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책연구

4-6. [공부특집4] 인공지능과 노동_ 김성혁

진보정책연구원 2025. 7. 24. 14:55

[공부특집4] 인공지능과 노동

 

김성혁_민주노동연구원 원장

 

1. 현대사회와 기술 발전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면서 자연을 지배하여 세계의 주인이 될 수 있었다. 여기서 기술 발전은 다양한 도구를 창조하여 채취·수렵사회, 농경사회, 산업사회로의 전환을 가져왔다. 인간은 산업혁명 이후 증기기관, 굴착기 등 새로운 도구를 만들어 육체노동을 대신했으며, 현대에는 스마트폰(컴퓨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을 만들어 정신노동을 대신하고 있다.

21세기 기술변화의 특징을 디지털 전환이라고 하는데, 핵심은 초연결·초지능이다. 초연결은 사람들이 사물인터넷, 5G, 클라우드 컴퓨터, SNS 등 디지털 네트워크로 실시간 연결된 상태를 의미하며, 초지능은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을 의미하는데 자율적으로 학습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새로운 지식을 생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포함한다. 인간은 초연결로 데이터를 모으고 초지능을 통해 진단과 처리를 최적화할 수 있다. 즉 네비게이션으로 서울-부산 이동 경로를 물으면 GPS, 교통 센서 등 모든 정보를 통해 가장 빠른 경로가 제공된다. 민주노총의 윤00 퇴진 결의문을 요청하면, 챗GPT가 기존 데이터를 모아 1초 만에 작성해 준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은 입력받은 데이터를 학습하여 새로운 텍스트, 이미지, 음성, 영상 등을 생성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인데, ①사용자의 질문에 답하거나 대화를 통해 텍스트를 생성하는 챗GPT(특정 주제를 주고 글을 써 달라고 하면 몇 초 만에 완성되며, 이를 PPT 교안으로 작성해 달라고 다시 요구할 수 있다) ②광고 디자인, 일러스트 제작 등 텍스트 설명을 기반으로 이미지를 생성하는 DALL·E(강아지가 우주복을 입고 있는 그림을 생성하고 계속 수정 가능) ③얼굴을 합성·변환하여 영상을 제작하는 DeepFake 등이 있다. 생성형 AI는 창의적인 콘텐츠 생성이 가능하고, 반복 작업을 자동화하여 시간을 절약하며, 교육·의료·디자인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변화로 인해 인간은, 과거에 비해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준으로 육체노동과 사무노동, 정신노동을 대체하며 시간과 공간(인류의 모든 지식을 데이터로 저장하여 몇 초 만에 분석, 글로벌 소통, 가상세계 활용 등)의 제약을 초월한 초연결 시대를 살고 있다. 이렇게 기술 개발로 힘든 노동에서 벗어나고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으며, 생산성 향상으로 사회적 부가 늘어나 이를 배분할 수 있는데, 불평등이 심화되고 불안정노동이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 기술변화와 노동, 그리고 불평등

 

기술변화는 일자리에 영향을 주지만, 사회 시스템과 정부 및 노동조합의 역할에 따라 노동자들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산업혁명 초기인 19세기, 섬유공장의 수작업 중심 생산방식이 기계화된 대량생산 체제로 변화하면서 많은 노동자가 실직되거나 임금이 하락하였다. 이에 새로운 기계들을 파괴한 러다이트 운동이 발생하였다. 한국에서는 자동화로 제조업 가공라인이 로봇으로 대체되면서 고용 문제가 발생하였다. 최근 인공지능은 수리, 통계, 쓰기, 분석 역량 등 기본 인지능력을 기반으로 한 사무직 또는 고객 응대와 같은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

이렇게 산업과 직무의 변화로 고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자동화 등 기술 발전으로 제조업,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건설업, 금융보험업 등 전통산업의 일자리가 줄고 정보통신업,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등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증가하고 있다. 이 경우 고용보장을 위해서는 산업 간 이동이 필요하며 생애주기별·평생교육이 요구된다. 또한 고숙련 전문 직종은 기술로 대체하기 어렵고, 기업 특수적 상황에 따른 새로운 인력이 필요하다. 기업은 직원의 해고보다는 직무 재교육을 통해 신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

한편 기업 이윤과 기술변화 자체만으로 보면 인력을 줄일 수도 있지만, 고용 문제는 단체협약 등 노사관계, 구매력 보장을 통한 경제 활성화 필요, 사회안전망 등에 따라 조정할 수 있다. 19세기에는 기업의 일방적인 경영으로 기술변화 시 해고가 많았지만, 21세기에는 정부의 복지·일자리 정책, 노동조합의 존재, 노사정 사회적대화(유럽) 등으로 고용 대란이 발생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물론 노조가 약하고 복지제도가 빈약하며 정부가 친기업 정책을 우선하면 고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기술변화는 또한, 일자리 질의 후퇴와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 초연결·초지능 사회에서 플랫폼노동, 특수고용, 초단기 일자리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데 대부분 사회보험과 노동기본권도 보장되지 않는 나쁜 일자리이다.

첫째 은행, 제조업 등에서 인력 구조조정이 필요하면 정규직은 비정규직의 일자리로 전환배치되고, 비정규직은 계약이 해지된다. 둘째 여성의 일자리는 단순 행정, 사무 업무가 많은데 이는 기술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 여성 비중이 높은 돌봄, 가사, 보육 등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자동화 가능성은 느릴 것으로 보이지만 차별이 심해 저임금, 열악한 노동조건이 지속된다. 셋째 플랫폼노동은 새로운 노동이 아니라 대부분 과거 기업 내에서 했던 업무가 외주화된 것이다. 먼저 배달, 대리운전, 가사서비스 등 긱노동(대면)은 기업에 고용되거나 인력사무소를 통해 구직이 이루어졌으나 지금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일을 찾는다. 다음으로 데이터 입력, 시장조사, 디자인 제작 등 온라인기반 클라우드소싱(비대면)도 마찬가지이다. 플랫폼노동의 특징은 책임질 사장이 없고 플랫폼이 중개역할을 하는 것이다. 기술 발전으로 노동을 잘개 쪼개어 앱을 통해 배분하며 알고리즘으로 작업지시가 가능하므로, 기업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하청업체나 플랫폼으로 일을 넘긴다.

일하는시민연구소가 연구조사한 결과를 보면, 직장·업무에 인공지능(AI)이 도입됐을 때 긍정적 영향은 정규직이나 고소득층이, 부정적 영향은 비정규직·저소득층이나 플랫폼·프리랜서노동자들이 비교적 더 크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은 긍정적 영향 중 ‘부족한 부분 도움’에 61.1점을 줬고, 월평균 소득 250만~400만원 미만 응답자들은 ‘업무시간 단축’에 62.5점을 줬다. 비정규직은 부정적 영향 중 ‘일자리 상실 불안’에 58.3점을 주고, 월평균 소득 250만원 미만 응답자들은 ‘일감 감소’에 53.7점을 매겼다. 부정적 영향은 ‘일감 감소’(33.7%), ‘소득 감소’(32.6%), ‘업무량 감소’(26.1%) 순으로 나타났는데, 플랫폼·프리랜서노동자는 ‘일감 감소’(36.2%)와 ‘소득 감소’(33.7%)가 평균을 웃돌았다. 비정규직은 ‘업무량 감소’(30.9%)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업무량 감소’는 여성(27.0%), 저소득(27.3%), 청년(28.4%) 집단에서 높았고 ‘소득 감소’는 저소득(34.5%), 청년(33.7%), ‘일감 감소’는 중장년(34.2%)에서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향후 10년 이후 AI로 인해 실직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100점 만점에 65.3점으로 조사됐는데, 업종별로 보면 웹툰·웹소설(75.9점), 미디어(75점), 광고마케팅(71.1점) 등이 평균보다 높았다. 비정규직(69.9점), 중장년(68.1점), 여성(66.9점), 업무 교육 무경험자(66.0점) 등에서도 실직 우려가 평균을 넘겼다(김종진, 2024.8).

결국 사회안전망과 노동기본권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기술변화는 나쁜 일자리를 양산하며 저숙련, 여성, 청년, 노인, 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가 가장 큰 손해를 본다. AI 기술, 재교육, 평생교육 등에 대한 접근권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지 못하고 실직하거나 좋은 일자리를 가질 수 없어 불평등이 심화한다.

 

3. 기술변화와 한국 사회

 

한국은 대기업과 부동산 부자들이 부를 독차지하고 있고 사회안전망이 취약하여 불평등이 매우 심한 나라이다. 인구 대다수가 중소 영세사업장 노동자나 자영업자로 삶을 영위하고 있는데 자영업자 중 비임금 노동자의 비중이 23.5%나 된다. 여기에 플랫폼노동, 특수고용 등 불안정노동이 포함된다.

한국에서 기술변화는 정부와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회, 국가인공지능위원회 등은 관료, 교수, 기업 관련자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노동조합, 시민사회 등 이해당사자들은 철저히 배제되었다. 이 기구들은 기술혁신이 세상을 바꾼다며 기술 개발에 집중하며 기업 규제완화, 노동시간 연장, 법인세와 부자감세 등으로 기업에 활력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노동권, 인권, 환경, 복지, 안전과 건강 등의 이슈는 사라진다.

한국 정부와 기업은 기술결정권에 입각하여, 기술혁신이 이루어지면 국민 편의가 높아지고 경제가 성장하여 전체 파이가 커진다는 장밋빛 미래를 제시한다. 하지만 역사를 볼 때 기술 발전이 저절로 평등·복지 사회를 만들지 않았다. 기술변화는 이해당사자의 대립과 조율이 필요하고 결국 사회제도를 통해서 도입된다. 아무리 좋은 기술도 환경이나 노동권을 해치면 도입될 수 없다. 자율주행 기술도 4단계까지 개발되고 있지만, 사고 위험이 남아있고 사고 시 책임소재가 제도화되지 않아 도입이 늦어지고 있다.

기술낙관론과 함께 기술변화를 무시하는 기술비관론도 바람직한 입장이 아니다. 진보진영 일부에서는 생산성이 나아지지 않았다며 기술혁신을 부정하거나 기술변화가 실제는 별거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인류 역사를 볼 때 기술변화는 인간과 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으며 현대에 들어와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르다. 따라서 기술변화 추이를 정확히 파악하고 기술이 인간에게 편의를 주고 평등하게 적용되도록 개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동조합과 정당, 시민사회는 기술변화에 대한 대응팀을 구성하고 모니터링, 공론화, 제도개선 등으로 인간중심 기술변화를 위해 개입해야 한다.

 

4. AI 관련법과 대응 추이

 

인공지능 등 기술변화에 따라 시민의 안전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세계적으로 법 제정이 논의되고 있다. 인공지능은 주류사회의 입장을 우선하거나 사회적 편견, 차별, 허위정보 등을 야기할 수 있다. 나아가 팔레스타인·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되는 드론으로 민간인 희생이 급증하고 있는데, 이는 공격할 표적 근방의 몇 %까지 민간인이 있어도 폭격하도록 알고리즘이 설계되었기 때문인데, 이에 대한 책임성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ILO는 2019년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일’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핵심의제는 인간중심으로 기술변화에 인간이 수동적으로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주도적으로 기회로써 활용해서, 인간의 역량을 높이고 안전한 노동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①사람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 확대(평생학습, 청년·고령 노동시장 지원, 성평등, 위험분담원칙, 자영업자 등 모든 노동자 사회보호), ②일과 관련된 제도에 대한 투자 확대(노동기본권, 생활임금, 노동시간 제한, 안전과 건강 등 보편적 노동권), ③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에 대한 투자 확대(양질의 일자리 창출 분야 투자촉진 인센티브, 실물경제 장기투자 장려, 환경·평등 성과측정 지표 개발)를 제시했다.

EU는 2024년 3월 인공지능 규제법을 제정하였는데, ①허용 불가능한 위험 : 사회적 평점을 매겨 차별하거나 불이익 처우로 인간 존엄성 훼손, 의사결정 왜곡,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연령·장애·사회경제적 취약성을 이용, 인종·정견·노조가입·종교·성적지향을 추론하기 위해 생체정보에 기초하여 분류하는 시스템을 금지한다. ②고위험 : 의료·교육·법 집행 등 중요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AI 시스템은 엄격한 안전성·투명성·품질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사전 평가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요구된다. ③제한된 위험 : 챗봇과 같은 AI 시스템은 사용자에게 AI와 상호작용하고 있음을 명확히 알려야 한다. ④최소 위험 : 대부분 규제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규정 위반 때 전 세계 연간매출의 7% 또는 3,500만 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한다.

한국은 아직 인공지능 윤리규정이나 규제법이 없다. 한국의 과기정통부는 2020년(문재인 정부) 인간 존엄성, 기술의 합목적성, 사회의 공공성 등 3개 원칙과 10대 요건(인권보장, 프라이버시 보호, 다양성 존중, 인간에 대한 침해금지, 공공성 극대화, 연대와 협력, 책임성, 안전성, 투명성 등)을 발표하였는데 이는 권고사항에 그친다. 윤석열 정부에서 2023년 인공지능 관련법이 9개 발의되었는데, 대부분 정부의 산업 진흥, 규제완화에 관련되어 있고 인공지능 책임과 규제에 관한 것은 소수이다. 2024년에는 4개의 인공지능법이 발의되어 논의 중이다.

 

5. 시사점

 

기술혁신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위와 역할을 높이며 사회발전에 기여해 왔다. 그러나 기술은 중립적이며 그 자체가 가치판단을 하지 않는다. 기술개발의 대상, 속도, 우선순위, 사회적 도입 등은 모두 인간이 결정한다. 최첨단 로봇은 산업생산에 쓰일 수도 있고 전쟁무기로 사용될 수도 있다.

트럼프 등장 이후 자국우선주의가 강조되면서 기술무역에 대한 가치판단도 바뀌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추격을 차단하기 위해 반도체 등 첨단기술의 중국 이전을 금지하고 있다. 이는 기존에 미국이 만든 자유무역제도를 부정하는 것인데 보호무역을 실시하면서 미국의 관련법(인플레이션감축법, 반도체지원법, 상호무역법 등)을 제·개정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에서는 기업 이윤과 경제성장이 우선이므로 기술개발도 이에 따라 추진되며, 인공지능과 플랫폼 등 첨단기술을 소유하고 통제할 수 있는 소수 기업가에게 권력과 부가 집중된다. 따라서 기술변화로 거대한 생산의 증가와 부가 창출되었음에도 이것이 고르게 분배되지 않으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불안정노동이 급증하여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질 좋은 새로운 일자리는 인공지능 기술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소수의 전문직이 독차지하며 대다수는 외주하청, 플랫폼 등의 쪼개기 노동, 기계의 부수적 역할로 전락할 수 있다.

따라서 기술변화는 그 사회의 평등 수준, 노동자·기업가·정부 등의 힘의 역관계에 따라서 제도화된다. 진보진영은 기술변화를 정확히 파악하고 노동자, 서민에 도움이 되는 방향에서, ‘기술혁신 정부 기구 참가 또는 의견 개진’, ‘투명성·안전성·공공성을 위한 이슈화’, ‘인공지능·플랫폼 관련법 제정’ 등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