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특집3] 중국의 변화를 읽는 법
이남주(성공회대 중어중국학 교수)
중국의 변화는 우리만이 아니라, 세계적 차원의 문제이다. 중국에 대한 관심의 초점은 계속 변화해왔다. 중국혁명, 문화대혁명, 개혁개방, 중국의 부상, 그리고 시진핑체제의 중국 등이 그동안의 주요 관심사였다. 중국혁명과 문화대혁명에 대한 평가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에 대한 인식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 개혁개방과 중국의 부상은 대체로 기회라는 각도에서 주목받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시진핑체제의 중국에 대해 평가가 다시 크게 갈리고, 부정적 평가가 증가했다. 한국에서도 ‘혐중론’이 확산되었다. 이 글에서는 시진핑체제의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대해 살펴보고, 중국의 변화를 읽는 다른 시각을 제시하고자 한다.
시진핑체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_세 가지 요인
시진핑체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요인은 크게 전략적 요인, 규범적 요인, 이익적 요인으로 분류할 수 있다.
전략적 요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이 중국을 전략적 도전세력으로 규정하면서, 미중 전략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1949년에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특히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미국과 중국은 적대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미중 모두 소련의 팽창을 가장 중요한 안보 문제로 인식하게 된 1970년대 초부터 소련에 대응하는 전략적 협력을 시작했다. 중국이 개혁개방을 시작하면서 미중의 협력은 더 심화되었다. 곡절은 있었지만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 때까지 이 협력관계가 유지되었다. 오바마 행정부가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 2015.2)”은 중국의 “평화적 부상”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진핑체제 출범을 전후로 미중관계에 큰 변화가 발생했다. 미국이 2003년 이라크 침공으로 이라크 내전의 늪에 빠지고 2008년에는 금융위기로 정치적·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지만, 중국은 고도성장을 유지하고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크게 증가시켰다. 오바마 행정부도 이를 견제하기 위해 “아시아로의 축 이동(pivot to Asia)” 방침을 제시했으나, 이 정책에 힘을 쏟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2017년 1월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미국의 중국 견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트럼프 행정부 때 발표된 “국가안보전략(2017.12)”은 중국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 헤게모니를 대체하려는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했다. 그 이후 미국 등 서구 언론에서 다양한 중국위협론이 제기되었고, 이는 국제사회의 중국 인식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규범적 요인 중에는 이념과 가치의 차이가 커진 것이 중국에 대한 인식에 큰 영향을 주었다. 시진핑체제는 사회주의 노선을 강조하며, 중국이 점차 서구적 가치관과 모델을 수용할 것이라는 기대를 무너트렸다. 중국공산당은 사회주의 노선의 견지를 위해 당의 영도를 강화한다는 원칙을 내세우며 권력을 공산당 중앙과 총서기에게 더 집중시켰는데, 이에 민주주의 규범과 상충한다는 비판이 커졌다. 사회주의 노선을 강조하면서 경제에 대한 국가와 당의 통제를 강화한 것은 국제무역에서 중국이 불공정 행위를 한다는 비판을 초래했다.
이익적 요인에서는 중국이 쇠퇴의 길로 들어섰다는 주장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시진핑체제에서 중국 경제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한 추세를 근거로 중국이 중간소득국가 함정에 빠지고 있다는 주장들이 서구의 주요 경제기구들에서 제시되었다. 실제로 중간소득국가(middle-income country)에 진입한 이후 고소득국가로 발전하지 못하고 심지어는 다시 저소득국가로 후퇴하기도 하는 중간소득국가 함정에 빠지는 국가가 고소득 국가로 진입하는 국가보다 훨씬 많다. 중국도 그러한 위험성이 없지는 않다. 세계은행은 2023년 고소득국가의 기준을 1인당 GDP 13,845 달러로 제시했는데, 중국의 2023년 1인당 GDP는 12,681 달러였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은 객관적 근거보다 규범적 판단에 의존한다. 사회주의 노선을 강화하는 것이 경제의 효율을 떨어뜨리고 과거 사회주의의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이 세 요인은 한국 사회의 중국 인식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즉 미중 전략경쟁에서 결국 어느 한 편에 서야 하고 우리로서는 동맹인 미국을 선택해야 한다거나, 공산당과 그 최고지도자로의 권력집중은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위협하는 행태라거나, 중국은 쇠퇴할 것이라는(혹은 미국과의 경쟁에서 질 것이라는) 주장들이 중국의 변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저류에서 작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인식은 얼마나 적절한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중국의 변화를 보는 다른 시각들
전략적 차원에서는 다양한 중국위협론이 얼마나 객관적 인가에 대한 평가가 중요하다. 미국은 중국이 국제법과 국제규범에 도전한다는 점을 대중 정책 변화의 주요 명분으로 삼고 있다. 이는 미국의 동맹에게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겠지만, 논리적으로는 취약하다. 중국 대외정책에서 공세적 성격이 강화되었지만, 주로 타이완이나 남중국해 등의 영유권 분쟁에서이다. 중국은 타이완에서 독립 주장이 강화되는 것에 군사적 위협을 증가시키고, 도서 영유권을 둘러싼 갈등 증가 과정에서 군사력을 과시하는 방식의 대응을 한다. 이것이 국제질서의 불안 요인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새로운 문제가 아니거니와 대부분 국가에게 주권과 영토 문제는 물러설 공간이 많지 않은 문제이다. 이와 관련한 갈등의 고조에는 양측 모두에 책임이 있는 경우가 많고, 또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관리할 가능성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남중국해 도서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서는 필리핀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가 호전되었으며, 타이완의 경우도 국민당과의 접촉과 대화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
사실 미국에게 더 근본적인 문제는 세력균형의 변화이다. 즉 중국이 지금 국제법과 국제규범에 도전하는가 아닌가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의 부상 자체가 미국 패권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존 미어샤이머(John Mearsheimer)와 같은 대표적인 현실주의자는 강대국 사이의 세력균형 변화가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면서도, 이것이 행위자의 의지나 윤리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렇게 보면 지금은 미국이 중국의 부상으로 미국에 제기될 수 있는 잠재적 위협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국제사회를 조금만 더 넓게 보면 중국위협론이 주류적 여론이 아닌 점도 확인할 수 있다. 브릭스(BRICS)의 확대(2014년 1월부터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기존 5개 회원국에 사우디, UAE, 이집트, 이란, 에티오피아 등이 새로 가입했다)는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한 대응이라는 의미가 크다. 브릭스의 인구 규모를 보면, 서구 국가 중심의 다양한 협력 기구를 압도한다.
문제를 이렇게 보면 세력균형의 변화가 전면적인 패권경쟁으로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지, 어느 한쪽을 근본적 위협으로 간주하는 접근은 오히려 국제질서를 더 큰 위험에 빠뜨리게 할 뿐이다.
규범적 차원의 문제는 다소 복잡하다. 무엇보다 사회주의를 바라보는 인식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사회주의를 강조하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있고, 사회주의 가치에는 동의하더라도 중국의 현실은 그에 부합되지 않는 점을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는 단기간 내에 변화되기 어렵다. 저마다 나름의 근거도 있다. 특히 민주화 역사를 고려할 때 한국에서는 중국의 국가와 당 권력의 과도한 강화에 비판적 인식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차이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 것인가는 다른 문제이다. 차이가 적대를 정당화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차이를 적대로 만들어 자신의 전략적 이익을 증가시키려는 세력이 있을 때, 차이와 적대를 구분하는 인식이 더 중요하다. 글로벌 차원에서 민주주의의 실현은 자기의 모델을 남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민주주의의 모범을 만들어가는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는 중동 등의 지역에서 무력을 사용해 특정 형태의 민주주의를 확산시키려는 시도가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를 목격한 바 있다. 그뿐만 아니라 서구의 민주주의 모델이 제대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회의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에서 지금 전개되는 일은 우리 역시 마찬가지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민주주의 문제는 자본주의세계체제의 변화와 연결해서 보아야 한다. 서구의 대의민주주의는 상당 부분 식민주의에 빚지고 있다. 식민주의 확장을 통해 자본주의의 내적 모순을 완화시키고 대의 민주주의라는 계급타협적 정치질서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현재 글로벌 차원에서는 식민주의를 통한 해결책이 작동하기 어렵게 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차원의 소득 분포 변화에서 가장 뚜렷한 특징은 중간소득국가의 소득이 발전국가나 저소득국가보다 빠르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발전국가의 몫이 줄어드는 상황이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중국과 인도가 있다. 이것이 발전국가 내에서 글로벌라이제이션이나 이민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증가시킨 주요 요인이다.
여기에 기후변화 대응도 같이 고려해야 한다. 역설적인 것은 중국이 이 부분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이 국가 단위로는 온실가스 배출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3년 기준으로 8.4t으로 한국(11.2t)이나 미국(14.3t)보다 낮다. 2030년 이전에 온실가스 배출량의 정점에 도달한다는 공약을 실현하면, 중국은 공업국 중에서는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낮은 수준에서 온실가스 배출 정점에 도달하는 국가가 될 것이다(한국은 2018년 13t이 정점이었고 미국은 1970년대에 20t 이상을 기록했다). 그리고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분야에서는 매우 앞서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중앙집권적 거버넌스가 기여한 바도 있다. 이 점이 바로 규범적 판단을 선악의 문제로 전환시켜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누구만 옳다라는 식의 접근법으로는 지금 민주주의에 제기된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이익적 차원에서 곧 붕괴에 이를 중국과의 관계에 적극적일 필요가 없다는 인식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이러한 인식이 한국 내의 중국 혐오론 확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에는 여러 리스크가 있다. 그러나 이것이 다른 국가에 존재하는 리스크보다 심각하다는 증거는 없다. 최근 중국 경제가 겪는 어려움은 지난 시기 만들어진 부동산 거품이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이러한 문제를 야기한 시스템 문제도 있다. 특히 지방정부의 모럴 헤저드를 관리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는 과정에 지방정부의 재정이 어려워지고, 민간 소비도 위축되는 상황이 지난 몇 년간 계속 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제조업은 계속 발전하고 있다. 중국은 2023년에 일본과 독일을 제치고, 세계 1위의 자동차 수출국이 되었다. 태양광 패널 공급사슬에서 중국은 8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의 기술 봉쇄가 일부 영역에서 중국을 어렵게 했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기술자립을 촉진하고 있다는 평가가 더 지배적이다.
어떻게 보면 경제적으로 한국이 걱정할 것이 더 많다. 한국과 중국의 2021~3년의 경제성장률은 각각 4.3%->2.6%->1.4%, 8.4%->4.3%->5.2%로 변화했다. 그럼에도 지난 몇 년 동안 한국의 주요 언론은 중국 경제의 문제만, 그것도 곧 망할 것과 같은 논조로 대서특필해왔다. 이러한 현상의 배후에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미중 전략경쟁에서 판돈을 미국에만 걸게 만들려는 의도가 작용했다. 선전전에 가까운 정보들은 걷어내고, 중국경제의 변화를 평가해야 한다.
중국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한 접근법
중국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이론 프레임이 있어야 한다.
아무래도 지배적 이론 프레임은 서구의 모델에 기초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대의 민주주의 등이 대표적이다. 이 모델들은 봉건제와 같은 전근대 사회가 근대 사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고, 어떤 한 사회가 근대화를 성취했는가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었다. 중국이 이 기준에 부합한 사회로 변하는 것이 중국의 발전으로 이해되었다. 개혁개방을 시작한 이후 중국에서도 중국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러한 근대성을 실현해야 한다는 인식이 증가했다. 그렇지만 중국공산당은 시장경제를 도입하면서 당 영도를 핵심 원칙으로 하는 거버넌스체제를 유지했고, 서구의 전망과는 달리 경제적으로는 고도성장을 이룩했다.
이에 따라 이 이론 프레임이 곤경에 빠지게 되었는데, 그래도 이를 고집하는 주된 방식이 중국이 결국은 쇠퇴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시진핑체제 출범 이후 경제성장률이 점진적으로 하락하자 앞서 이야기한 중간소득국가 함정론 등의 변종 중국붕괴론이 출현했다. 그러나 성장률의 점진적 하락은 경제 규모가 증가하고 발전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나타나는 당연한 추세이며, 5%에 가까운 성장률도 중진국 함정을 운운할 수준의 성장률은 아니다.
다른 이론 프레임으로는 중국모델론을 들 수 있다. 이는 중국이 서구 국가들과는 다른, 그리고 인민의 이익을 더 잘 실현시키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있다는 주장이다. 2000년대 초반 워싱턴 컨센서스와 베이징 컨센서스를 대비시켰던 주장이 이러한 논의를 촉발했고, 그 이후 다양한 중국모델론이 등장했다. 그 중 중국이 식민주의를 거치지 않고, 또 자원과 환경의 제약이 커진 상황에서 발전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서구와는 다른 발전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은 주목할 만하다. 다만 중국이 이러한 취지에 맞는 모델이 되었다는 것은 과한 주장이다. 중국이 식민주의를 거치지 않는 평화발전의 길을 계속 갈 수 있을지, 그리고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에서 지금의 공약을 계속 고수하고 실현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의 시스템에는 여전히 불안 요인이 많다. 무엇보다 시스템의 경직성은 큰 부작용을 양산할 수 있다. 중국이 자신들의 말처럼 인류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고, 그 과정에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중국의 변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이론 프레임은 없을까? 필자는 이와 관련해 이중과제론을 제시한 바 있다. 이중과제론은 간단히 이야기하면 세계체제적 차원에서 자본주의 극복을 지향한다고 하더라도, 일국적 차원의 실천에서는 자본주의에 대한 적응(자본주의 성취의 수용)과 극복(대안적 질서의 구축)을 동시적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천 과정에서는 두 과제 사이의 긴장관계를 어떻게 처리하는가가 중요한 문제이다. 현대 중국에서 사회주의 실천도 이 이중과제론으로 설명될 수 있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될 때 중국은 사회성격을 신민주주의사회로 규정했다. 공업 부문에서는 국가 부문이 주도하지만 자본주의적 생산과 시장 메커니즘을 일정 영역에서 인정했고, 농민의 균등한 토지 소유를 보장하기 위한 토지개혁을 진행했다. 1953년부터 소유제 사회주의 개조, 즉 집단소유제의 실현과 계획경제를 기초로 하는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약진운동(1958~1960)과 같이 낙후된 농업국에서 집단소유제와 계획경제를 축으로 하는 사회주의 모델의 급진적 실행을 통해 발전국가를 따라잡으려는 시도는 참담한 실패로 돌아갔다. 이후에는 정치적으로 더 급진적인 계급투쟁노선을 추진한 문화대혁명(1966~1976)으로 이어졌다. 이 기간 중국은 글로벌 차원에서 진행되는 공업화, 기술혁신 추세에 더 뒤떨어지게 되었다.
마오저둥의 사후에 공산당은 시장 메커니즘의 도입, 사적 소유제의 허용, 그리고 자본주의 국가들이 주도하는 국제분업 참여 등을 통해 경제발전을 촉진하는 개혁개방노선을 채택했다. 1992년에는 ‘사회주의시장경제’를 중국의 체제모델로 제시했다. 주지하는 바처럼 개혁개방은 지난 40여 년 동안 중국경제를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발전시켰다. 중국의 국제적 지위도 크게 높아졌다. 그러나 시장 메커니즘의 전면적 도입과 효율을 앞세운 경제사회정책은 불평등, 부패, 그리고 환경 악화 등의 부작용을 초래했다. 2000년대 들어서 조화사회론 등을 제기하며 이에 대한 조정을 시작했으나 큰 흐름을 변화시키지는 못한 상황에 2012년 시진핑체제가 출범했다.
위의 두 시기는 중국에게 긍정적 유산과 부정적 유산을 모두 남겨놓았다. 부정적 유산은 이중과제론의 관점에서는 적응과 극복 사이의 긴장이 유지되지 않고 어느 한 방향으로 해소된 결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개혁개방 이전에는 적응의 측면이, 개혁개방 시기에는 극복의 측면이 공산당의 노선에서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 시진핑체제에서 공산당 노선의 변화는 극복의 측면, 즉 사회주의 방향을 더 강화시켜 적응과 극복 사이의 긴장을 복원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의지만으로 행동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새로운 노선이 권력집중을 정당화하는 수사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고 중국이 인류적 과제 해결에 기여할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할 필요는 없다. 중국의 공동부유나 생태와 관련한 진지한 시도가 나름의 진전을 이루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리고 더 공평한 사회, 지속가능한 지구라는 공유된 가치에 기반하여 제기된 비판은 같이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위한 대화의 공간을 열 수 있다. 그래야 비판이 갈등과 대립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참고문헌
백낙청, 「근대, 적응과 극복의 이중과제」, 송호근 외, 『시민사회의 기획과 도전』, 서울: 민음사, 2016
이남주, 「제20차 당대회 이후 중국의 변화」. 『황해문화』, 2023년 봄호.
이남주, 「자본주의 세계체제 속의 중국 '사회주의', 수사인가 가능성인가」, 『창작과비평』, 2015년 봄호.
'진보정책연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4-7. [공부특집5] 세모진 강사들과 필진들이 추천하는 도서 및 콘텐츠_ 김수림 (1) | 2025.07.24 |
|---|---|
| 4-6. [공부특집4] 인공지능과 노동_ 김성혁 (5) | 2025.07.24 |
| 4-4. [공부특집2] 한국경제와 새로운 진보의 경제학_이강국 (0) | 2025.07.24 |
| 4-3. [공부특집1] 공동자원체제(commons)와 현대 사회운동의 접합 그리고 한계에 관한 하나의 시각_장훈교 (0) | 2025.07.24 |
| 4-2. [이슈와 논점] 데이터로 보는 전세계 쿠데타(1950~2024), 그리고 12.3 윤석열 쿠데타_신석진 (2) | 2025.07.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