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책연구

9-3. [진보정책 연구결과2] ‘엄마라는 이유로, 더 나쁜 일자리’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 과정과 정책적 대안

진보정책연구원 2025. 8. 21. 09:58

[진보정책 연구결과2] ‘엄마라는 이유로, 더 나쁜 일자리’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 과정과 정책적 대안

 

 

김경내 _연구원1) 

 

 

한국 사회를 사는 보통의, 평범한, 중년 여성의 이야기를 해보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돌아오는 길, 오랜만에 작성해 보는 이력서 양식은 낯설기만 하다. 한때는 능숙하게 다루던 문서 작성이 망설여지고, 면접에 가서 마주한 “경력이 단절된 이유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 앞에서 머뭇거리게 된다. 여성에게 ‘경력단절’은 쉼이나 공백이 아니라 자존감의 흔들림과 더 열악한 노동시장으로의 복귀를 의미한다. 많은 여성들이 가정과 일 사이에서의 오랜 고민 끝에 다시 일자리를 찾는다. 하지만 기다리고 있는 것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노동환경과, 선택이 아니라 배제의 결과로 주어진 저임금 일자리일 때가 많다.

 

본고에서는 경력단절을 겪은 여성들이 왜, 어떤 목적으로 다시 노동시장에 뛰어들게 되었으며, 어떤 정책적 도움이나 취업 지원을 받고 있는지, 그리고 구직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살펴보고자 한다.

지난 <진보정책연구> vol.3에서 경력단절 이후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 과정의 직종이동(2022년 경력단절여성등의 경제활동실태조사)을 살펴보았다. 경력단절 이전 사무직에서 종사하는 비율은 48.7%에 달하지만 경력단절 이후 재취업을 할 때 첫 일자리에서는 사무직 비율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고 서비스직과 판매직으로 진입하는 경우가 많다(김경내, 2024).

서비스직으로 재취업한 여성들의 산업분포를 확인해보니, 이들이 종사하고 있는 산업분야는 소규모 사업장이 대부분인 도매 및 소매업을 제외하면 개인 서비스업이나(19.9%)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16.6%)에 집중되어 있었다. 이번 조사에서는 특히 공공부문과 대기업에 그 책임이 있고 여성집중직종인 직종들, 판매직(마트·백화점), 콜센터 상담사, 급식조리원 등 교육공무직, 학습지교사, 방과후강사, 요양보호사, 돌봄서비스직, 가정방문점검원으로 조사 대상을 한정하였다. 이런 직종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첫째, 비정규직 비율이 높고 임금수준이 낮다. 둘째, 근로조건이 열악하고 고용이 불안정하다. 셋째, 사회보험 가입률이 낮고 퇴직금 등 법정 근로복지 수혜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설문조사는 3월 5일(수)부터 3월 16일(일)까지, 위의 해당 직종에 종사하면서 ‘결혼, 임신, 출산, 가족 돌봄 등'의 이유로 일자리를 그만둔 경력단절 경험이 있는 여성’을 대상으로 하였다. 연구진이 접촉할 수 있는 노동조합을 통해 설문조사 링크를 배포하여 700여명이 참여했으며, 응답자들에게는 소정의 사례(3000원 상당의 커피 쿠폰)를 제공하였다. 또한 설문조사 참여자 중 20여명을 섭외하여 초점집단면접(Focus Group Interview)을 실시하였다.

 

1. 경력단절 이후 여성들의 재취업 과정

경력단절을 겪은 여성들이 이용할 수 있는 취업지원 정책은 직업훈련 서비스, 취업 알선/상담 서비스, 취업 장려금, 자녀돌봄 지원 등이다. 그러나 설문조사 결과 많은 응답자(40.4%)가 취업 지원 정책 이용을 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나아가 취업 지원정책을 이용하더라도 상당수가(각 정책별로 60%) 취업에 도움되지 않았다고 답변하였다. 

 

“인터넷이 붐이 일어날 때라 그 ITQ(정보기술자격) 자격증하고. 그때 인터넷 쇼핑 막 시작할 때였어요. 자격증은 다 따고 이거를 활용을 하고 싶었지만 일자리는 없었어요. 배우기만 하고. 그 때 취업까지 연결은 안 됐어요.” (아이돌보미, 57세)

 

“제가 그걸로 취업이 되겠다 이런 생각으로는 안 했어요. 그냥 자격증을 따려고 한 거고 이걸로 취업을 연계해 주는 건 전혀 없었어요. 여성인력개발센터 새일센터 이런 데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은 과정에 없어요. 차라리 그런 방과 후 리스트 쫙 뽑아서 그거를 국가에서 운영을 해서 각 학교에 선생님들을 보내면 좋겠어요.” (방과후학교강사, 49세)

 

“아이들이 초등학교 3 4학년 때 이제 다시 이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실직자 프로그램으로 그때 홈페이지 제작하는 게 있어서 그걸 배우러 갔었어요. 그냥 석 달 정도 배웠고 근데 그걸로 취업을 하기는 어렵더라고요.” (급식조리사, 47세)

 

인터뷰 참여자들의 진술을 통해 드러나는 바와 같이, 경력단절 여성들을 위한 취업 지원 정책은 제도적으로는 직업훈련, 자격증 취득, 취업상담 등의 형태로 다층적으로 마련되어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노동시장 진입으로의 연결성이 매우 낮은 한계를 드러낸다. 여러 참여자들이 “배우기만 하고 취업은 되지 않았다”, “자격증을 따기만 했지 일자리는 없었다”고 얘기했던 것과 같이, 취업지원 정책은 ‘훈련 중심–성과 미흡’ 구조에 머무르고 있다. 

이처럼 경력단절 여성 취업지원 정책은 전반적으로 ‘개인의 노력’에만 초점을 맞추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노동시장 진입의 실패를 구조적 제약이 아닌 여성 개인의 역량 부족이나 선택의 문제로 환원하는 것으로 귀결될 수 있다. 현행 경력단절 여성 대상 취업지원 정책은 노동시장과의 연계성 부족, 여성 일자리의 구조적 특성에 대한 고려 미비 등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실질적인 취업 성과를 내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지닌다.

 

 

2. 구직 채널과 그 과정에서의 구체적인 어려움은

재취업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구직 채널은 온라인 대중매체, 공공 취업지원 기관,자격증 취득, 친척·친구·동료의 소개, 학교·학원 등록 및 수강, 오프라인 대중매체, 민간 직업 알선업체, 시험 응시, 사업체 문의 방문, 자영업 준비 등 다양하다. 연령대에 따라 어떤 구직 채널을 선택하는지에서 차이가 나타난다.

 

 

‘온라인 대중매체’는 20, 30, 40대에서, 전문대 졸업 이하인 경우에서 그 비율이 높은 반면, ‘공공 취업지원기관’과 ‘자격증 취득’은 40, 50대에서, 대학교 졸업 이상인 경우에서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 60대 이상에서, 고등학교 졸업 이하인 경우에는 비교적 ‘친척, 친구, 동료의 소개’로 구직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오프라인 대중매체’를 이용하는 경향은 40, 50대, 그리고 고등학교 졸업 이하와 전문대 졸업자들에게서 확인되었다.

 

“전혀 정보가 없어서 국가에서 어떤 교육을 해준다 이런 것도 전혀 모르는 상태였고요. 왜 그때 저희 제가 있을 때는 벼룩 시장 그런 거 있었잖아요. 그런 신문을 이제 각 지역에 있는 거 배치되어 있는 거 그거를 갖고 와서 거기에서 구인 광고를 보고.” (콜센터상담사, 55세)

 

“교차로 이런 거 보고 들어가서 이제 면접 보고 이제 일할 수 있냐 어쩌고 해서 들어가서 일하게 됐습니다.” (가전방문점검원, 50세)

 

“단독 주택 살았거든요. 세입자분이 이제 마트에서 자리가 났다고 그래서 마트로 몇군데 서류 넣고 한 곳에 합격해서 들어갔어요.” (마트판매직, 50세)

 

“아이들 가르치러 오는 학습지 선생님 만나서, 그쪽에 이제 안내를 좀 받아서. 이거면 내가 가르치는 거 좋아하니까 할 수 있겠구나하고 시작했어요. (학습지교사, 54세)”

 

인터뷰 참여자들은 대부분 40대 중후반에서 50대까지였는데, 제도적 취업 지원을 받은 경험이 있었음에도 이것이 취업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결과적으로는 오프라인 대중매체를 이용하거나 친인척이나 지인의 소개에 의존해 구직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는 정보 격차와 사회적 네트워크의 작동 양상이 구직 경로의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하기 어려운 고령·저학력 여성들의 경우, ‘지인의 소개’와 같은 비공식적 경로뿐만 아니라 전단지, 신문 광고 등 오프라인 대중매체를 통한 정보 접근에 의존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것이다. 이러한 오프라인 기반의 구직 방식은 디지털 전환 시대에 상대적으로 소외되기 쉬운 집단이 여전히 활용 가능한 방식이지만, 취업 정보의 양과 질, 접근 속도 면에서 제약이 크다는 한계를 지닌다.

 

이는 재취업하는 과정에서 겪는 구체적인 어려움으로 ‘일자리 정보 부족’(23.8%)이 주로 꼽히는 것으로 연결된다. 오프라인 대중매체, 공공 취업지원기관 등의 구직 채널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재취업할 때는 정말 그 정보도 없고 하니까 되게 힘들었었던 것 같아요. 이력서도 막 수백 장 쓰고 막 우리 신랑이 막 뿌려주고 나도 뿌리고 언제 저녁 제 항상 직장을 구할 때는 항상 그랬던 것 같아요. (콜센터상담사, 52세)”

 

뒤이어 ‘자녀 양육으로 인한 구직활동 시간 확보의 어려움’(22.1%)과 ‘임금 외에 원하는 근로조건의 일자리 부족’(13.9%)이 대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 과정에서 경력단절 여성이 겪는 편견도 아직 해소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임신·출산 또는 자녀양육 계획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는 응답자가 41.7%, 그리고 ‘채용과정에서 경력단절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나 질문을 받았다’는 응답자는 40.4%에 달했다.

 

“병원에서 엄마들은 애기 엄마를 잘 받아주지 않으려고 하는 그런 게 좀 많아가지고요. 아기가 아프면 또 쉬어야 된다는 그런 것 때문에 엄마를 애기 엄마들을 아예 안 받아주려고 그러더라고요. 제가 면접을 한 10번 정도 봤는데 다 아기가 어리다는 이유로 안 된다고 그러더라고요. 면접에서 제일 많이 들었던 얘기가 아기가 아프면 어떻게 할 거냐, 아기가 아프면 누가 봐줄 사람이 주변에 있느냐라는 얘기가 제일 많이 들었었는데. 저는

친정이 부산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리고 시댁은 또 강원도예요. 그러다 보니까 누구가 봐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없다라고 얘기하는데 그러면 힘들겠다라는 얘기를 제일 많이 들었었어.” (가전방문점검원, 46세)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가잖아요. 그러면 딱 나오는 게 이제 아이가 몇 살일까 자기네 회사 생활에 얼마나 저기를 이제 끼치지 않을까 그걸 먼저 보긴 하더라고요. 저도 이력서를 놓고 면접을 가보면 아이가 몇 살입니까? 그 다음에 만약 초과 근무를 해야 된다면 맡길 사람이 있습니까? 큰 기업이 아님에도 작은 회사임에도 그런 것들을 묻는 경우가 많아요.” (학습지교사, 52세)

 

참여자들의 인터뷰 내용에서도 채용 면접에서 임신, 출산, 자녀 양육 계획 등에 대해 질문하는 행위가 여전히 자행되고 있음이 확인된다. 자녀 돌봄 책임이 여성에게 전적으로 귀속된다는 사회문화적 인식은 면접 단계에서부터 “아이가 아프면 어떻게 할 것이냐”, “맡길 사람이 있느냐”는 식의 질문으로 구체화된다. 즉 여성의 모성은 고용주 입장에서는 위험 요소로 간주되어 채용 배제의 명분이 된다. 이는 고용상 차별을 금지한 남녀고용평등법에 명백히 위반되는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채용 관행 속에 여전히 관성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제도적 사각지대, 기업의 여성차별적인 문화가 자녀 돌봄과 그로 인한 업무 공백 가능성에 대한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구조를 고착화시키며 노동시장 재진입을 제약하고 있었다.

 

 

3. 구직 목적 및 조건에 따른 네가지 유형

더 구체적인 정책 제언을 위해 응답자들의 재취업 목적 및 조건에 따라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해보았다.

• 생계형 :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혹은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 구직한 경우 중, 일자리 조건으로 유연성을 1순위로 고려하지 않은 경우

• 자아발전형 : 재산 증식, 자아실현 및 자기개발, 노후준비를 위해 구직한 경우

• 양육 교육형 : 구직목적이 자녀의 양육과 교육비를 지원하기 위함인 경우

• 돌봄 및 생계 이중부담형 : 생계, 생활비를 위해 구직했으면서 일자리 조건 1순위가 ‘근로시간 및 일정의 유연성’인 경우

 

 

흥미로운 점은 각 유형별로 구직의 구체적 방법이 다르다는 점이다. 생계형은 ‘민간직업알선업체’, ‘오프라인 대중매체’, ‘친척·친구·동료의 소개’ 등 비공식적이거나 민간 중심의 경로를 상대적으로 많이 활용하였다. 자아발전형은 ‘시험 응시’, ‘학교·학원 등록 및 수강’, ‘지인의 소개’ 등을 통해 공식적이고 자기주도적인 방식으로 구직에 접근하였다. 양육교육형은 ‘온라인 대중매체’ 및 ‘공공 취업지원기관’의 활용 비율이 높았으며, 이는 정보 접근성과 제도 활용의 적극성이 상대적으로 높음을 시사한다. 이중부담형은 ‘자격증 취득’을 다른 유형보다 많이 활용하며, 구직 준비 과정에서의 전문성 강화 욕구가 드러났다.

 

 

정부 정책 경험에서도 유형 간 차이가 분명히 나타났다. 생계형과 이중부담형은 정부 재취업 정책을 경험하지 못한 비율이 높았으며, 제도적 접근에서 소외된 경향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정책을 경험한 경우 생계형은 ‘자녀돌봄 지원’, 이중부담형은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가장 많이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자아발전형과 양육교육형은 정부 정책 경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으며, 자아발전형은 대부분의 세부 정책 항목에서 높은 경험 비율을 보였고, 양육교육형은 특히 ‘취업 알선/상담 서비스’에 대한 경험 비율이 높았다. 또한 ‘자아발전형’은 ‘생계형’과 마찬가지로 일·생활 균형보다는 임금 수준과 고용 안정성이 높은 일자리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로 인해 ‘자녀돌봄 지원’ 정책의 경험 비율이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4. 정책적 대안

정치권의 관심은 주로 여성의 경력단절을 예방하는 것에 집중되어 있다. 물론 경력단절을 사전에 막는 노력은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미 수많은 여성들이 단절을 겪었고, 그 결과 시간제·돌봄 등 저임금의 ‘나쁜 일자리’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위한 재취업 이후의 정책지원은 여전히 미비하다.

경력단절을 ‘막는 것’에 더해서 단절 이후의 삶을 다시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채용과정에서의 차별을 막고, 여성들이 진입하게 되는 일자리의 질을 높이며, 구직 유형에 따라 맞춤형 제도적 대안을 촘촘히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만 경력단절이 ‘되풀이되는 불이익’이 아니라, 경력의 연장과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모성, 경력단절에 대한 채용차별을 해결해야

채용 시 모성과 경력단절 경험을 이유로 한 차별은 이미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여전히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다.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은 채용에서의 성차별을 금지하고 있으나, 이를 위반해도 부과되는 벌금 수준이 낮아 실효성이 떨어진다. 이에 채용성차별에 대한 처벌 수준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야 한다. 또한 제도 개선과 더불어 채용 과정 전반에 걸친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도 요구된다. 예를 들어, 이력서에서의 가족사항·출산경험 기재 요구 금지, 면접 시 차별적 질문 금지 등의 세부지침이 강화되어야 한다.

나아가 채용차별이 단지 법과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성역할 고정관념과 결합된 문화적 관행임을 인지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기업과 공공기관은 출산과 육아를 이유로 여성의 업무역량을 의심하는 문화에서 벗어나야 하며 적극적 고용개선조치와 같은 평등정책의 확산도 병행되어야 한다.

 

여성집중직종인 시간제, 돌봄 일자리 질을 개선해야

채용차별 해소는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 문턱을 낮추는데 필수적이지만, 그 이후 진입하게 되는 여성집중직종의 구조적 열악함을 개선하지 않으면 반쪽짜리 대책에 불과하다. 특히 육아, 돌봄과 일을 병행하는 기혼, 유자녀 여성들은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요구가 높다.

 

"시간이 그냥 조금 자유롭다. 애들이 아직 어렸기 때문에 애들을 보면서 좀 케어하면서할 수가 있어가지고, 그게 조금 매력이 있어가지고 했던 거를 계속 했던 것 같아요." (가전방문점검원, 48세)

 

시간이 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게 없을까 애가 아직 저학년이다 보니까 어리니까 좀 그거를 좀 찾다가 보니까. 이제 시간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장점도 있고 그리고 이제 늦게 일하지는 않아요." (가전방문점검원, 50세)

 

"아이들 때문에 10년을 쉬었어요. 여성일자리센터에서 교육받고 일자리제안도 받았지만 대부분 8시간 근무였어요. 결국 짧은 시간 일할 수 있는 학교돌봄전담사일을 선택했어요." (돌봄전담사, 54세)

 

"저도 시간이 자유롭다고 그러고, 또 가르쳤던 일은 내가 자신 있다 싶어서 학습지회사에 입사를 하게 됐죠." (학습지교사, 52세)

 

재취업 여성들의 고용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식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시간제 일자리의 임금 수준과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특히 돌봄노동은 사회적으로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구조로 인해 여전히 ‘저평가된 노동’으로 남아있다. 돌봄노동에 대한 사회적·경제적 재평가가 시급하며 관련 직종의 적정 임금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정희 외(2021)는 돌봄직종의 적정임금을 최저임금의 130% 수준으로 제안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노동조합 조직률 제고를 통해 문제 해결 능력을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임금 기준을 높인다고 ‘워라밸’한 노동환경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원을 적게 뽑아 최대한 활용하는 과소 고용-장시간-초과근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재취업 여성뿐만 아니라 사회전체의 지속가능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조혁진, 2025). 특히 여성중심직종 노동자들의 이해대변을 위해서는 조직률이 낮은 여성, 그중에서도 중-고령의 조직률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 여성의 경력 단절문제를 ‘여성’만의 문제로 취급하지 않고 전체 노동계급의 문제로 삼고 공동의 대책을 모색하는 접근이 필요하다(조혁진, 2025). 이외에도 기존 시간제 일자리의 정규직 전환 유도, 사회서비스원 확대 및 직접고용 강화 등 정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각 유형에 대한 구체적 정책대안 마련해야

마지막으로 앞서 살펴보았던 각 구직 유형에 대해 구체적인 정책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생계형 재취업자에게는 소득보전과 안정고용을 통한 지속가능한 일자리 제공이 핵심적이다. 돌봄과 생계를 동시에 책임져야 하는 이중부담형을 위해서는 소득보전과 더불어서 탄력적 근무제 확대, 유급 가족돌봄휴가 보장, 사회보험 가입 촉진 등 일·생활 균형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양육교육형 재취업자를 위해서는 시간제 일자리의 확대와 보육지원 강화가 뒷받침 되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자아발전형을 대상으로는 고숙련 전환교육과 직업경로 다양화 정책이 필요하다. 

아울러, 구직과정 전반에서 정보 접근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비공식적 구직채널(지인 소개 등)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공식 채널의 신뢰성과 가시성을 높여야 한다. 통합적인 여성고용정보 플랫폼의 구축, 고령·저학력 재취업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등을 통해 비공식-공식 구직채널의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1) 이 글은 <경력단절 후 재취업 여성 일자리 실태조사> 연구의 내용 중 일부를 간추린 것입니다. 해당 연구는 2025년 2월에 진보정책연구원에서 의뢰하여, 이승윤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책임연구원을 맡고, 강은희 진보정책연구원 정책기획위원, 김규혜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박사 수료, 본원 김경내 연구원이 함께 진행하였습니다. 본 글은 연구를 총괄한 이승윤 교수의 지도 아래, 조사 설계와 분석 및 해석에 함께한 연구팀을 대표하여 필자가 작성하였습니다. 

 

참고문헌

•김경내. (2024). [숫자로 보는 정책] 일터를 떠난 여성들: 사무직 ‘경단녀’ 재취업의 경로와 특징. 진보정책연구, 3.

•이정희 외. (2021). 좋은 돌봄. 민중의소리.

•조혁진. (2025). 경력단절 후 재취업 여성 일자리 실태조사 결과 및 제도개선 토론회 자료집. 진보정책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