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자연스레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맞이하며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특히 트렌드와 최신 정보를 파악해야 할 것 같은 부담이 생기기도 하고,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려다 보면 도서와 콘텐츠가 넘쳐나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지곤 한다.
이런 고민을 덜어주고자 진보정책연구원은 세모진 강의와 연구지에 기고해 주셨던 전문가 분들께 특별히 부탁드려 "진보당 당원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과 콘텐츠"를 추천한다.
이번 추천 도서와 콘텐츠는 진보당 활동가들이 정세를 살피고 진보적 상상력을 펼쳐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공부는 단순한 지식 축적이 아니라, 간부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성장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내년 활동을 시작하는데 당원들 각자의 ‘킥’을 만드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제목: 《내전, 대중혐오, 법치》
저자: 피에르 다르도, 크리스티앙 라발, 피에르 소베트르, 오 게강
출판사: 원더박스
출판연도: 2024
프랑스의 「Question Marx」 연구자 4인이 공동집필한 이 책은 그 부제에서 밝히듯 1973년 칠레 쿠데타로부터 최근 미국 등의 서구국가에서 횡행하고 있는 트럼피즘(Trumpism)에 이르기까지 전세계의 많은 국가들에서 신자유주의가 어떻게 지배해왔는가에 대해 입체적인 분석을 제시하고 있다. 하이예크 등의 신자유주의 주창자들이 노동의 계급적 연대와 진보적 사회국가를 무너뜨리고 대체할 시장 만능의 세상을 만들겠다는 뚜렷한 목표의식을 내세우며, 국가권력과 사회담론의 헤게모니를 장악하려는 전략적 기획에 따라 내전과 대중혐오를 획책하고 반민중적 법치를 서슴치 않는 끔찍한 세계사적 서사를 생생하게 들려주고 있다.
12.3 내전과 각자도생의 대중혐오 그리고 신자유주의 법치에 맞서려는 노동현장과 진보정치의 활동가들이 그들의 대안적 운동비전 찾기와 효능감 있는 실천전략 모색을 위해 이 책을 함께 공부하고 토론해주길 당부하며 강추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제목: 《식량위기 대한민국》
저자: 남재작
출판사: 웨일북
출판연도: 2023
기후위기로 인해 농민들이 겪는 고통이 커지고 있다. 올해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인한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Agflation(애그플레이션)이라는 말을 자주 접하게 되었다. 기후변화와 인구 증가로 전 세계는 갈수록 심각한 식량난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곡물의 80퍼센트를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특히 해외 의존도가 높다. 대대적인 식량 부족 사태가 일어났을 때 한국이 받게 될 충격을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남재작 박사는 기후위기와 농업, 식량의 미래를 깊이 있게 고민하면서도, 끊임없이 대안을 모색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 안보, 식량 주권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으며, 한국이 이 분야에서 얼마나 준비가 부족한지를 일깨운다. 이 책은 기후위기의 과학적 사실, 인간이 대응해 온 과정과 모순. 우리 앞에 놓인 탄소중립의 목표 등 기후위기의 역사와 맥락에 대해서도 친절히 설명한다. 지금껏 지구 평균기온 1.5도와 2도 상승의 차이를 이보다 쉽게 설명한 책을 본적이 없다. 저자는 지금 후속편을 집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을 읽고, 후속편을 같이 읽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유진(녹색전환연구소 소장)

제목: 《김정은 시대연구 2》
저자: 박경순
출판사: 민플러스
출판연도: 2023
올해 초 북이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 8기 제 9차 전원회의를 통해 대한민국을 적대국 교전국으로 규정하자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은 바 있다. 6.15 공동선언 이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꿈을 키워 온 세대들은 특히 더했으리라 여겨진다. 최근 대학을 비롯한 사회운동 전반에 북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자료조차 읽으려 들지 않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그래서 더욱 나는 이 책을 소개하고 권유하고 싶다. 미국의 단일패권이 무너져 내리고 급격하게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국제질서 한가운데 북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북의 현실을 제대로 아는 것은 새롭게 열리는 신세계의 단면을 미리 보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책은 지난 90년대부터 2015년까지 정리한 김정일 연구 1의 후속작으로 2016년 조선로동당 제 7차 당 대회부터 2023년까지 북의 사회변화를 추적하고 있다. 특히 조선로동당의 지위와 역할, 핵무력완성, 경제건설과 5개년 계획 그리고 북의 시대담론인 우리국가제일주의를 풍부한 자료와 함께 다루고 있다.
트럼프가 등장하고 또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는 격랑 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북의 군사와 경제문제 전반은 한반도 평화와 직결되는 문제로 북의 변화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진지하게 고심하며 살펴보길 권유한다. 해뜨기 전 가장 어둡기 마련이다.
김창현((사)한반도평화와번영을위한협력 대표)

제목: <러스틴>
장르: 전기, 드라마
감독: 조지 C. 울프
상영시간: 106분
이 영화를 추천하는 이유는 공부도 되면서 재미도 있으며 넷플릭스에서 바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흑인이면서 게이였던 좌파 활동가 베이어드 러스틴의 삶과 투쟁을 다룬 영화다. 러스틴은 킹 목사의 ‘나에게는 꿈이 있다’는 연설로 유명하고 미국 역사의 중요한 순간이었던 1963년 ‘워싱턴대행진’을 뒤에서 묵묵히 실제로 건설한 핵심 조직자였다.
성소수자이기에 민권운동에서조차 차별받았지만, 그는 인종(민족)적 억압과 계급적 착취, 젠더 차별 모두를 연결시키는 존재였다. 영화에는 소수의 물리적 선도 투쟁이 중요할지 대중적 시민불복종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쟁도 나온다. 이것은 투쟁에 있어서 온건 노선과 급진 노선의 갈등과도 연결되어 있다. 오늘날에도 끝없이 고민과 토론이 필요한 문제다.
또 러스틴이 의식적으로 흑인민권운동을 노동조합, 노동운동과 결합시키려고 노력하는 장면들도 나온다. 이 모든 것은 오늘날의 진보당 활동가들에게도 많은 영감과 교훈을 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나에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역시 진보당 활동가들에게도 남의 일 같지 않을 러스틴이 마녀사냥을 당하는 장면이다.
러스틴은 게이이면서 ‘음란행위’를 하다가 경찰에 단속 당했다는 이유로 권력과 언론의 마녀사냥을 당하고 당시에 그것은 큰 도덕적 낙인이 아닐 수 없었다. 러스틴은 고립되고 ‘손절’ 당한다. 그런 상황에서 당시 흑인민권운동과 특히 지도자였던 킹 목사는 어떻게 대처했을까? 궁금하면 보시길 ^^
전지윤(다른세상을향한연대 실행위원)

제목: 《복지의 문법》
저자: 김용익 외
출판사: 한겨레출판
출판연도:2022
한국 보건의료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보건복지에 대한 국가의 역할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이 글은 그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고민하며 작성되었다. 김용익 보건의료 정책 전문가, 이창곤 복지 분야 전문가, 김태일 재정 전문가가 각자의 입장에서 보건의료 분야의 문제를 명확히 분석하고, 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서술했다.
이 책은 보건의료 문제에 대한 논의를 단순히 현안 대응에만 국한하지 않고, 거시적이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고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제목: 《다른 의료는 가능하다》
저자: 백영경
출판사: 창비
출판연도:2020
인류학 전문가 백영경 교수가 5명의 의료인을 만나 일반인의 관점에서 보건의료의 문제를 정리한 책이다. 이 책은 한국 의료의 독특한 문제를 파악하고 대안을 찾기 위해 5명의 전문가에게 질문을 던진다. 다양한 공간에서 의료 활동을 해온 전문가들의 경험과 대안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현재 의료 시스템이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제목: <하얀 정글>
장르: 다큐멘터리
감독: 송윤희
상영시간: 82분
2011년에 개봉한 영화이지만, 보건의료 문제가 30년간 이어져 온 만큼 지금도 공감할 내용이 많다. 하얀 정글은 적절한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영화는 환자와 의사 간의 갈등, 의료 시스템의 한계, 의료 서비스의 상업화로 인한 불필요한 치료와 환자의 경제적 부담 증가 같은 문제들을 다룬다.
조규석(부천시민의원 원장)

제목: 《사회적 농부》
저자: 정기석
출판사: 작은것이아름답다
출판연도: 2022
이 책은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농업 사례를 통해 우리 농업과 농촌의 대안을 사회적으로 풀어보자고 제안한다. 어떤 사안이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농업 관련 해외 사례를 볼 때는 주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농업을 대하는 그 나라의 관점이나 태도, 역사적 배경, 사회적 분위기 등을 감안하지 않고 시행되고 있는 제도나 나타나는 현상만을 보고 쫒아가려고 하면 꼭 탈이 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설픈 해외농업연수에 대해 비판적이며, 해외 사례를 소개하는 글은 과연 우리사회에는 어떤 것이 적용가능할 것인가 꼼꼼하게 비교하고 따져 읽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농업의 미래에 대해 다양하게 접근하고 상상해봤으면 하기 때문이다. 우리 농업이 어려운 원인과 해법은 당연히 사회구조에서 찾아야 하고, 농업의 가장 큰 기능은 식량생산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미래 세대가 살아갈 농촌, 농민이 되고 싶은 청년을 생각해보면 무엇이 대안인가 라는 물음에 다양한 담론이 있었으면 한다.
특히 ‘사회적’이라는 용어는 농업에 꽤나 잘 적용할 수 있으며,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농업은 단순히 생산자 농민이 생계를 위해 생산하고 판매해서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만 평가되어서는 안된다. 농업은 국가 기반 산업이자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사회적’ 영역이다.
지역소멸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시대에 농촌과 지역은 농업과 농민을 통해 지켜지고 있기 때문에 농업, 농민, 농촌의 미래와 대안은 더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하고 토론되어야 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 당원들이 우리 농업과 농민에 대한 심적인 지지와 애틋한 마음을 넘어, 함께 고민하고 상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책의 분량이 많은 편이 아니라서 쉽게 시작할 수 있다.
신수미 (환경자원경제학 박사)

제목: 《프레스턴, 더 나은 경제를 상상하다》
저자: 매튜 브라운, 리안 존슨
역자: 김익성, 양준호
출판사: 원더박스
출판연도: 2023
불평등에 시달리던 대한민국은 결국 인구위기에 직면했다. 선각자들의 경고를 무시한 결과, 기후위기가 경제와 사회 전반에 걸쳐 위기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코로나19가 촉발한 글로벌 공급망 충격과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보호무역주의가 성행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결국 파멸을 초래할 것이라는 오래전 예언이 현실이 되었다. 지금 우리 사회가 받아들여야 할 요구는 단 하나다. “성장 방식을 전면적으로 바꾸라.”
프레스턴, 더 나은 경제를 상상하다는 이러한 위기에 대응한 새로운 지역발전 전략의 성공 사례를 보여준다. 프레스턴은 영국 북서부의 제조업 도시로, 1970년대 이후 제조업 쇠퇴와 일자리 감소로 쇠락의 길을 걸었다. 보수당 정부의 긴축 정책과 지방정부 재원 삭감, 공공서비스 민영화로 주민 기대수명은 65세로 낮아졌고, 아동빈곤율과 자살률은 영국 최고 수준에 달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형 쇼핑센터 건립 등 외부 투자 유치를 시도했지만, 그 결과는 참담했다.
이 책의 저자인 매튜 브라운은 시의원으로 활동하며 ‘공동체 부 구축’(Community Wealth Building)이라는 새로운 지역발전 모델을 제안하고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마련했다. 그 결과, 지금 프레스턴은 ‘스스로를 구한 도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3년 지방선거에서는 영국 노동당이 프레스턴 시의회 48석 중 31석을 차지하며 그 성공을 증명했다.
이 책과 함께 양준호 교수의 《대안으로서의 지역순환경제》도 읽기를 권한다. 이는 한국 사회 대전환을 이끌어가는 진보당의 실행 전략에 많은 영감을 줄 것이다.
장진숙 (진보당 정책위의장)

제목: 《인간과 환경을 위한 조세와 재정》
저자: 김유찬
출판사: 에코리브르
출판연도: 2024
노벨 경제학상이 올해도 불평등 연구자에게 돌아갔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뒤 불평등은 전지구적 문제가 됐다. ‘빈곤만 해결하면 된다’는 시각은 더 이상 지지 받지 못한다.
불평등 해소를 위한 중요한 수단 중 하나가 조세와 재정정책이다. 진보정당이 지향하는 사회는 결국 조세·재정정책으로 실현된다. ‘세계적 석학’들이 제안한 불평등 해법이 우리 현실과 조세체계에 부합하지 않아 곧바로 적용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결국 우리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이 책은 조세·재정정책의 기본적인 개념과 체계, 주요 쟁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두꺼운 전공서적이 대부분인 이 분야에서 보기 드물게 읽기 좋게 쓰여졌다.(그래도 술술 읽히지는 않는다) 진보정당의 조세·재정정책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볼 필요가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서 발간한 ‘2024 대한민국 조세’ 중 관심있는 대목을 참조하면서 함께 보기를 권한다.
김정엽(윤종오의원실 보좌관)

제목: <아이슬란드가 멈추던 날>
장르: 다큐멘터리
감독: 파멜라 호건
상영시간: 71분
서울국제영화제 프로그램을 살피다가 이 영화 제목을 본 순간, 급히 예매했다. 문헌 자료 외에는 접할 수 없었던 이 주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설렜다. 미국 감독 파밀리 호건이 만든 이 영화는 1975년 여성 총파업을 조직했던 이들의 인터뷰와 당시 자료가 교차되며 진행된다.
“여성의 노동 없이는 아이슬란드 경제와 사회가 마비된다.”는 구호와 함께, 아이슬란드 여성들은 하루 동안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을 거부하며 모든 노동을 멈췄고, 그 움직임에 여성의 90%가 동참했다. 그 결과, 이듬해 아이슬란드는 남녀고용평등법을 제정했고, 1980년에는 세계 최초로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또한 페미니즘을 학교 교육과정에 포함시키는 데까지 이르렀다.
이런 여성 총파업을 만든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백발의 노인이 된 여성들은 그 시절을 떠올리며 자신의 꿈을 이야기한다. 누군가는 선장이 되고 싶었고, 누군가는 법관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당시 아이슬란드 사회는 여성들이 꿈을 꾸는 것조차 조롱받던 시대였다. 열심히 일해도 남성보다 낮은 임금을 받아야 했고, 여성의 섹슈얼리티는 억압받았으며, 여성이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것이 당연하다는 고정관념이 팽배한 사회였다. 성폭력 또한 만연했다.
놀랍게도 1970년대 아이슬란드의 모습은 지금의 대한민국과도 묘하게 닮아 있었다. 제도적 평등은 현재 대한민국이 조금 더 나을 수 있겠지만, 2024년 한국에서 성평등을 요구하는 여성들이 여전히 ‘마녀’나 ‘악마’로 비난받고 배제당하는 풍경은 낯설지 않았다.
아이슬란드 여성 총파업을 이끈 주체들 중에는 ‘레드스타킹’ 같은 래디컬 페미니스트 조직도 있었지만, 노동조합 여성 지도자들의 역할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우파 여성들은 ‘총파업’이라는 표현에 동의하지 못해 참여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좌파 여성들이 물었다. “그러면 총파업이 아니라 휴업이라고 하면 참여하겠습니까?” 우파 여성들은 이에 동의하며 적극적으로 참가자를 조직했고, 결국 세계 최초로 여성 휴업일을 조직했다. 이 사건은 ‘여성 총파업’이라고도 불린다.
파업 당일의 집회 모습은 매우 익숙했다. 그 정서는 특히 우리, 진보당 당원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노조 지도자가 열정적으로 연설하며 “성차별과 성별임금격차와 싸워야 한다”고 외치는 장면은 지금의 상황과도 연결될 수 있었다.
“먼 훗날 우리 아이들은 말할 겁니다. 엄마는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싸웠다고. 그래서 우리가 사는 세상은 더 성평등한 세상이 되었다고.”
집회에서 여성 노래패가 부른 이 노래는 감동의 눈물과 웃음을 자아냈다. 마치 촛불집회에 나온 우리 여성들을 보는 듯해 나도 모르게 따라 부르고 싶었다.
“파업이 끝난 후 저는 아이슬란드 최초의 선장이 되었고, 여성 법관이 되었으며 남편을 죽이지 않고도 농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어요.”
이들의 말은 우리에게 무엇을 던질까? 결국, 성평등의 실현은 투쟁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얼마나 많은 여성과 성평등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조직되는가에 그 성패가 달려 있다.
안타깝게도 현재 이 영화는 온라인에서 관람할 수 없다. 여성 노동자, 여성 엄마 당원뿐 아니라 관심 있는 모든 분들이 지역에서 공동체 상영을 통해 이 영화를 함께 보길 바란다.
조은영(진보당 성평등위원장)

제목: 《증발하고 싶은 여자들》
저자: 이소진
출판사: 오월의봄
출판연도: 2023
책의 부제는 ‘청년 여성들의 자살 생각에 관한 연구’다. OECD 자살률 1위 국가라는 이야기는 다들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자살률은 일반적으로 노년층에서 높고 남성이 높은 경향을 보이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최근 청년 여성의 자살률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이 문제에 천착한 저자는 1년 이상 지속적인 자살 생각에 시달리는 청년 여성 19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청년 여성들이 삶의 불안정성으로 내몰리는 이유를 분석한다.
“나는 한국에서 1990년대생 여성의 자살률이 급격하게 증가한 까닭이 우리세대가 처한 현실에 기인한다고 본다. 따라서 이 책은 자살 생각의 원인을 우울증으로 한정 지어 해석하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책의 프롤로그에서 이렇게 밝힌다. 자살률은 주로 우울증이나 정신건강 문제로 다뤄지는 경우가 많지만, 저자는 이를 넘어서 사회구조적 문제까지 논의가 이어지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개개인의 우울한 사람들의 총합으로 자살률을 설명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이 책은 어떤 경험과 어떤 사회적 구조가 사람들을 자살로 내몰고 있는지 분석하는 차원에서 또한 자살사고에서도 성별화된 경향이 포착된다는 점에서 통찰력을 제공한다.
책은 크게 가족과 노동에서 청년여성들이 삶의 불안정성을 느끼게 되는지 설명한다. 청소년 시기에 겪은 가족들의 성차별적 인식, 결혼하지 않은 여성으로서 가족 돌봄의 책임을 자연스럽게 떠맡게 될 것이라는 부담감, 노동시장 이중구조에서 저임금과 불안정한 일자리에 맴돌 수밖에 없는 처지, 직장 내 성차별 경험까지. 또한 능력주의가 청년여성들을 계속 증명해야하는 처지로 내몰기 때문에 능력주의를 체화할수록 ‘증발하고 싶다’는 사고가 강화된다는 분석도 담고 있다.
청년여성 자살률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다수 청년여성들이 느끼는 삶에 대한 불안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특히 90년대생 여성이 현 사회를 어떻게 느끼고 견뎌내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 백말띠 여아는 드세다는 미신 때문에 여아낙태가 많았던 게 90년이라고 하니 그 시절의 분위기를 가늠해볼 수 있겠다. 강하게 작동하던 성차별 인식을 마주하고 통과해오며, 또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완벽하게 갈라져버린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지금의 청년여성들이다. 불안을 이겨내고 있는 청년여성들에게, 그리고 청년 여성들을 이해하고 싶은 모든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한다.
손솔(진보당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TF 공동단장)

제목: 《어려운꿈 - 중증·중복 발달장애인의 시설수용 끝내기》
저자: Dorothy Griffiths, Frances Owen, Rosemary A. Condillac
번역: 남병준, 전현일,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출판사: 학지사
출판연도:2024
최근 장애계에서 핫이슈로 떠오른 탈시설은 장애인 당사자의 탈시설 권리 주장과 이해집단 간의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이다.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러한 탈시설 논쟁에 참고할 만한 책이다.
이 책은 캐나다 정부가 2004년부터 2009년까지 마지막 남은 3개의 정부 운영 장애인 시설을 폐쇄하고, 중증중복발달장애인 941명의 탈시설을 지원한 과정을 담고 있다. 제목만큼이나 어려운 꿈이었지만, 결국 장애인의 시설 수용을 완전히 끝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캐나다의 사례는 단순한 정책을 넘어, ‘탈시설 이니셔티브(탈시설 국가 계획)’라는 정부 주도 아래 체계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는 정부의 책임과 계획 하에 장애인 지원자와 가족의 협력으로 가능했던 일이다.

제목: 《출근길 지하철》
저자: 박경석, 정창조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출판연도:2024
우리 사회도 장애인의 시설 수용에 마침표를 찍는 날이 오길 바란다. 이는 단지 장애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이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과제이다.
초를 다투며 바쁘게 출근하는 서울의 지하철. 빽빽이 가득 찬 만원 승객들 사이로, 중증 장애인이 등장했다. 이들은 “장애인도 함께 출근합시다”라며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 속으로 비집고 들어왔다. 그러나 승객들 중 절반은 욕을 퍼부었고, 나머지 절반은 침묵했다.
그러는 사이, 교통공사 철도경찰과 경찰들은 장애인들을 강제로 끌어냈다. 출근길을 방해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는 비장애인 중심 사회 속에서 묵인된 차별의 한 단면이었다. 침묵하는 사람들에게 외치는 목소리, 바로 《출근길 지하철》(부제: 닫힌 문 앞에서 외친 말들)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한국사회의 진보적 장애운동을 이끄는 박경석이 말하고, 정창조가 쓴 작품이다. 책 속에는 장애운동의 깊은 고민과 성찰, 그리고 절실한 호소가 담겨 있다.
우리 사회가 과연 장애인도 시민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을까? 그 질문에 YES라고 답하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
박희환(진보당 장애인위원장)

제목: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저자: 이승윤
출판사: 문학동네
출판연도:2024
이 책은 플랫폼 노동, 야간 노동,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돌봄노동자, 청년 등 한국 사회의 불안정노동을 다룬다. 노동자들은 수없이 투쟁하고 요구했지만, 그 결과는 여전히 성에 차지 않고 제도화되지 못한 현실에 머물러 있다. 저자는 이런 불안정 노동자들의 현실을 연구자로서 깊이 바라보고 분석한다. 개별 사례를 넘어 보편적 용어로 설명하며, 문제의 본질을 드러낸다. 또한 비주류 여성 연구 노동자로서, 혹은 주류에 속하는 교수로서 느끼는 고민과 통찰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캐런 메싱의 <보이지 않는 고통>이 캐나다의 노동자 현실과 성별화된 고통을 날카롭게 조명했다면, 이 책은 한국의 불안정 노동자들이 처한 구조적 문제를 면밀히 탐구하고 다양성과 교차성을 짚어낸다.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이해하고 그들이 처한 현실을 바꾸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노동 문제에 대한 성찰과 함께, ‘청년=MZ’로 퉁치고 지나갔던 순간들을 돌아보고 청년세대가 겪는 복합적인 문제를 다시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 다가오는 1월 세모진에서 저자를 모시고 2025년 첫 강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함께 이 책을 읽고 강의를 들으며 알찬 새해를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추천한 도서와 콘텐츠 15가지가 앞으로 당원들의 일상과 실천으로 연결되기를 기대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끊임없는 격려와 응원, 그리고 서로의 연대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힘을 만드는 것이다. 이번 추천 콘텐츠가 그 여정을 시작하는 첫걸음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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