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책연구

7-1. [발간사] 파면 이후의 세계

진보정책연구원 2025. 8. 19. 19:38

[발간사] 파면 이후의 세계

 

 

이제나 저제나 파면을 기다렸는데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헌재선고기일이 통지되지 않았다. 애초부터 이번 연구지 기획은 ‘파면 이후의 세계’였다. 3월 초순이면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봤고 기획은 유지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시점부터 걱정이 앞섰다. 나라 걱정, 이나라 민주주의에 대한 걱정으로 불면의 밤을 보냈다. 연구지 기획도 유지해야할지 고민했다. 그도 그럴 것이 12월 3일 이전에 나는 저들이 설마 내란을 일으킬지 몰랐다. 구속 된 뒤 석방될지는 더더욱 몰랐다. 이제는 헌재 결정을 예측하는 것도 두려워졌다. 연구지 마감을 앞두고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졌다.

 

잠 못 이루던

수없이 많은 밤을 보내고 나니

별들이 사라진 자리엔

흐릿한 아침햇살이 내려 앉는다. 

 

내란범 윤석열이 파면이 되고 나면 어떤 느낌일까 생각하며 14일 밤에 미리 써놓은 글 한토막이다. 파면을 기다리던 불면의 밤을 보내고 나면 수많은 민중의 염원이 밤하늘의 별처럼 남고 (다음날 밤이 되면 어김 없이 그 자리에 떠있을 것이 분명하다) 어느새 갑자기 아침 같이 찾아온 파면 이후의 세상에서도 희망에 들뜨기 어려운 내일을 준비하는 심경을 담았다.

 

그래도 파면은 될 것이 분명하다고 여기며 연구지 마감을 완성했다. 신경아 교수(한림대 사회학과)는 ‘윤석열의 파면은 여성정책의 복원과 성평등 민주주의의 회복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젠더담론이 어떻게 달라져야할지 젠더갈등 프레임을 넘어설 방법을 제안한다. 파면 이후 기다리는 트럼프발 관세전쟁에 대해 기업의 입장은 충분히 들었으니 이제 노동자의 시각도 확인해야한다는 생각에 손정순 연구원(금속노조 노동연구원)의 글을 담았다.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한 추경, 속도와 방향에 대해 우석진 교수(명지대 경제학과)에게 옥고를 청했다. 파면 이후 기다리고 있는 트럼프의 한미동맹청구서에 대한 합리적 계산방법을 박민정 선임연구원(진보정책연구원)이 알기 쉽게 정리했다.

 

변화무쌍하지만 관통하는 본질은 있지 않을까 고민하며 처음으로 정세연구도 실었다. 대선을 앞두고 선거연합 논의가 활발한데 장기적으로 구축해야할 연합의 본질적 성격에 대해 필자가 긴 글을 썼다. 파시즘에 대한 이해, 20세기와 21세기 파시즘을 비교분석하고 한국 현실에 맞는 새로운 해석을 담아 진보적 반파시즘연합 구축을 제안한다.

 

파면 이후의 세계가 어떻게 어디로 갈지는 안개속이다. 크고 작은 너무 많은 세력이 힘겨루기를 하다보니 한두가지 변수 이해로는 답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항쟁에 참여한 민중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비교적 분명하다. 살만한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다. 

연구지에 못담은 ‘살만한 세상’에 대한 현실적 구상은 아마도 진보당의 대통령 후보가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

 

2025.3.17.

여의도에서 신석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