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사] ‘정책정당’의 세가지 비밀을 공개하며
정책정당을 표방하지 않는 정당은 찾기 어렵다. 과거에는 ‘진보정당=정책, 보수정당=세력’, 이런 구분도 있었지만 지금은 보수·진보 할 것 없이 다들 정책을 중시하는 풍토다. 정당정책은 집권후 (또는 당선 후) 시행할 제도개혁안과 그에 따른 정치프로그램이다. 만약 아무 정책도 내놓지 않는 정당이 있다면 그것은 집권을 해도 자리 나눠먹기 외 할 것이 없다는 고백이 된다. 그래서 정책 개발은 정당의 의무다. 문제는 모든 정당이 내세우는 ‘정책정당’이라는 구호 안에 이른바 ‘선수’들끼리 말 않고도 공감하는 세가지 비밀이 있다는 것이다.
첫번째 비밀, ‘정책으로는 선거 못한다’이다. 달리 말해 ‘정책으로 선거 못이긴다’는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유권자가 정책보고 투표하지 않는다’는 경험에 기초한 확신이다. 이런 확신을 가진 정치인은 놀랍도록 많다. 해보니 그렇다는데 논쟁으로 이길 도리가 없다.
두번째 비밀, 수많은 정책을 나열하지만 어차피 최우선 정책은 상대방을 공격할 무기가 될 수 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한동훈 대표가 열심히 읊어대는 ‘금융투자소득세는 이재명세’라는 선동이 그렇다. 정책은 정치의 프레임전략에 복무해야하고 그래서 이슈 논쟁의 하위로 배치하게 된다. 이말은 정책적 일관성을 유지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그때 그때 다른 정책을 제시해도 문제될 것이 없고 심지어 강령 또는 기본정책에 어긋나도 부끄러울 것이 없다는 말이다.
세번째 비밀, 실제 내세울만한 정책이 체계적으로 준비되지 못한 경우도 있다. 전부터 했던 이야기를 문구만 몇개 바꿔 또 내고, 타당 정책에 숫자만 고치고 강도를 높여 (더 쎄게) 또 내고, 현실성을 전혀 따지지 않거나 엄밀성을 기하지 않은 상상의 나열 등이다.
세가지 경우 중 한가지라도 해당되는 것이 있는지 각자 되돌아 봐야한다. 어느 것도 정책정당의 길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진보정책연구]라는 제목의 이 잡지를 한달에 1회 만들면서 유사한 고민에 빠지고는 한다. ‘이슈해설’ 성격은 2개, ‘정책연구’ 성격의 글은 6개를 배치한 것도 그런 고민의 결과다. 세가지 비밀 모두 우리에게 비밀이 아니어야한다. 다른 정당의 이야기여야 한다. 정책으로 선거할 수 있어야한다. 정책이 이슈를 만들어야한다. 독창적이면서도 당장에라도 의지만 있으면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정책이어야한다. 그런 고민들을 연구지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
정책연구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다. 그래서 현실과 연결점을 찾기 위해 더 노력했다. 역대급 더위와 9월에도 지속되는 폭염 속에 에너지기본권 정책을 설명하고(박민정) 유튜버 A씨의 교제폭력 사건을 계기로 교제폭력실태를 조사하고(김경내), 딥페이크성범죄 해결책을 제안하며(손솔), 전세사기피해자와 청년의 삶을 비교하여 대책을 고민하고(송명숙) 양당대결구도 속 합의처리된 법률안 검토(김수림)등의 글이 모두 그런 관점에서 기획됐다. 이슈해설은 일부에서 민주당과 선거연합을 근거로 진보당에 대해 ‘진보정당 아님’ 딱지를 붙이려는 것에 대한 정밀한 분석을 다뤘다(전지윤). 이른바 뉴라이트전성시대라는 대중적 의혹이 커진 상황에서 뉴라이트의 진짜 전선은 역사논쟁이 아니라는 시선을 담은 두편의 글을 연속으로 담았다. 서울대 남기정교수와 본 연구원 신석진 원장이 뉴라이트에 대한 기존 비판의 제한성을 넘어 탈식민-탈냉전-탈패권의 새로운 질서로 가기 위한 방안을 고민했다. 모두 정독을 권해드린다.
2024.9.12.
진보정책연구원장 신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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