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스라엘 전쟁, 원인과 전망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서강대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캐나다 맥길대학교 이슬람연구소에서 이슬람학 석사, 이란 테헤란대학교 에서 이슬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서강대학교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로 일하고 있다. 외교부 정 책자문위원, 산업통상자원부의 양자 협력 사업인 중동 산업협력 포럼 책임자로 활동하고 있다. 쓴 책으 로는 《이슬람교를 위한 변명》이 있으며, 공동 집필한 책으로는 《차이나는 클라스 국제정치 편》《역사를 보다》《벌거벗은 세계사》들이 있다. 많은 이들에게 객관적인 시각에서 역사를 전하기 위해 tvN 〈벌거벗 은 세계사〉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
이란-이스라엘 전쟁
지난 6월 13일 이스라엘 시각으로 오전 6시 30분 이스라엘이 약 200대의 전투기로 이란의 핵시설을 공습하고,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모사드가 이란 안에서 드론으로 핵 관련 군 지휘관과 과학자를 드론으로 공격해 목숨을 빼앗으면서 이란-이스라엘 전쟁이 시작됐다. 6월 22일 미국이 이란의 포르도와 나탄즈 핵시설을 무게 14톤의 초대 형 벙커버스터 정밀유도탄 GBU-57 MOP(Massive Ordnance Penetrator) 14기, 에스파한 핵시설을 토마호크 미사일 30기로 공격한 후 일방적인 휴전 선언으로 24일 끝날 때까지 12일간 최소 1,200km 떨어진 이란과 이스라엘은 공중전을 벌였다. 3월부터 이스라엘이 공격하리라 예상하고 준비하였다는 고위장성의 말이 무색하게도 이란은 이스라엘의 기습공격에 무기력하게 당했다. 지난해 이스라엘과 두 차례 공방전을 벌이면서 취약한 방공망을 노출했던 이란은 러시아의 도움으로 약점을 보 완했으리라는 예상과 달리 현존 최고의 스텔스 전투기인 F-35에 영공을 내주며 난타당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말에 따르면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을 러시아제로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을 이란이 요청하지 않아 완성하지 못했다.
이란은 러시아 시스템 대신 자국이 개발한 바바르(Bavar) 373으로 적의 항공기, 드 론,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려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공습 전에 이란의 요격 시스템 을 지상에서 먼저 무력화하는 작업을 수행하는 바람에 빛이 바랬다. 2016년 8월에 처음 공개되며 러시아 S-300 시스템의 경쟁자로 이란이 자랑스레 묘사한 대공 방어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이다. 이틀째 되는 날 이란은 방어망을 정비하며 전과를 나름 거두긴 했지만, 부실한 방공망은 12일간 이어진 전쟁 기간 내내 이란의 발목을 잡으며 피해를 키웠다. 이스라엘의 공습에 국민과 주요시설을 보호하지 못했 다. 말 그대로 이스라엘의 최신형 전투기는 이란 상공을 동네 마실 다니듯 휘저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스라엘이 피해 없이 전과만 올리진 못했다. 이란은 약 2,000~5,000기로 추산되는 탄도미사일, 특히 극초음속 미사일로 수도 텔아비브와 최대 항구도시 하이파를 공습해 1948년 건국 이래 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스라엘은 기록할 만한 피해를 봤다.
언론 보도에 따른 양국의 피해 규모를 보면, 이란은 935명의 사상자가, 이스라엘은 28명 사망, 3,000명 이상이 다쳤다. 그러나 전시 보도 통제 관행을 고려하면, 피해 규모는 상당히 더 클 것이다. 미국의 인권단체인 인권운동가(Human Rights Activists)는 이란의 피해 규모를 1,054명 사망, 4,476명 부상으로 집계한다. 이란 쪽에서 유통되는 자료는 이스라엘인 사망자가 무려 1,226명(민간인이 423명, 군인 이 803명)이라고 주장한다.
이란 핵
이란-이스라엘 전쟁의 원인은 이란의 핵개발이다. 2002년 8월 14일 반이란정부 무 장단체인 MEK(Mojahedin-e Halgh, 모자헤디네할그)의 하부조직인 NCRI(National Council of Resistance of Iran, 이란국민저항위원회)가 미국 워 싱턴 디시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란 정부가 IAEA(국제원자력기구)에 신고하지 않 은 핵시설인 나탄즈의 우라늄 농축 시설과 아락의 중수 공장을 비밀리에 운영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IAEA는 이란이 신고하지 않은 이들 핵시설을 확인했고, 이후 이란 핵개발은 국제사회의 현안이 되어 경제제재의 원인이 됐다. 이들 핵시설은 이스 라엘의 모사드가 감지해 관련 정보를 NCRI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란은 이슬람 교리상 대량파괴 무기 제조는 불가하다는 호메이니와 하메네이의 법적인 견해를 인용하면서 이란의 핵 개발은 핵무기 제조가 아니라 전력을 확보하기 위한 평화적 개발이라고 강조했으나, 국제사회에서 긍정적인 반향을 얻지 못했다. 결국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주도한 강력한 원유 수출 제재 조치로 압박을 받은 이란은 2015년 7월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서 P5+1(P5는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 1은 독 일)과 JCPOA(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 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체 결했다. 이에 따르면, 이란은 2031년까지 최대 300kg의 3.67% 농축 우라늄을 보 유할 수 있다.
그런데 2018년 5월 8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JCPOA에서 탈퇴한다고 일방 적으로 선언하고 이란에 경제제재를 다시 부과했다. 트럼프의 탈퇴 선언에는 네타냐 후 이스라엘 총리의 설득이 주효했다. 2018년 1월 31일 밤, 이스라엘의 모사드는 테헤란 비밀 창고에서 이란 핵 관련 문건을 탈취하는데 성공했다. 핵탄두 및 미사일 개발 계획 아마드 프로젝트 문건 약 5만 쪽과 160개 이상의 시디를 훔쳐 분석했고, 이를 4월 30일 네타냐후가 트럼프에 브리핑하기 전에 공개했다.
미국의 탈퇴에 맞서 이란은 JCPOA를 지키며 점차 우라늄 농축 수준을 높여 맞대응 해왔는데, 현재 미국 핵 전문가들은 이란이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핵 물질을 생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12일로 추정한다. 2015년 JCPOA가 타결될 당시 이란이 핵물 질 확보에 1년 걸리리라 보았다. 뚜렷한 대책 없이 JCPOA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트럼프 1기의 대이란 핵 정책이 결국 이란의 핵 개발을 가속화한 셈이다. 바이든은 대통령이 되면 바로 JCPOA를 복원하겠다고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협상
지난 1월 취임 직후 트럼프는 소셜네트워크 트루스(Truth)에 핵무기 없는 이란이 “위대하고 성공적인 국가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이스라엘과 협력하 여 이란을 산산조각 낼 것이라는 언론 보도는 매우 과장”이라고 하면서 자신은 “검증 가능한 핵 평화 협정을 훨씬 선호”하며 “이란과 핵 협정을 체결하여 중동에서 성 대한 축하 행사를 열어야 한다”고 썼다.
3월 7일 트럼프는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Ali Khamenei)에게 새로운 핵 협상을 하자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친서는 아랍에미리트 (UAE)가 이란에 전달했는데, 아랍에미리트 정부 관계자와 밀접한 사람의 말을 인용 하여 이란 언론은 트럼프의 요구사항을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1. 핵 프로그램 해체
2. 우라늄 농축 중단
3. 후티 반군 무기 지원 중단
4. 헤즈볼라 재정 지원 중단
5.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민중동원군) 해산
6. 2개월 안에 위의 요구사항을 이행
7. 이행하면 미국은 제재를 해제하고 이란 고립 종료
8. 협상이 안 되면 미국은 군사 행동 개시
트럼프는 이란과 오랫동안 협상해봤자 소용이 없기에 2달 안에 빨리 해결하자고 재촉했다. 트럼프의 압박은 효과적이었던 듯하다. 특히 군사적 해법 압박을 이란은 피하고 싶었다. 4월 12일 오만의 수도 무스카트에서 미국과 이란은 오만을 중재자로 간접 핵협상을 시작했다. 이란은 처음부터 저농도 우라늄 농축을 핵확산금지조약 (NPT) 가입국의 권리로 주장했다. 만일 미국이 농축 완전 중단을 요구하고 나왔으면 협상은 이뤄지지 않았을 텐데, 미국의 중동 특사 위트코프(Steven Witkoff)가 저농도 우라늄 농축에 유연한 태도를 보였기에 처음 두 차례의 만남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러나 회담 직후인 4월 15일에 위트코프는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4월 26일 3차 회담이 열리기 직전인 25일 금요일 타임(Time)지 인터뷰에서 트럼프 는 이란과 거래가 실패하면 군사력을 사용할 것이라며 위협하면서, 이란의 최고지도 자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핵 프로그램을 두고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 J.D. 밴스 부통령을 위시한 비둘기파 인사들은 2015년 JCPOA와 유사한 합의를 지지했다. 반면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비롯한 매파 인사들은 이 란의 핵농축 활동과 인프라를 완전히 해체해야 협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라늄 농축을 완전히 중단하고, 부셰흐르 원자력 발전소에 필요한 농축 우라늄은 외국에서 수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군사 공격 불사 의지를 밝혔다.
5월 11일 무스카트에서 열린 4차 회담은 진행 방식을 두고도 이견을 보였다. 미국은 회담이 직접과 간접 양면으로 진행되었다고 말했지만, 이란은 간접적이었다고 주 장하며 어려운 회담이었지만 유익했다고 평했다. 미국은 5차 회담 의제에 기술적 요소가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5월 23일 오만의 중재로 로마에서 열린 5차 회담은 직·간접 대화 방식으로 진행되 었다. 아락치 이란 외교부 장관은 5차 회담을 “가장 전문적인 협상 라운드 중 하나” 라고 말하며, “합리적인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진전의 신호”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미국 역시 “건설적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6월 15일 제6차 협상을 3일 앞둔 6월 12일 IAEA 이사회는 이란이 핵 비확 산 의무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선언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이 제출한 결의안은 찬성 19표, 기권 11표, 반대 3표(중국, 러시아, 부르키나파소)로 통과했다. 이란 의 핵 프로그램이 순수하게 평화적이지 않다고 경고한 것이다. 이란이 2019년부터 신고 시설에서 발견된 우라늄 흔적을 믿을 만하게 설명하지 못했고, 신고 시설 접근을 통제해 왔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이에 이란은 새로운 우라늄 농축 시설을 안전한 장소에 만들고 포르도의 1세대 원심분리기를 6세대로 교체하여 훨씬 더 효과적으로 우라늄을 농축할 것이라고 맞섰다. IAEA 이사회는 2005년 이란이 핵 비확산 의무 를 위반했다고 판단했고, 이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란에 제재를 부과한 바 있 는데, 다시 이와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공격
트럼프는 6월 11일 공개된 인터뷰에서 이란이 핵 협상에서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는 데 동의할 것이라는 믿음이 약해졌다고 밝혔다. 몇 달 전에는 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더 자신감이 사라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트럼프는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복해 말하며, “전쟁 없이, 사람들이 죽지 않고 하는 것이 훨씬 더 나을 것이나, 그들이 협상을 타결하는데 열의를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말 했다. 그리고 네타냐후와 통화에서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타격하는 것을 막지 않겠다고 함으로써 불과 6차 핵협상을 3일 앞둔 시점에서 이란-이스라엘 전쟁의 서 막이 올랐다.
전망
확실한 승자 없는 전쟁이 일단은 멈췄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방해하는 것을 미국이 막아야 한다고 요구하면서도 미뤄진 6차 회담 성사에 동의했다. 아직 언제 만날지는 미지수다. 만남은 서로 그동안 요구사항을 조금씩 타협에 가깝게 수정했는지 엿보는 탐색전이 될 것이다. 이란은 시종일관 우라늄 농축은 주권국가의 권리임을 내세우며 협상이 되든 되지 않든 농축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수 차에 걸쳐 천명했다. 미국은 저농축과 무농축의 갈림길에서 혼선을 보였는데, 이제는 무농축이 기본 입장이다. 서로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타협점은 콘소시엄이다. 이란은 전력용 원자로에 들어갈 3.67% 농축 우라늄을 여러 나라와 함께 콘소시엄을 만들어 생산하는 것에 동의했다. 3.67%는 원자력 발전소에 서 사용하는 저농축 우라늄 수치로, 핵무기 제조용 고농축 우라늄과는 확연히 다르 다. 그런데 이 시설을 무인도라도 이란에 두어야 한다며 핵 주권국가의 권리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란의 요구대로 이란에 콘소시엄 농축 시설을 두고 국제사 회가 감시하는 것으로 합의한다면 협상 타결도 가능하지 않을까? 물론 상업용 원자력 발전소의 연료로 쓰는 저농축 우라늄도 이란 땅에서 농축을 허용하면 결국 이란이 계속 발전시켜 궁극적으로 핵무기를 만들 것이라고 우려하기에 미국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여러나라가 가담하고 국제사회가 감시하면 가능할 수 있진 않을까?
아직 협상 타결까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가장 험한 등반로는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과거 리비아가 했던 방식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란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다. 핵 관련 프로그램을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란 핵 프로 그램 완전 해체가 목표다. 이스라엘은 이란과 미국의 핵 협상 타결안이 이스라엘에 불리하면 무조건 타격하겠다는 강경태세다.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이 이란의 핵농축을 인정하는 것으로 끝난다고 해도 이스라엘이 받아들일 이유는 없다는 입장이다. 협상에 얽매이지 않고 이란 핵시설을 파괴하겠다는 뜻이다. 미국이 이란 핵 프로그 램을 일부라도 그대로 둘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이란의 핵시설을 독자적으로 공격해 파괴하겠다는 의지다.
거래를 할 줄 아는 트럼프가 오히려 상대하기 쉽다고 여겼던 이란은 변변한 협상의 기술을 발휘하지 못하고 공격을 당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란 내에서는 이왕 이렇게 된바 핵무기 개발을 본격적으로 해도 좋지 않은가라는 의견도 고개를 든다. 이란 공격을 머뭇거렸던 이유인데, 이젠 봇물이 터진 셈이다.
하나 확실한 것은 이제 국제사회가 정글임을 미국이 스스로 확연히 보여주고 있다는 현실이다. ‘미국과 협상하고 있을 때는 이스라엘이, 유럽과 대화할 때는 미국이, 협상을 깬 적 없는 이란의 외교적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고 아락치 이란 외교부 장관은 비판한다. 서방은 이란에 협상장으로 복귀하라고 강조하지만, 애시당초 협상장을 떠난 적 없는 이란이 어떻게 협상장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냐고 반문하면서 말 이다.
북한과 달리 NPT 안에서 IAEA의 사찰을 받는 이란에 문제가 있다면 IAEA의 규범에 따라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선제공격한 이스라엘을 비난 하지 않는다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욕할 수 없다. 미국의 이란 공습도 예방 적 선제공격을 정당화하는 전례를 남겼다. 중국이 대만을 선제공격해도 비난할 수 있을까? 힘의 논리가 지고지선인 정글이 펼쳐지고 있다. ‘트럼프 2.0’의 국제정세에 서 강하지 않는 나라가 어떻게 살아남을지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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