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논점] 데이터로 보는 전세계 쿠데타(1950~2024), 그리고 12.3 윤석열 쿠데타
신석진(연구원장)
쿠데타의 유형과 12.3 쿠데타
쿠데타는 ‘권력의 제도화’가 시작된 인류문명 초기부터 발생했다. 로마에 제국의 시대를 연 카이사르도 쿠데타 세력에 의해 축출됐다. 중종, 인조반정 등 조선역사에 등장하는 반정(反正)은 쿠데타와 같은 말이다. 사무엘 헌팅턴 등 학자들에 따르면 현대의 쿠데타는 목적과 수행방식에 따라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역성쿠데타, 친위쿠데타, 비토형 쿠데타다.
역성쿠데타는 박정희의 5.16군사쿠데타처럼 일단의 (군부)세력이 기존 정권을 뒤엎는 것이다. 무솔리니의 파시스트정권, 히틀러의 나찌정권도 역성 쿠데타로 집권했다. 친위쿠데타는 박정희의 10월 유신처럼 현 집권세력이 정적을 제거하고 권력을 더 공고히 하기 위해 헌정질서를 중단시키는 것이다. 비토형 쿠데타는 대중의 저항이 심화될 때 그들을 짓밟기 위해 저지르는 야만적 학살극이다. 5.17 비상계엄 전국확대조치와 광주학살이 대표적이다. 역성 쿠데타는 집권세력을 축출하기 위해서고 친위쿠데타는 집권세력이 정적을 제거하고 권력을 공고화하기 위해서고 비토형 쿠데타는 저항하는 시민을 제압하기 위해서다.
[그림1 ] 쿠데타 유형

윤석열이 저지른 2024년 12.3쿠데타는 현 집권세력이 권력을 공고히하기 위해 벌인 친위쿠데타다. 내란특검의 수사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윤석열 일당은 여소야대로 인한 통치 피로감이 쌓인 끝에 시대착오적 망상에 빠져 구시대 독재정치로 회귀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만약 12.3 쿠데타가 성공했다면 이후 시민들의 저항이 커질 것이 분명하고 그렇다면 비토형 쿠데타로 전환될 여지도 있었을 것이다. 1979년 12.12 군사반란에 대한 시민들의 저항이 커지자 1980년 5.17 계엄확대로 이어지듯 말이다. 조기에 무력화하지 못했다면 국민을 상대로한 학살극으로 변화될 수도 있었다는 의미다.
1950년 이후 전세계 쿠데타 발생 490건
긴 독재를 마감하고 가장 성공적으로 민주주의를 이끌어왔다고 평가받는 대한민국에서, 입만 열면 ‘자유’를 외쳐대던 대통령에 의해 쿠데타가 일어난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현대적 의미의 민주주의 제도가 정착된 이후 벌어진 최초의 비상계엄이자 45년 만에 벌어진 쿠데타에 대해 우리 국민은 물론이고 전세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민주국가에서 독재국가로 회귀한 사례가 21세기에도 일어날 수 있을까? 이정도로 발전한 민주국가에서 쿠데타가 일어나는 것은 역사 속에서 얼마나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인가? 전세계 쿠데타 발생빈도와 특징에 대해 데이터를 통해 확인해본다.
[그림2 ] 전세계 쿠데타 발생빈도(5년단위)

이 그래프(그림2)는 1950년 이후 현재(2024년 12월 6일)까지 전세계에서 벌어진 490건의 쿠데타의 년도별 발생빈도와 성공 실패 여부를 기록한 것이다. 쿠데타 데이터는 조나단 파월과 클레이 톤 타인의 "쿠데타, 1950년부터 현재까지" 데이터 세트(www.uky.edu/~clthyn2/coup_data/ home.htm)에서 추출하여 윤석열에 의한 2024년 12월 3일 쿠데타를 ‘실패한 쿠데타’로 추가 입력하여 분석한 결과다.
그래프(그림2)를 보면 성공 또는 실패와 무관하게 모든 쿠데타가 1950년대~1990년대 초반까지 빈번하게 발생하다 냉전 종식(1991년) 이후 급격히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2018년에는 처음으로 전세계에서 단 한건의 쿠데타도 일어나지 않은 해로 기록됐다. 2015년~2019년 동안 단 6건의 쿠데타만 일어나 점차 0으로 수렴되는 추세로 인식되었다. 여러 해석이 있다. 앞서 언급한 냉전종식으로 인한 쿠데타 배후세력의 실종, 경제사회구조의 복잡성이 증대되어 폭력적인 정권교체의 효능감이 약화된 점, 무엇보다 디지털 기기의 발달과 개인장비의 보급 확대로 시민주권의식이 고양된 측면 등이다.
아래 그래프(그림3)은 이 데이터에 기초해서 쿠데타 성공과 실패 기록을 5년단위로 구분하여 그래프를 그린 것이다.
[그림3 ] 전세계 연도별 쿠데타 성공률과 5년간 이동평균

그래프에서 빨간 점선은 5년간 이동 평균을 나타내며, 성공률의 전반적인 경향을 나타낸다. 전체적으로 성공률은 연도별 변동이 있으나, 특정 시기에 안정적이거나 변화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초록색 x로 표시된 부분은 성공률이 10% 이상 급격히 증가하거나 감소한 시점이다. 예를 들어, 1951년에는 성공률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2020년대 쿠데타의 성공률이 높아졌으나 윤석열의 쿠데타가 실패하여 2024년 초록색 x가 아래로 내려갔다. 지난 74년간 평균 성공50%, 실패50%로 팽팽했지만 2020년대에 들어와서는 성공률이 61%로 크게 높아졌다. 성공률이 급격히 변한 연도에 주목하여 해당 시기의 주요 정치적, 경제적, 또는 국제적 사건을 추가로 분석하면 성공률 변화의 원인을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이에 대한 연구결과는 매우 제한적이다.
신생독립국의 쿠데타
쿠데타는 2차세계대전 이후에는 신생 독립국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졌다. 식민지 유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아프리카에서는 과거 식민지 본국인 프랑스식과 영국식이 나누어 싸웠다. 데이터 분석결과를 보면 1950년~1970년 동안 기존 국가가 166건, 신생 독립국은 21건 발생했다. 기존 국가에서 쿠데타가 훨씬 많이 발생했지만, 이는 이 그룹의 국가 수가 많기 때문이다. 쿠데타 발생률 (국가당 평균)로 비교해보면 기존 국가(3.46건) : 신생 독립국(3.50건)으로 신생독립국이 약간 더 높게 나타난다. 1950~1970년에 신생 독립국에서 발생한 쿠데타는 독립 초기 정치적 불안정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림4 ] 년도별 신생독립국과 기존독립국의 쿠데타 발생건수(산점도)

냉전시기 미국과 소련을 등에 업은 쿠데타
냉전 시기(1947~1991)동안 미국과 소련을 등에 업고 산업화가 진행 중인 제3세계에서 쿠데타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특정 국가의 정권 교체를 통해 자신들의 이념과 이익을 확대하려는 강대국의 전략에서 비롯되었다. 1973년 아옌데 정권을 붕괴시킨 칠레 쿠데타는 배후가 미국의 CIA였고 영국 등 서방 초국적 금융자본이 베팅하여 벌어진 일이다. 한국도 이 시점(1961~1980)에 4번의 쿠데타가 벌어졌다. 이에 대한 방증으로서 냉전이 종식되자 쿠데타는 확실히 줄어들었다.
[표1 ] 냉전시기 미국(영국)과 소련의 배후 아래 발생한 주요 쿠데타
| 연도 | 국가 | 외부 영향 | 세부 내용 |
| 1953 | 이란 | 미국/영국 | 모하마드 모사데그 총리의 석유 산업 국유화에 반대하여 CIA와 MI6가 공동으로 쿠데타를 지원하여 팔레비 샤를 복위시킴. |
| 1954 | 과테말라 | 미국 | 좌파 성향의 하코보 아르벤스 대통령을 CIA가 지원한 쿠데타로 전복, 이후 친미 군사 정권 수립. |
| 1956 | 헝가리 | 소련 | 헝가리에서 반소련 혁명이 발생하자 소련군이 혁명을 진압하며 친소 정권 유지. |
| 1957 | 오만 | 영국 | 오만에서 반영국 운동에 대해 영국이 군사 개입으로 혁명 억제하여 친영국 술탄 통치 유지. |
| 1960 | 콩고 | 미국/소련 | 초대 총리 파트리스 루뭄바가 소련의 지원을 받았으나, CIA의 지원을 받은 모부투 세력이 그를 제거하고 권력을 장악. |
| 1961 | 한국 | 미국 | 미국의 냉전 이익과 부합된 박정희 정권 수립. 미국은 쿠데타를 직접 지원하지는 않았으나 향후 박정희의 반공 정책을 지지하여 군사정권을 유지시킴 |
| 1964 | 브라질 | 미국 | 좌파 성향의 조앙 굴라르트 대통령을 군부가 쿠데타로 전복, 미국은 이를 지지하여 군사 정권이 수립됨. |
| 1965 | 인도네시아 | 미국 | 독립지도자 수카르노 정권을 공산주의 세력 확대 억제를 명분으로 CIA 지원하에 군부가 쿠데타에 성공하여 수하르토 정권 수립. |
| 1965 | 로디지아 (현재 짐바브웨) | 영국 | 백인 정권의 독립 선언을 영국이 방해. 제재 및 외교적 압력을 가하여 수년간 갈등 지속 |
| 1968 | 체코슬로바키아 | 소련 | 프라하의 봄. 개혁주의 정부가 자유화를 시도하자 소련과 바르샤바 조약군이 군사 개입. 소련 지배 체제 유지. |
| 1973 | 칠레 | 미국 | 사회주의자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을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장군이 쿠데타로 전복, CIA의 지원이 있었음. |
| 1979 | 아프가니스탄 | 소련 | 소련이 군사 개입하여 친소 정권을 수립, 이후 장기적인 군사 주둔과 내전으로 이어짐. |
| 1979 | 니카라과 | 소련 | 소련이 마르크스주의 산디니스타 정권 지원. 경제 및 군사 지원하여 친소 정권 강화. |
| 1979 | 한국 | 미국 | 미국의 반공 전략과 부합된 전두환 정권 수립. 미국은 군사 쿠데타를 직접 지원하지 않았으나 쿠데타와 유혈사태를 묵인했고 쿠데타 성공 이후 전두환 정권을 반공 정책 동맹으로 인정하여 정권을 유지시킴 |
| 1981 | 엘살바도르 | 미국 | 미국은 공산주의 확산을 막기 위해 우익 군사정권 지원. 미국이 군사 훈련 및 자금 지원을 하여 이후 내전 지속. |
| 1981 | 폴란드 | 소련 | 자유노조 운동에 대한 위협. 소련의 압박으로 계엄령 선포하여 공산당 정권 유지. |
| 1983 | 그레나다 | 미국 | 좌파 정권이 소련과 가까워지자, 미국이 군사 개입하여 정권을 전복하고 친미 비숍 정권을 수립. |
| 1991 | 소련 | 소련 내부 | 보수파 공산당원들이 고르바초프의 개혁을 저지하려다 실패한 8월 쿠데타 발생. |
냉전 이후에도 미국은 군사개입을 통해 쿠데타를 지원한 사례가 발견된다. 1994년 아이티에서는 민간정부를 복원하려는 목적으로 미국이 군사 쿠데타를 억제하기 위해 직접 개입하여 아리스티드 정권을 복귀시켰다.
미국(영국)과 소련 외 다른 서방국가들 특히 프랑스,벨기에 등도 구 식민지 국가에서 경제적·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쿠데타를 묵인하거나 지원한 사례가 있다. 식민지가 없었던 독일과 이탈리아는 주요 무역 파트너나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간접적으로 개입하였다.
냉전 체제의 영향 하에 NATO 회원국들은 냉전 구도 속에서 쿠데타 이후의 정권을 지지하거나, 반공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협력한 사례도 있다.
빈곤과 쿠데타 그리고 2020년대 쿠데타의 특징
많은 선행연구에서는 빈곤을 쿠데타의 핵심요소로 파악한다. 예를들어, 런던과 풀(1990, 151)의 연구는 빈곤이 "쿠데타의 필수 조건에 가깝다" 또는 "쿠데타의 공통 분모"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빈곤국가들은 정치적 불안정과 경제 침체라는 '쿠데타의 함정'에 빠질위험에 처했다. 그 외 많은 분석결과에서 가장 일반적인 공변수는 1인당 GDP고 그렇게 보는 이유는 이 지표가 ‘쿠데타의 강력한 전조’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Miller, Joseph, and Ohl 2018, 424)
하지만 빈곤을 쿠데타의 원인으로 일반화시킬 수는 없다. 예컨대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쿠데타는 주로 빈곤과 직접 연관이 있지만 남아메리카에서 발생한 쿠데타는 1인당 GDP와 관련이 없다. 또 빈곤이 정권교체를 시도하는 역성쿠데타와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지만 친위쿠데타(시도)또는 비토 쿠데타는 그렇지 않았다. (Lehoucq & Pérez-Liñán, 2014)
완전한 이론적 논의는 이 글의 범위를 벗어나지만 콕스(Cox)의 설명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그는 ‘가난한 국가는 지대추구 행동으로 인해 폭력의 함정에 더 취약하다. (중략) 정치적 인센티브 보다 경제적 인센티브도 있다. 반면 개발도상국의 특권층 정권 내부자들은 현상유지에 대한 혼란을 달갑지 않은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미래의 지대추구를 위협하기 때문이다.’(North, Weingast, 2019)
[그림2]를 보면 어떤 이유에서인지 2020년대부터 쿠데타 발생빈도가 다시 상승(4년간 18건)하여 2000년대 초반 수준(5년간 20건)까지 오르는 추세다. 자세히 보면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들이 주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래 표(표2)를 보면 전체 18건 중 말리, 수단, 기니, 가봉, 니제르 등 아프리카 대륙에서만 14건, 미얀마,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 2곳, 볼리비아 등 남미 1건, 그리고 느닷없이 등장한 나라, 2024년 12월의 대한민국을 볼 수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1950년대 이후 2001년까지 188번의 쿠데타가 있었다. 이 중 성공은 80번, 실패는 108번이었다. 이런 아프리카도 2010년대 이후 쿠데타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대다수의 나라가 민주주의 정부를 세우는데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숙하지 못한 민주주의는 부정부패와 경제 위기를 불렀고 불과 10년 만에 군부가 다시 돌아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021년 10월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쿠데타가 전염병처럼 돌고 있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나설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선행연구결과에 따라 2020년대 쿠데타가 발생한 나라들의 1인당 GDP와 1인당 GDP 국가 순위를 분석해보았다. 낮은 경제발전수준이 쿠데타를 더 빈번하게 발생하는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2020년대 쿠데타가 발생한 나라 모두 매우 낮은 경제발전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금새 확인할 수 있다.
[표2 ] 2020년대 쿠데타 국가의 경제발전수준
| 국가명 | 쿠데타 발생년도 | 성공여부 | 대륙 | 1인당GDP (USD) |
세계순위 |
| Mali 말리 | 2020 | 성공 | 아프리카 | 약 900 | 174위 |
| Mali 말리 | 2021 | 성공 | |||
| Niger 니제르 | 실패 | 약 550 | 184위 | ||
| Guinea 기니 | 성공 | 약 1,200 | 165위 | ||
| Chad 챠드 | 성공 | 약 700 | 177위 | ||
| Sudan 수단 | 실패 | 약 533 | 185위 | ||
| Sudan 수단 | 성공 | ||||
| Myanmar 미얀마 | 성공 | 동남아시아 | 약 1,400 | 160위 | |
| Sao Tome and Principe 산투메 프린시페 | 2022 | 실패 | 아프리카 | 약 2,000 | 150위 |
| Guinea-Bissau 기니 비사우 | 실패 | 약 800 | 176위 | ||
| Burkina Faso 부르키나 파소 | 성공 | 738 | 179위 | ||
| Burkina Faso 부르키나 파소 | 성공 | ||||
| Niger 니제르 | 2023 | 성공 | 550 | 184위 | |
| Gabon 가봉 | 성공 | 8,831 | 80위 | ||
| Sudan 수단 | 실패 | 533 | 185위 | ||
| Bolivia 볼리비아 | 2024 | 실패 | 남미 | 3,168 | 125위 |
| Bangladesh 방글라데시 | 성공 | 남아시아 | 1,869 | 136위 | |
| South Korea 한국 | 실패 | 동북아시아 | 33,745 | 32위 |
위 표에 따르면 한국을 제외하고는 상대적으로 가장 부유한 나라가 1인당 GDP 순위로 80위(가봉)였고 나머지 12개 국가는 136위(방글라데시)에서 185위(수단) 사이에 머물렀다. 2020년대 즉, 최근 쿠데타가 발생한 나라들은 전세계에서 가장 경제발전수준이 낮은 나라들이라는 뜻이다.
아프리카의 쿠데타 모두 정권교체를 목적으로했다. 빈곤과 역성쿠데타 사이에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정권교체가 목적이 아니라 오직 정권재창출 등의 친위쿠데타는 빈곤과 관련성이 없었다(The Varieties of Coups D&état: Introducing the Colpus Dataset, 2021). 이 나라들의 공통점은 낮은 경제발전수준 외에도 정치적 불안정성이 지속되는 나라, 부족 및 계급계층간 갈등의 심화, 빈곤·교육 및 보건서비스의 부족 등 저개발국형 사회적 문제가 상존하는 나라, 공업발달이 미흡한 농업중심경제, 사막화 또는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적 어려움을 겪는 나라라는 특징을 공유하고 있었다.
어느나라에서 쿠데타가 가장 많이 발생했을까?
아래 그래프는 국가별 쿠데타 발생빈도를 기록한 것이다. 1위 볼리비아는 74년간 23건, 2위 아르헨티나는 20건, 3위 수단은 17건 순으로 발생하였다. 쿠데타가 일어난 나라 중 가장 적은 나라는 각각 2건씩 일어난 짐바브웨, 세네갈 등 18개 국가다. 그러니까 한번이라도 쿠데타가 일어난 나라는 단 한번의 쿠데타로 그치지는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국도 1961년 5.16군사쿠데타(성공), 72년 유신쿠데타(성공), 79년 12.12군사쿠데타(성공, 1980년 5.17계엄확대는 12.12쿠데타에 포함시켰다), 그리고 2024년 12.3 쿠데타(실패) 총 4건을 기록하였다. 공교롭게도 전체 발생빈도 국가 중 정 중앙에 위치해있다.
[그림5 ] 국가별 쿠데타 발생빈도순위

이른바 선진국에서도 쿠데타가 발생했을까?
지난 74년간 쿠데타를 경험한 나라 대부분은 개발도상국에서 447건, 저개발국에서 43건이었다. 년도별로 비교해보면 20세기에는 개발도상국 중심, 21세기에는 저개발국가 중심으로 발생하였다. 쿠데타의 빈도가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산업화 정도가 뒤떨어진 나라의 전유물이 되었음을 의미하기도 하다. 실제로 2020년대에는 18건 중 16건이 저개발국가에서 일어났고 이른바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에서 쿠데타 경험은 각 1건씩이었다. 그 중 한 건이 2024년의 대한민국이었다. 즉 2024년 윤석열의 12.3 쿠데타가 1950년 이후 전세계에서 벌어진 최초의 선진국에서 발생한 쿠데타다.
[그림6 ] 국가의 개발수준별 쿠데타 발생 비율

쿠데타인지 아닌지를 가르는 기준에 따른 12.3 쿠데타
전세계 쿠데타를 분석하여 민주주의 붕괴와 파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존 J 친, 데이비드 B 카터, 조셉 G.W의 분석기준을 참고하여 어떤 것이 쿠데타이고 어떤 것이 쿠데타가 아닌지 그 기준을 살펴봤다. 또한 그에 맞추어 12.3 윤석열 쿠데타를 비교해봤다.
첫째, 구체적인 행동을 수반해야 한다. 병력 이동, 공개 발표(예: 전단지, 라디오, 텔레비전 방송) 등이다. 윤석열은 12.3 밤 10시29분에 티브이 생방송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계엄사령관에 의해 포고령1호도 발표하여 이 요건은 넉넉하게 충족된다. 둘째,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이루어졌을 경우인지 봐야한다. 윤석열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는 헌법 제77조제1항의 계엄요건을 갖추지 않았다. 제4항 및 계엄법 제4조1항에 따른 국회 통고 절차도 따르지 않았다. 이 요건도 충족된다. 셋째, 권력 장악을 위한 시도가 있었는지다. 단순히 권력자를 암살하려 하거나 승진누락, 군사적 숙청 등에 항의하기 위한 군사반란은 쿠데타로 분류하지 않는다. 윤석열 쿠데타의 포고령 1호의 1항은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고 했다. 언론출판의 자유와 노동기본권도 말살했다. 그리고 여야 당대표와 국회의장, 주요 상임위 위원장을 긴급체포하려고 하였다. 야당과 시민사회를 싸잡아 반국가세력이라고 몰아붙였다. 쿠데타 실패 이후에도 정국수습방안을 ‘우리당’과만 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권력을 잡고 있었지만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행위로서 이 기준에도 충족한다고 볼 수 있다. 넷째 현역군이 참여했는지다. 윤석열일당은 방첩사령관, 특전사령관 등 현역군인들을 정식 명령체계를 활용하여 대거 동원했다. 만약 현역군이 참여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쿠데타라기 보다 반란군이나 저항군, 폭력혁명가들의 무장활동으로 불려야할 것이다.
역성 쿠데타인지 친위쿠데타인지 식별하는 기준은 목표가 명목상의 집권세력인지 그밖의 세력인지, 쿠데타를 일으킨 세력과 사람이 정권 지도자 자신이 행정부 권력을 장악하고 있었는지다. 전자라면 역성, 후자라면 친위쿠데타 또는 비토형 쿠데타다. 군사쿠데타인지 아닌지도 중요한 기준이다. 군사 쿠데타는 민간인이 주도할 수 있지만 군대, 경찰 또는 군이 최소 한 명 이상 개입해야한다. 비군사 쿠데타는 민간 정권 엘리트(예: 정당원)만이 관여한다.
[그림7 ] 쿠데타 식별 도해 (출처 : 존 J 친, 데이비드 B 카터, 조셉 G.W)

도대체 윤석열의 12.3 쿠데타는 어떤 쿠데타인가?
쿠데타는 기존의 권력을 급격하고 비합법적인 방식으로 전복하거나 대체하려는 행동이다. 새뮤얼 헌팅턴은 ‘제도화 수준이 낮은 국가에서 정치적 갈등과 불만이 극대화되어 발생하는 군사적 개입’이라고 정의했다. ‘쿠데타는 현대화 과정에서 제도적 정치 기구가 불완전하거나 약할 때, 특히 사회적 동원이 정치적 안정성을 초과할 때 발생한다’는 것이다. ‘군대는 조직적 통일성과 폭력을 독점하는 특성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서 개입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Political Order in Changing Societies, 1968)
하지만 이 개념으로는 20세기 수많은 개발도상국(박정희, 전두환의 쿠데타를 포함한)과 최근까지 이어진 아프리카와 남미의 쿠데타에 대해서는 설명할 수 있지만 2024년의 윤석열의 쿠데타에 대해선 군대를 동원했다는 특징 말고는 아무런 설명력을 갖지 못한다.
에드워드 루트왁은 『쿠데타: 실용 매뉴얼(Coup d'État: A Practical Handbook)』에서 쿠데타를 "작은 집단이 기존의 권력을 무력으로 대체하는 행위"로 정의했다. 여소야대로 인해 국회에서 소수정당으로 전락했다는 것을 작은 집단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검찰권력, 여당권력, 사법권력, 언론권력, 나아가 재벌총수들까지 떡주무르듯 해온 윤석열이 권력으로부터 소외되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외신들도 &한국 역사상 가장 짧고 기괴한(bizarre)&〈뉴욕타임스, ‘(심야에) 폭탄이 터져 민주주의 국가에 충격파를 퍼부었다.(중략) 너무나 미스터리하다’고 말한 것이다.
윤석열의 12.3 쿠데타는 신생독립국의 쿠데타도 아니다. 민주주의 경험이 너무나 부족하여 발생한 저개발국형 쿠데타도 아니다. 빈곤이나 높은 아동사망률, 낮은 복지혜택, 종족간 갈등 또는 치열한 계급투쟁의 결과도 아니다. 산업화과정에서 정치와 경제가 서로 모순을 일으키며 발생하는 개발도상국의 쿠데타도 아니다. 엘리트 장교들이 주도한 군사쿠데타의 전형에서도 벗어난다. 미국과 소련 등 외세를 등에 업고 벌인 쿠데타라는 증거도 찾아보기 힘들다. 엘리트 장교들의 군사반란도 아니다. 게다가 1950년 이후 발전한 자본주의 국가, 민주주의 선진국에서 발생한 최초의 쿠데타다.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일어난 쿠데타의 성격과 너무나 다른, 윤석열 쿠데타는 앞으로 어떤 쿠데타로 분류될 것인가? 그가 내세운 주장 외 다른 숨은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정확한 수사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른 면밀한 연구도 이어질 것이다.
참고문헌
Nancy Bermeo(2016), On Democratic Backsliding, Published by Johns Hopkins University Press
Jonathan M Powell & Clayton L Thyne(2024), Global instances of coups from 1950 to 2024: A new dataset, Department of Political Science, University of Kentucky
John J. Chin, David B. Carter, Joseph G. Wrght(2021), The Varieties of Coups D&état: Introducing the Colpus Dataset, Oxford University Press
Derek Lutterbeck(2011), CIVIL-MILITARY RELATIONS, Ubiquity Press, Geneva Centre for the Democratic Control of Armed For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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