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된 단어, 선전(propaganda)을 복원해야
오늘날 선전(propaganda)이라는 단어는 본래 뜻을 잃고 심하게 오염됐다. ‘선전’은 ‘흑색’,‘거짓’,‘허위’라는 수식어와 함께 쓰이고 ‘공작’이라는 단어를 꾸미는데 쓰인다. 그런 수식어가 없어도 ‘선전’은 권력자의 일방적이고 반복적인 메시지로 여론을 조작하고 대중을 세뇌시키는 것으로 설명된다. 문득 히틀러와 괴벨스가 이끌던 나치독일의 제국민족계몽선전부처(RMVP)가 떠오른다. 세계대전 중에 전시동원 프로파간다가 연상된다. 냉전시대 미쏘 체제선전은 냉전해체 후 시효가 지났다고 믿게된다. 중국과 북한의 공산주의 선전에는 애써 귀를 닫거나 국가보안법 상 처벌대상으로 아예 접근금지다. 학자들은 ‘민주사회에서는 과거의 국가주의적 선전 대신 ‘소통’을 의미하는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고 강변한다. 과연 그런가?
정부, 여당, 경제단체들이 야당과 시민사회를 상대로 쏟아내는 적의에 가득찬 말과 글들은 그저 국정성과를 알리려는 홍보문구인가? 조선일보와 보수언론들이 매일 뿜어대는 악질적인 기사들은 가치중립적인 보도에 해당하나? ‘금융투자소득세는 개미독박과세’라는 한동훈대표의 말장난은 개미투자자들과의 의사소통인가? 오늘자 조선일보 “尹대통령에게도 필요하다, 트럼프와 아베의 브로맨스”라는 허접한 칼럼은 그저 담벼락에 그적거린 낙서에 불과한가? “폭력 시위 민주노총을 비호하는 민주당, 자신들도 불법 시위의 공범임을 자인했다”는 국민의힘 대변인의 어제 논평은 국민들에게 보내는 러브레터인가?
자신들은 해가 뜨기 전부터 시작해서 모두가 잠든 후까지 쉬지 않고 이념선전, 체제선전, 적대적선전을 쏟아내면서, 우리의 입에는 재갈을 물리려는 기만에 당해선 안된다. 경제는 좋아지고 있고, 재벌과 특권층이 돈을 더 벌면 서민들도 곧 혜택이 있을것이며, 강성노조의 힘을 빼야 청년과 비정규직이 좋은 일자리를 얻고,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해야 국제사회에서 가치외교를 실현할 수 있다는 등의 황당무계한 선전공세에 귀만 막고 있어서는 안된다. 아무 댓구도 하지 말라는 엄포에 주눅들어서도 안된다. 오염된 시궁창에서 ‘선전’을 건져올려 더 강하게 진보이념, 진보이론, 진보정책, 진보노선을 선전하고 목청높여 선동해야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가짜뉴스와 거짓 선전·선동으로부터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자유세계가 더욱 굳게 연대해야 한다"고 매일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윤석열을 대통령직에서 파면시키기 위한 선전선동을 강화해야한다.
연구지3호는 다른 어떤 때보다 더 정부의 악선전에 대한 비판과 우리의 선전 내용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 일하는 사람들의 절망을 걷어내고 희망으로 채우기 위해 노동존중사회를 만들어가는 확실한 추진동력이 되어줄 산별노조운동과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방향에 대해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 위원장, 경사노위 공공기관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한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가 소중한 글을 써줬다. 지금이야말로 한반도는 전쟁 전야의 위기 상황이라며 긴박하게 흘러가는 한반도 정세에 대한 장문의 원고를, 사단법인 [한반도평화와번영을위한협력] 김창현 대표가 보내주셨다. 정부의 ‘부자감세’, ‘재정건전성’, ‘긴축재정’ 비판을 넘어 일하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적극조세정책에 대해 국회 예결위원 윤종오의원실 김정엽보좌관의 글을 실었다. 현 정부 의료개혁의 민낯을 공개하고 지역공공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방향에 대해 박민정 선임연구원이 알기 쉽게 정리했다. 사무직 경단녀 재취업의 경로와 특징에 대해 김경내연구원이 ‘2022년 경력단절여성등의경제활동실태조사’의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하여 썼다. 경력단절 여성들 중 상당수가 재취업 과정에서 직종의 변화를 겪고, 낮은 임금, 불안정한 고용 조건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을 폭로했다. 매회 청년특집을 담당하고 있는 송명숙 연구원이 이번호에는 청년의힘이 되겠다는 국민의힘이 말하는 청년예산지원의 허구성을 비판하는 글을 썼다.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2010년 민주노동당의 성공사례를 반추해보는 글을 김수림연구원과 신석진 원장이 함께 썼다. 지난 일들을 건조하게 분석한 글이지만 다 읽고 나면 마음을 다잡게 하는 내용이다. 이번호는 [내셔날어젠다] 프로젝트에 집중하기 위해 2개월만에 발간하게 됐다. 그만큼 더 깊은 사색과 정독, 토론을 요청드린다.
2024년 11월15일
신석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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