하는 ‘농가형’과, 지자체나 농협이 주체가 되어 농가 요청 시 인력을 파견하는 ‘공공형’으로 나뉜다. 그러나 현재 계절근로자 제도는 법무부 지침만으로 운용되며 법적 근거가 미약하고, 대부분의 운영 책임이 지자체에 맡겨져 있어 브로커 문제, 귀국보증금 강제 예치, 열 악한 주거환경 등 인권침해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 2025년 1월 출입국관리법 개정 안이 국회에 상정되어 계절근로 전문기관 설치를 통한 국가의 역할 강화가 논의되고 있으나, 여전히 노동 정책의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의 개입은 제한적이다. 이제는 국가가 노동이주를 단순히 비자 발급 차원이 아닌 산업정책의 일부로서 통합 관리해 야 한다는 관점이 필요하다. 계절근로자 제도뿐 아니라 고용허가제 전반에서 국가가 노동시장 수요, 처우 개선, 인권 보호를 종합적으로 관리·감독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참고할 수 있는 해외 사례로 일본의 특정기능비자 제도를 참고할 수 있다. 일본은 2019년 4월 심각한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특정 산업 분야에 외국 인력을 수용 하기 위해 특정기능 1호와 2호 비자를 신설했다. 특정기능 1호는 현재 16개 업종에 서 최대 5년간 일본인과 동등한 보수로 취업이 가능하며, 기능시험과 일본어시험 (N4 수준)을 통과해야 한다. 특정기능 2호는 1호로 5년 근무 후 숙련된 기술을 인정 받으면 체류기간 제한 없이 가족 동반도 가능하다. 일본의 제도 역시 한계가 있지만, 기능과 숙련도를 기준으로 단계적으로 체류자격을 상향시키고 장기 정착 경로를 마 련했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 우리도 숙련도에 따른 체류자격 전환과 장기 정착 경로를 체계화하고, 이를 산업정책과 연계하여 관리하는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
4. 사례: 건설업 부문
건설업은 오랫동안 ‘3D’ 업종으로 열악한 근무환경과 높은 업무 강도, 산업재해 사 고 1위, 군대식 문화 등으로 인해 취업 기피 현상이 심각한 부분으로 인식되고 있다. 2024년 건설업 이주 노동자는 22만9541명으로 전체 건설근로자(156만400명)의 14.7% 가량으로 집계되며12), 중·대형 건설 현장은 현장에 따라 70% 가량이 이주 노 동자일 정도로 의존도가 매우 높아졌다.13) 2023년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발표한 <건설업의 고령자 활용도 제고를 위한 정책 검토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업계 55∼79세 취업자는 2013년 41만5000명에서 올해 78만7000명으로 36만2000명 (89.6%) 증가했다. 해당 기간 전체 산업의 55∼79세 취업자 수는 576만3000명에 서 912만9000명으로 58.4% 늘었다. 2024년 건설인정책연구원이 건설 관련 학과 대학생을 약 1천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19%만이 ‘건설 관련 분야 로 취업할 생각’이라고 답했으며, 36%는 ‘건설 분야로 취업하지 않고 싶다’고 답했 다. 건설 분야 취업을 기피하는 이유(복수응답)는 ①적성에 맞지 않고 소질이 없어서 (36.1%), ②근로조건이나 작업환경이 타 산업에 비해 열악한 3D 업종이라서(21%), ③부실 공사 및 안전사고 등이 많고 이미지가 좋지 않아서(13.5%), ④미래에 대한 비전이 없는 직업이라서(9.8%) 순이었다.14)
내국인 기피현상의 구조적 원인
건설업 부문에서 이주노동자의 비율이 급증한 원인에 관한 논의는 여전히 논쟁중인 사안이다. 단순히 이주노동자가 낮은 임금으로 일하기 때문에 내국인이 떠난 것이라 는 설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조선업, 건설업 작업 등에서 이주 노동자가 투입되어 산업 구조가 저비용·고위험으로 재분류된 결과 내국인 이탈이 가 속화됐다는 분석 또한 제기되어 왔다. 무엇이 원인인지 실증적인 연구가 더 필요한 상황이나, 분명한 점은 이주노동자 문제를 단순히 인력 부족 해결의 차원이 아니라, 업계 전반의 낮은 임금과 처우를 고착화하는 메커니즘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 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문제를 단순히 이주노동자가 낮은 임금으로 일하기 때문이라고 본다면 문제 해결은 더욱 멀어질 수 밖에 없다. 2022년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한국 건 설산업 생산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 생산 기준 노동생산성 지수는 2017년 106.9에서 2021년 98.6으로 지속 감소했다. 이는 건설 현장의 작업 등 노동 가치 가 저평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15)
구조적으로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한국 정부의 이주민 정책이 산업정책과 유기적으 로 연계되지 않는다는 점이 건설업 부분 외국인 노동자 문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비자 관리 외에는 시장경쟁에만 맡기고 있다는 점, 외국인 고용 확대 가 임금구조·작업환경·안전 등 건설 현장 외국인 노동자 문제의 구조적 요인으로 작 동하고 있다.
포괄적 접근의 필요성
이러한 상황에서 외국인 건설 노동자의 문제가 포괄적 접근이 필요함을 지적할 수밖 에 없다. 건설 노동자 전체의 처우 개선, 안전 보장, 직업적 존엄성 확립 등 다양한 과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노동 가치 전반에 대한 개선을 포함해야 한다. 작업 환경을 개선하고 안전성을 높이는 기술 투자, 건설 노동 의 전문성과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정, 합리적인 임금 체계 확립 또한 필요하다. 이주민 혐오와 이주노동자의 노동환경과 사회적 편견을 개선하는 것은 단순히 이주 노동자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내국인 노동자든 이주노동자든, 우리 사회 각 분야 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하고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 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국가가 이주노동을 산업정책으로 통합 관리하 고, 노동시장 전반의 처우와 안전기준을 상향 평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주노동자의 권리도 보장되지 않는 한, 우리 사회 전반의 노동 조건 개선은 요원할 수 있다.
Ⅲ. 나가며: 조지아의 ‘거울’
조지아 사태는 역설적으로 모두가 불안정한 노동자와 이민자의 정체성이 교차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우리 사회의 이주노동자 문제를 거울처럼 돌아보 게 만든 사건이었다. 국적과 상관없이 노동자는 취약한 상황에 놓이기 쉽다. 이에 더 하여 이주민과 같이 법적 지위가 불안정한 상황에 놓인다면 누구나 권리 침해 대상 이 될 가능성 또한 커진다. 이미 우리가 알고 있듯, 노동권은 보편적 인권이며, 특정 성원권을 가진 이들에게만 부여되는 권리가 아니다. 이주민에 대한 혐오를 넘어서는 길은 결국 ‘우리 대 그들’이 아니라 ‘노동하는 모든 이들’의 권리라는 관점에서 문제 를 접근하는 것이다.
조지아에서 ‘우리’도 이주노동자였다. 혐오를 넘는 연대가 필요한 이유이다. 결국 조 지아 사태라는 ‘거울’은 우리가 그들이 되는 순간을 비추며, 우리 사회의 이주노동 문제를 다시 돌아봐야 한다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조지아 사태는 2025년에 발생한 하나의 사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이주민과 노동자가 교차하는 그곳에 있는 우리 에 대한 인식의 바꿀 수 있는, 그 변화의 ‘오래된’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 법무부 “2024년 12월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
2) 본 협약은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에 관한 국제협약”(International Convention on the Protection of the Rights of All Migrant Workers and Members of Their Families, 약칭 CMW)으로, 1990년 채택되었으나, 한국은 아직 비준하지 않은 국 가 중 하나이다. 비준하지 않은 주요 이유로 국내 고용허가제, 사업장 이동 문제, 가족 동반 제한 등 일부 국내법과의 충돌이 지적되고 있다
3) “미국 조지아 구금 사태에 경악한 한국···다시, 우리들의 모습을 돌아보다”, 경향신문. 2025.10.7.
4) 한준성, 2022.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E-9) 사업장 이동 규제의 통치성과 위헌심사의 역설” 문화와 정치 9(2): 5-36.
5) 조영관. 2022. “그래도 사람을 일터에 강제로 묶어둘 수는 없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웹진 인권 2월(https://www.humanrights. go.kr/webzine/webzineListAndDetail?issueNo=7607736&boardNo=7607745)
6) 최병규·이준영, 2023. “한국의 외국인 고용제도 문제와 개선방안” 한국이민정책학보 6(1): 153-173.
7) “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에 관한 국제협약”(International Convention on the Protection of the Rights of All Migrant Workers and Members of Their Families, 약칭 CMW)
8) 위의 글.
9) 고준기, 2006. “외국인고용허가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 현행법의 인권침해적 조항의 법제도적 개선방안을 중심으로” 노동법논총 9: 287-327.
10) 고용노동부의 2025년 주거환경 실태조사에서 약 28%의 사업장이 근로기준법에 미달하거나 미신고 가건물을 이주노동자 숙소로 사 용한 것이 적발되었다. 이는 점검대상 사업장을 토대로 시행한 조사이기에 실제로는 더 열악할 것으로 예상된다.
11) 변진옥, 조정완, 이주향, 이정면 (2019) “외국인 국민건강보험 가입현황 및 이용특성 분석” 한국사회정책 26(4), 83-100.
12)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건설업 이주 노동자는 22만9541명으로 전체 건설근로자(156만400명)의 14.7%를 차지한 다. 이 비율은 2020년 11.8%에서 지난해 14.7%까지 늘었난 것이다. 체류자격과 국적이 확인된 이주노동자 중 조선족은 83.7%로 가 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조선족을 제외하고는 중국(5.9%), 베트남(2.2%), 한국계 러시아인(고려인, 1.7%), 우즈베키스탄(1.6%) 등으로 건설업 부분의 이주노동자 다수가 아시아 지역 출신으로 나타났다.
13) 한국경제신문(2025.9.18.) “"이대로면 집 못 짓는다" 술렁…건설업계 뒤집어진 이유”,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91795236
14) 한국경제신문(2024.11.29.), ““건설업 취업 안하고 싶어요” 3D업종
이미지 청년들 취업 기피”,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411292984b
15) 한국건설산업연구원, 2022. 『한국 건설산업 생산성 분석 보고서』
'진보정책연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정세브리프] vol.3 전이되는 대중의식과 체제 전환을 향한 진보적 정책경쟁의 시간 (0) | 2026.01.28 |
|---|---|
| 13-6 [광고] 노동자의 시선으로 다시 읽는 한국경제. (3) | 2025.11.19 |
| 13-4. [이슈와 논점 3] 2026년 예산안과이재명 정부의 조세재정정책 기조 (1) | 2025.11.19 |
| 13-3. [이슈와 논점 2]에너지고속도로와 진보적 에너지전환의 방향_권승문 (0) | 2025.11.18 |
| 13-2[이슈와 논점 1] SCM, ‘동맹 현대화’의 청구서 (1) | 2025.1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