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종식 이후의 민주주의 재구성과 다당제 연합정치1) “진보정치의 생존전략을 넘어”

신석진
진보정책연구원 원장
진보당의 정책연구소, 진보정책연구원 원장이다. 저서로 《정치전략프레임워크》가 있고 공저로 《전국민 4대보험》 등이 있다. 《배달플랫폼 라이더 노동환경 실태조사》, 《공공기관 콜센터 민간위탁 계약기관 전수조사》, 《장기요양기관 공공성 강화를 통한 요양보호사 처우개선 방안 연구》, 《노동자 주말휴식권 보장과 주말노동 가치인정을 위한 연구》, 《IT업종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근로실태 연구》, 《간호조무사 현장실습생 무임금노동실태와 법적보호방안 연구》, 《방과후학교 강사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위한 제 도개선 방안 연구》등 주로 비전형 고용구조 하에서 배제되기 쉬운 노동자의 권리 보장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실천적 정책 연구에 참여했다.
1. 들어가며 : 민주정치의 재구성전략
본고는 양당체제를 ‘승자독식’ 구조로 이해하고 다당제 연합정치를 소수파 혹은 진보정당의 생존전략으로 설명해온2) 기존 논의 틀을 비판적으로 재구성하고 나아가 이를 내란 종식 이후 헌정질서 복원과 민주주의 재구성을 위한 전략적 제도로서 새롭게 위치짓는 데 목적이 있다. 특히 최근 대선에서 적극적 내란옹호자와 그 추종세력이 여전히 주요 정당의 틀 안에서 41%의 높은 득표를 얻은 현실은, 현행 양당체제 가 헌정파괴 세력의 재등장을 가능케 하는 구조임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다당제 연합정치는 진보진영만의 의제가 아니라 보수진영의 재구성을 위한 필수적인 제도개 혁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2. 문제의 제기: 양당체제의 구조적 위기
대한민국 정치는 1987년 체제 이후 잠시 다당제 구도를 경험했지만3) 1990년 이후 양당체제의 틀을 유지해왔다. 여기서 말한 양당제는 제3의 정당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거대정당 2개 외에는 유의미한 정치적 역할(경쟁의 존재)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를 말한다.4) 이 구조는 국민 정서에 크게 반하는 극단적 세력들도 일정한 지역 기반을 통해 반복적으로 권력을 재획득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적 조건을 제공해왔다. 특히 1990년 3당 합당5) 이후 형성된 보수 정치세력은 △군사독재 잔당, △일제 점령기 시절부터 이어온 수구기득권 집단, △대구경북에 더해 부울경까지 확장된 강력 한 영남 지역 기반, △복지국가 경험과 기초도 없이 미국에서 일방적으로 이식된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 △구시대적 반노동 자본축적체제, △광기에 가까운 반공반북 통치체제, △그로부터 파생된 극우파시즘, △사이비 개신교집단, △사회적 약자,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적 태도, △정경유착에 근거한 다종다양한 불로소득과 강남 부동산 투기집단, △권력화된 정치검찰과 엘리트 관료집단이 결합하며 장기적인 정치적 우위를 점해왔다. 이 같은 구도는 비례성이 현저히 결여된 선거제도와 단순다 수대표제에 기반한 양당체제의 한계와 맞물리며, 정치적 대안의 형성과 정책경쟁의 활성화를 구조적으로 제약해왔다.
3. 다당제 연합정치의 전략적 재정의
이같은 현실은 다당제 연합정치를 진보정치의 생존전략으로 국한하기보다, 민주주의의 지속가능성과 보수정치의 재구성을 위한 전략으로 재정의할 것을 요구한다. 내란정당이 독자적인 지역 기반과 양당 구조 속의 독점적 위치를 통해 여전히 일정 지분을 유지할 수 있는 상황에서, 다당제는 헌정파괴 세력의 고립과 합리적 보수의 재편을 가능케 하는 제도적 토대이다. 이는 하승수가 지적한 바와 같이 극단주의 정치 세력을 제도적으로 고립시키고, 정책 중심의 다원적 정치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정치적 봉쇄전략”이자 “제도개혁 전략”이다.6) 다당제에 대한 국민여론도 매우 높게 형성되어있다. 2017년 문화일보 조사에서 ‘우리나라 정치발전을 위해 어떤 정당 구조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대해 65.0%의 응답자가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다당제’라고 답변했다. ‘정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양당제’를 꼽은 비율은 29.4%에 불과했다. 2019년 MBC 여론조사에서 두 제도의 ‘선호’를 묻는 질문에 ‘다당제 선호’는 55%로 다소 줄어들었지만 ‘양당제 선호’는 31.3%로 2년 전 문화일보 조사결과와 큰 차이가 없었다. 2023년 뉴스토마토의 여론조사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52.3%가 ‘다당제 구도를 선호한다’고 응답했고 ‘양당제 구도를 선호한다’는 응답자는 27.7%로 오히려 줄었다. 설문 문항과 조사시점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났지만 다당제에 대한 국민여론은 ‘선호’에 크게 기울어 있음을 알 수 있다.7) 진보정책연구원이 지난 5월 한국사람연구원, 한국리서치와 공동으로 수행한 프로젝트 [내셔널어젠다 2025]에 따르면 2020년 총선에서 처음 실시된 현행 연동형 비례 대표제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43.5%가 찬성의견을 보여 반대의견 34.6%보다 높게 나타났다. 특히 당시 야6당(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정의당) 지지자들 중 60.2%가 찬성의견을,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29.3%를 보여 연 동형 비례제는 민주진보진영의 주요 담론으로 자리잡았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현재 국회의원 선거제도에 대해 57.7%가 ‘문제가 있다’고 답변했고 ‘문제 있 다’고 답변한 응답자들에게만 따로 그 이유를 묻자, ‘특정지역에서 특정정당이 싹쓸이할 수 있다’는 답변이 60.1%, ‘낙선자 지지표가 사표가 된다’도 17.9%로 나타났다. 이같은 조사결과는 선거제도의 개선이 매우 시급하며 연동형 비례제를 기본으로 하는 진보당 등의 선거제도개혁방향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높다고 해석할 수 있다.

4. 긴급 3대 개혁과제 앞서 토론회에서 하승수는 오랜기간 시민사회에서 검토하고 준비한 내용을 중심으 로 7대 과제를 제시했다. 몇몇 세부쟁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진보당, 조국혁신당 등 야4당은 물론이고 정의당, 녹색당, 시민사회까지 폭넓게 동의되는 정책들이다. 아래 표는 하승수의 제안을 필자가 요약한 내용이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위 정치개혁 과제를 모두 동시에 실현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표 의 등가성(비례성) 보장이라는 문제제기 안에 당파성이 있을리 없다. 예컨대 지난 총 선결과를 보면 서울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의 득표율 평균은 46.3%인데 당선자는 22.9%에 불과했다. <국민의힘>이 서울에서 얻은 총 득표 중 약 23.1%p는 의석으로 전혀 연결되지 못했으므로, 사표로 처리된 표의 비율은 약 50.5%라고 할 수 있다. 서울시민 중 <국민의힘>을 선택한 표 중 절반이 넘게 사표가 된 것이다. <국민의힘> 이야말로 표의 등가성(비례성)을 주장해야할 뚜렷한 동기와 명분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완전한 비례성 즉 득표율과 의석률의 비례성을 강화하자는 주장은 오히려 양당제를 고착시킬 수 있으며 국민의힘에게 회생의 기회를 줄 수 있다. 내란종식과 사회 대개혁을 위한 당면 정세의 요구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

모든 개혁과제는 정세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만약 어떤 개혁과제가 해당시기 정세를 무시하였다면 공허한 이상이라고 평가받을 것이다. 따라서 정치개혁과제도 내 란종식과 사회대개혁에 대한 시대적 과제와 국민적 열망에 기초해야한다. 그 외의 것들은 당리당략적으로 비쳐질 수 있고 불필요한 정쟁과 갈등 요인이 될수도 있다. 이런 관점에 기초하여 우선 추진해야 할 3대 과제를 추려보았다. 첫째는 교섭단체 요건완화, 둘째는 지방선거제도개혁 중 기초의회 2인선거구 폐지와 광역단체장 결 선투표제 도입, 셋째는 국회의원선거 비례대표 연합공천의 제도화다. 이 세가지 과 제야말로 현정세의 요구에 가장 정확하게 부합하며 실현가능성이 높고 기존합의가 있어 명분이 분명하며 진보당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4.1. 교섭단체 요건 완화
현행 20석, 임의적이고 근거도 없는 교섭단체 구성 요건8)을 완화함으로써, 국회 내 정치다양성을 실질적으로 제도화하고, 급진적 의제와 대안적 입장이 의사일정에서 논의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소수정당의 생존과 유지의 범주를 넘어 ‘진보정당의 정책 의제설정 능력의 제도화’를 의미한다. 교섭단체의 여러 특권 중 특 히 국회 운영 및 의사결정 참여 영역은 비교섭단체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일이다. 상임위원장을 배분받고 본회의 및 상임위 의사일정에 직접 영향력 행사가 가능해지며 각종 청문회, 공청회 등을 제안하고 기획할 수 있고 국회 차원의 각종 특위 구성시 자동참여가 가능하게 된다. 무엇보다 어떤 법을 어떻게 처리할 지에 대해 협의할 수 있게 되는 점이 중요하다. 특히 진보정당은 의제설정능력이 중요하다. 국민여론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교섭단체의 지지를 받지 못한 급진적인 의제(법률안) 상당수는 발의 후 제대로된 심의조차 못한 채 임기만료로 폐기되어왔다. 본회의까지 갈 수 있으려 면 결국 교섭단체의 도움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많은 손실과 타협이 이뤄질 수 밖 에 없다. 결국 비교섭단체로서는 의제설정 능력의 구조적 소외가 발생한다. 교섭단체가 된다는 것은 국회내 제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게 되는 것으로서 진정한 의미에서 제도권 정치의 주역이 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교섭단체의 특권을 이야 기할 때 정책연구위원 등 인건비 지원과 각종 예산상 특혜 및 국회 내 사무공간 지원 등을 언급하지만 이것은 앞서 이야기한 의제설정능력에 비해 아주 작은 것들이다. 정치적 이익과 제도적 권한강화를 빼놓고 교섭단체의 이익을 이야기해선 안된다. 교섭단체 요건이 완화되면 진보정당에만 특별한 이익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보수 정당의 제2교섭단체가 구성될 수도 있다. 만약 지난해 내내 윤석열과 갈등을 빚었던 친 한동훈계 의원 17명이 별도의 교섭단체를 구성하였다면 윤석열은 내란을 일으킬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며 거부권 행사도 위축되었을 것이다. 교섭단체 요건 완화는 보수의 합리적인 재구성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미 야5당(민주당 포함)이 교섭단체 요건 완화에 합의한 바 있으며, 해당 개정안은 국회에 상정되어 있다.9) 이는 다당제 구조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기초적 조치이며, 정책 연합과 의회 내 협치를 위한 전제 조건이 된다.
4.2. 지방선거 제도개혁 ‘4인 선거구 복원과 광역단체장 결선투표제 도입’
첫째, 기초의회 4인 선거구의 복원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한 핵심 과제다. 현재 2인 선거구가 전체의 59%를 차지하는데 이는 애초 4인선거구였던 것을 대체 로 2006년~2010년 사이에 해당 지방의회의 양당 소속 의원들이 모두 쪼갠 것이다. 제3당의 진입을 구조적으로 봉쇄하고 기득권을 수호하려는 의도였다. 이는 지역사 회정치참여의 단절과 무투표 당선이라는 민주주의 후퇴를 야기하고 있다. 2인 선거 구로 쪼개는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다. 민주노동당과 시민사회단체의 항의시위와 단식농성이 이어졌는데 의회는 경찰병력을 동원한 강제해산을 하거나 시위대와 소수 정당 의원들이 없는 틈을 타서 처리하기 위해 손전등을 켜고 개회를 선언하는 등 날 치기 처리가 이어졌다. 대구에서는 열린우리당(현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피해자가 되고 광주에서는 민주노동당과 국민의힘이 피해자가 되었지만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과 대부분의 지역에서 양당은 이해관계가 같았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26조는 ‘하나의 자치구ㆍ시ㆍ군의원지역구에서 선출할 지역구 자치구ㆍ시ㆍ군의원정수는 2인 이상 4인 이하로 하며, 그 자치구ㆍ시ㆍ군의원지역 구의 명칭ㆍ구역 및 의원정수는 시ㆍ도조례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2~4 인 사이에서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양당의 지방의원들이 쪼개기를 일삼은 것이다. 따라서 향후 해당 조항에서 ‘2인’을 ‘3인’으로 즉 숫자 하나만 바꾸면 모든 2인 선거구가 4인선거구로 복원될 수 있다.
둘째, 광역단체장 결선투표제 도입은 양당 중심 정치의 구조적 폐단을 완화하고, 소 수정당 후보들의 완주와 유권자 선택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방안이다. 이는 지역 패 권 정치의 해체와 유권자 중심 정치로의 이행을 위한 제도적 장치이다. 단순다수대 표제 또는 소선거구제는 자연스럽게 양당제를 유도한다. 이때 제3정당은 전략적 투 표 압력과 조직적 자원의 집중으로 인해 지속적 생존이 어렵고, 유권자들도 승산 없 는 정당에 투표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해진다.10) 결국 단순다수제는 유권자들의 전 략적 투표를 유도하여 양당제를 강화하고 소수정당 배제를 낳는다. 그러나 결선투표 제는 1차 투표에서 유권자가 자신이 선호하는 후보(소수정당 후보 등)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하며, 전략적 투표 압력을 감소시킨다. 이는 정당체계의 다원성을 촉진하고, 소수정당의 정치적 완주를 제도적으로 가능하게 만든다. 결선투표제는 1차 투표에서 이념적 다양성이나 지역적 후보군이 활발히 경쟁하게 만들고, 2차 투표에 서 유권자의 선택 재조정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민주적 대표성을 강화한다.
특히 프랑스, 핀란드, 브라질, 콜롬비아 등에서 결선투표제는 소수당과 무소속 후보 들의 경쟁 가능성을 보장해주는 제도로 기능하고 있다. 또한 결선투표제는 특정 정 당이 ‘지역 헤게모니’를 독점하는 것을 방지하고, 다수 유권자의 실제 선호를 반영하 는 후보 선택을 가능하게 하며, 특정 진영 몰표 구조를 완화한다. 이는 후보 간 연합 가능성을 열고, 유권자 중심의 합의 정치로의 이행을 제도적으로 유도한다.
야5당과 시민사회가 대선 전 합의한 ‘결선투표제’에는 어떤 선거를 의미하는지 명확 하지 않게 되어있다. 당시 논의의 맥락상 차기 대통령선거를 의미하고 이 경우 헌법 개정사안이다. 훨씬 정치적 부담이 큰 대통령선거에서 헌법개정까지 하며 처음으로 시행할 경우 발생할 여러 논점과 부작용을 걱정하는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 따라서 법률 개정만으로 가능한 지방선거에서 먼저 시행하는 것이 순리다. 다가올 지방선거 에서 먼저 광역단체장 선거에서부터 도입해야한다. 이런 취지의 법안(공직선거법 개 정안)을 이미 개혁신당의 천하람 의원이 발의하였다. 이 법안에 진보당, 조국혁신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심지어 무소속 김종민 의원까지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 다. 야4당이 민주당과 법안처리를 빠르게 협의하여 늦어도 올해 정기국회에서 처리 되도록 힘을 모아야한다.
4.3. 비례대표 연합공천의 제도화
연거푸 위성정당이 출현하자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가 훼손되었다. 하지만 국민 의힘이 노골적으로 위성정당 설립을 반복하는 조건에서, 위성정당 출현을 단순히 규 제하는 접근은 무장해제론과 다름 없다. 지난 12월4일 새벽, 국회 과반의석으로 계 엄을 가까스로 해제하는 것을 목도한 민주시민들이 바랄 일도 아니다.
아예 새로운 안을 제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나 중대선거구 제도이다. 진보당에게 이점이 없는 것은 아니나11) 선거제도의 큰틀을 한꺼번에 바꾸는 것은 현실성이 매우 떨어지고 오히려 양당 내에서 거대한 저항에 부닥칠 것이 확실12)해 서 개혁의 동력마저 상실할 위험이 있다. 그래서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할 것이 아 니라 현행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한 조건 위에서 여러 정당간 비례대표 공동명부 구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현행 공직선거법 내에서도 개정 가능한 영역이며, 보수 정당 내부의 극우와 보 수의 분리를 가능케 하는 전략적 틀로 작동할 수 있다. 다당제의 안착을 위한 제도 설계는 단일정당 중심 선거구도에 대한 현실적 대안이자, 정책 기반 연합정치의 기 반을 제공할 수 있다. 이는 과거 진보당의 총선공약이었던 이중당적 허용과는 관련이 없다. 물론 이와 관련해서는 아직 당론이 정해진 바는 없다. 하지만 시민사회에서 는 여러차례 제기된 바 있으며 네덜란드, 스웨덴, 핀란드, 일본 등 여러나라에서 유사한 제도가 시행된 경험이 있다. 무엇보다 지난 대선처럼 내란종식이라는 뚜렷한
정치목표가 제시된 대선에서 유권자에게 명확한 선택지가 제시되어야할 경우 정책 블록단위를 형성해줄 수 있는 이점이 있어 과거청산을 완수하지 못한 한국정치 현실에 적합하다.
현실과 조화를 이루려는 노력에서도 의미가 있다. 예컨대 지난 총선에서 진보진영 일부에서 정의당을 플랫폼으로 활용하자는 안이 제기되었는데 실상은 당을 일시적 으로 합당하고 총선이 끝나면 다시 분당하는 안이었다. 이렇게 해서 실제 녹색정의 당이 만들어졌고 총선 이후 다시 각각의 당으로 복원되었다. 더불어민주연합은 함께 하기로한 정당의 후보들이 각자 소속된 정당을 탈당하여 비례선거용 임시정당을 만들고 여기에 모두 입당하는 방식으로 선거를 치렀다. 더불어민주연합은 민주당과 합당하는 방식으로 소멸시켰다. 결국 진보민주진영 모두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에 대항해 현행법률과 부조화를 이겨내기위해 노력한 것이다. 따라서 이미 드러난 현실과 제도의 부조화를 개선하는 것이니 만큼 큰 저항이 없을 것이다. 국민의힘도 두 개 이 상의 당으로 분할되었다 해도 언제든 공동으로 비례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 극우와 보수의 분할을 용이하게 만들 수 있다.
5. 다당제 정치개혁은 ‘민주주의 재구성’의 전략
정치개혁의 실현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추진 전략이 요구된다.
첫째, 야5당과 시민사회가 공동 선언한 정치개혁 과제를 이행하는 데 있어 정당 간 법안 조율 및 입법 추진이 중요하다.
둘째, 지방선거 제도 개편과 관련해서는 지역별 논의와 풀뿌리 차원의 연대 형성이 필요하다. 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상층의 노력 외에 풀뿌리 여론이 아래로부터 형성 되도록 해야한다.
셋째, 개헌 논의는 별도 트랙에서 진행되어야 하며, 선거제도 개편과 함께 논의될 경우 정치개혁의 동력이 약화될 위험이 있다.
넷째, 이 모든 개혁과정은 내란 종식 이후 헌정질서의 복원과 사회대개혁이라는 시대적 요청 속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다당제 연합정치는 더 이상 진보정당의 생존전략에 국한된 주제가 아니다. 이는 극 우의 정치적 포획을 구조적으로 차단하고, 합리적 보수와 급진적 진보가 정치적 공존과 경쟁을 가능케 하는 민주주의 복원의 제도적 기획이다. 다당제 정치개혁은 87년 체제의 한계를 넘어서고, 한국 민주주의의 내구성을 높이는 새로운 헌정질서로 나아가기 위한 제도적 초석이다.
1) 본 원고는 2025년 7월 2일 국회의원 서왕진, 윤종오, 용혜인, 한창민이 공동주최한 「다당제 연합정치 실현을 위한 정치개혁 토론회」에 서 필자가 토론자로 발표한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되었다.
2)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양당에 표를 주면 독점 정치만 지속된다”며 정의당이 10% 이상의 지지를 받아 시민의 삶을 지키는 다당제로 바 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2022.2.24.) 또 “승자독식 선거제도 개혁 없이 제3정치세력 성장은 불가능하다”고도 했다.(2023.4.10.)
3)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등 주요 정치 세력이 분립되어 노태우가 이끄는 여당인 민주정의당과 함께 다당 구도가 일시적으로 형성됨
4) 양당제란 단지 2개의 정당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 두 정당 외에는 정부 형성 가능성이나 대안 제시 능력이 있는 정당이 없을 때 해 당된다고 정의. Sartori, G. (1976). Parties and Party Systems: A Framework for Analysis. Cambridge University Press.
5) 군부독재세력인 노태우의 민정당, 부산경남을 지역기반으로 삼은 김영삼의 통일민주당, 충청지역을 지역기반으로 삼은 과거 유신잔당 인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 등 3당이 1990년 5월9일 합당하여 민주자유당을 창당했다. 이 것이 <국민의힘>의 뿌리다.
6) 다당제 연합정치 실현을 위한 정치개혁 토론회, 국회의원 서왕진, 윤종오, 용혜인, 한창민 공동주최, 2025.7.2.
7) 다당제 선호 비율은 정의당의 존재감과 일정한 상관관계가 있다.
8) 한국 교섭단체 관련 법규는 1949년 7월29일 국회법 제1차 개정 당시 신설됐다. 교섭단체 최소구성요건은 지금과 같은 20석이었다. 원 내교섭단체의 권한이 확대된 것은 1961년 5·16 군사정변에 의해 출범한 제3공화국이 국회가 상임위 중심 체제로 전환되면서다. 6~8 대 국회 때 최소 의석수는 10석으로 줄었다가 1972년 유신 이후인 1973년 9대 국회부터 다시 20명으로 늘었다. 20석 기준이 정해진 데 대한 구체적인 근거는 기록되지 않았다. 한국의 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은 해외 선진국보다 까다로운 편이다. OECD 국가 중 독일 하원(5%), 캐나다 12명, 스위스 5명, 일본 2명, 노르웨이 1명 등 대체로 의원정수의 0.4~5% 이하다. 반면 한국은 6.7%에 달한다.
9) 2024년 7월 정춘생 의원 등 조국혁신당의 안은 교섭단체 요건을 10명 이상으로 낮추자는 안을, 2025년 3월 박홍근 의원 등 민주당의 안은 15명(5% 복원의 의미)으로 낮추자는 안으로 발의되었음.
11) 시뮬레이션 결과 영호남 지역 진보당의 의석수 확보가 용이해지는 것으로 나타남
12) 영남의 국민의힘, 호남과 서울의 민주당 내부에서 기존보다 훨씬 큰 규모로 타 정당에 대한 의석할당으로 인한 반발이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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