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잡히는정책] 에너지 기본권 보장을 위한 물·전기·가스 ‘필수에너지 이용권’
박민정(진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찌는 듯한 더위가 연일 계속되면서 에어컨은 필수품이 되었다. 밤에 에어컨을 켜지 않고는 잠을 잘 수 없는 폭염에 ‘정말 기후위기구나’ 탄식하면서도 에어컨을 끌 엄두를 감히 내지 못한다. 지난 8월 전국 폭염일 수는 16.9일, 열대야 일수는 11.3일로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고치라고 연일 뉴스에 나온다. 이런 최장기간 폭염은 8월 전기요금 고지서 역시 역대급 최고치일 거라는 뜻이다. 커뮤니티에는 냉방비 폭탄을 걱정하는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그럼 우리 집은?’ 하는 마음에 통장 잔고를 살피게 된다.
진보당은 “사람답게 살기 위한 에너지는 ‘요금’이 아니라 ‘권리’로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물·전기·가스 ‘필수에너지 이용권’을 제안한다.
누구나 존엄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필수적 에너지 사용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에너지 바우처 같은 선별적 에너지 복지제도는 문턱이 높아 신청이 어렵고, 실효성이 떨어지며 사실상 실패했다. 복지는 보편적이어야 한다.
필수에너지 이용권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가구 규모, 가구원의 특성, 계절별 냉난방 수요 등을 고려하여 필수량를 심의하는 위원회 설치가 필요하다. 이렇게 제안하는 에너지 필수량을 전기와 가스는 산자부에서, 수도는 환경부에서 결정하여 그 필수량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에게 필수에너지 이용권을 제공한다. 이 필수량까지는 권리로 인정하여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이상의 사용량에 대해서는 가파른 누진제를 적용하여 더 많이 사용하는 사람이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도록 하자는 뜻이다. 에너지 바우처나 에너지 고물가 지원금같이 정액 지원하는 제도가 아니라 필수에너지를 정량으로 이용권한을 주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왜! 진보당은 에너지 무상공급이라는 오해와 비판을 받으면서도 필수에너지 이용권을 제안하는 걸까? 그 이유를 살펴보자.
심각한 에너지 불평등
어쩔 수 없다면서 추진되는 전기, 가스 요금 인상이 올 하반기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4일 정부는 그간 미뤄왔던 전기요금 인상의 시기와 범위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2%)이 3년 5개월 만에 2%로 최저치를 찍자마자 “폭염이 지나면 전기 요금을 올리겠다”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전기요금 인상을 공식화했다.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이유는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과 그간 한전의 누적적자 40조 원을 해결하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선 2022년 이후 총 6차례에 걸쳐 kWh 당 45.3원(44.1%)의 전기 요금을 인상했음에도 적자를 감당할 수 없어 또 올리겠다는 심사다.

그림 1 전기요금 인상 폭 추이(『연합뉴스』 23.11.08. 기사)
가스비는 주택·일반용 요금이 이미 6.8% 인상되어 8월 1일 자로 적용되어(『서울신문』 2024년 7월 7일) 4인 가구기준 월 3,770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도시가스비 인상의 이유 또한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과 그간의 가스공사의 미수금 13조 원 해결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밝히고 있다. 가스비는 23년 5월에도 이미 5.3% 올린 바 있다.
수도요금마저 요동치고 있다. 경기도는 전체 31개 시·군 중 12곳이 상수도요금을, 14곳이 하수도요금을 인상했다.(『뉴스메이커』 2024년 9월 6일) 부산 역시 올해 7% 인상 후 2년에 걸쳐 연속 8%씩 추가 인상하여 3년간 22% 이상 인상하는 계획으로 시의회 통과를 예정하고 있다.(『KBS』 2024년 9월 6일)
국민소득 2만 달러에 육박했던 2005년 전기 요금을 내지 못해 끊긴 전기 대신 촛불을 켜고 생활하다가 여중생이 숨진 사건이 일어났다. 그제서야 사회는 에너지 빈곤, 에너지 불평등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2015년이 되어서야 에너지 바우처부터 많은 대책들이 나왔으나 그사이 2008년 장애인 부부, 2012년 할머니와 외손자의 죽음 등 전기세를 못 내 발생한 촛불화재(『한겨레』 2023년 3월 13일)를 비롯하여 에너지 빈곤, 에너지 위기는 불평등하고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다.
2022년 4분기 가계연료비 부담이 전년도 동기 대비 16.4%가 오르며 이른바 난방비 폭탄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가계연료비 부담은 계속 오르고 있다. 통계청 2024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연료비 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6.8%가 또 늘었다. 전년 동월 대비 품목별 소비자 물가 상승률 중 에너지 분야인 전기·가스·수도는 전년 1.0%에서 올해 3.3%로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지난 7월 가스요금 인상분이 반영되면 하반기에 연료비 부담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는 평균값일 뿐 소득별 부담은 차이가 크다.
2024년 2분기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저소득 가구인 1분위 가구는 월 소득 74만 원 중 주거·수도·광열비가 22만 원으로 소득 중 30.6%를 차지하고 있으며 연료비 증가율이 전년대비 25% 이상 늘었다. 고소득 10분위 가구는 월 소득 1,305만 원 중 주거·수도·광열비 지출은 53만 원으로 소득 대비 비중은 4.1%에 불과하다. 소득 대비 광열비의 비중의 차이는 저소득가구인 1분위가 30.6%에 비해 10분위인 고소득 가구는 4.1%에 불과하다 그러나 실제 지출한 비용을 보면 1분위는 약 30만 원을 지출하고 있다면 10분위는 53만 원으로 약 1.8배 정도로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다만 이 통계에서는 주거와 수도, 광열 비용을 포함하여 조사했기에 에너지 비용이라 결론 짓기에는 부담이 있으나 에너지사용에 대한 추이는 살펴볼 수 있다. 통계청 조사 항목인 주거·수도·광열은 주거시설 임차비, 상하수도 및 폐기물처리, 연료비 등 주거에 관련된 비용을 말한다. 즉, 저소득층의 월세를 비롯한 주거비용이 큰 비중을 차지하며 오히려 연료비 지출이 더 적을 수 있다. 이와 반대로 10분위 고소득 가구의 경우 주거비의 비용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바 오히려 이 항목에서 에너지 사용이 10분위가 훨씬 더 많을 수도 있음을 예상해 볼 수 있다. 2022년 4분기의 자료를 분석하면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1분위 가구는 소득 68만원 중 연료비가 6만8천원 정도로 연료비 증가율이 전년대비 30% 이상 늘었고 실제 소득 중 10%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만하면 가계에 연료비가 미치는 영향이 저소득 가구에는 가히 폭탄과 같은 파괴력을 지니고 있으며, 저소득 가구일수록 연료비 인상이 상대적으로 고통과 부담이 훨씬 크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림 2 소득분위별 연료비 비중(통계청, 2024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 재구성)
에너지 빈곤은 기후위기와 불평등이 결합된 이중고다. 기후 위기로 인해 폭염이 장기화되면서 냉방기 사용이 급증할 때 에너지 빈곤층은 연료비 부담으로 냉방기를 사용하길 주저한다. 또한 주거 환경 자체가 아파트의 경우 콘크리트와 마감재로 기본 단열이 가능한 것에 비해 빈곤층의 주거 환경은 고스란히 폭염을 감당해야 하는 구조물이다. 불평등은 이렇게 또 에너지 사용에서마저 나타난다.
선별적 에너지 복지는 실패! 에너지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지급하는 생계급여액에 광열비(전기, 가스)가 반영되어 있지만 당장 시급한 생계로 인해 에너지 비용 지출은 가장 후순위가 된다. 특히나 광열비 지원액이 계절에 상관없이 일정액으로 고정되어 있어 에너지 사용이 가장 필요한 혹한기, 폭염기에 오히려 필요한 만큼의 에너지를 사용할 수 없는 구조이다. 이마저도 가난을 중명해야 지원이 가능하여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의 54%에 한해서만 정부의 난방비 지원이 있을 뿐이다. 에너지 바우처 역시 소득기준(중위소득 40% 이하)과 함께 세대원 특성기준(노인, 영유아, 장애인, 임산부, 중증질환자 등) 두 가지 모두 충족해야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 기준이 까다롭기 때문에 2021년 총가구 수의 4%에 불과한 겨우 86만 가구만 에너지 바우처를 받았고, 이는 에너지 바우처 예산의 70%밖에 집행되지 않은 결과로 나타났다. 에너지 바우처를 받기에는 문턱이 너무 높고, 빈곤을 증빙해야 한다. 취약 계층의 경우 바우처 사용을 위해 공동주택은 전기나 가스의 각 가구의 사용량을 확인해야 해서 매번 임대인의 동의가 필요한 등 절차가 까다로워 신청자 수가 많지 않다. 그나마 있으니 다행이라고 하기에는 선별적 에너지 복지는 실패했다. 이제는 에너지 기본권이 보장되어야 할 때다. 그렇다면 ‘어떤’ 에너지 기본권 보장이 필요한가?

그림 3 전기소비량 분포 (홍준희, 2019)
진보당이 제시하는 에너지 기본권의 방향은 아래와 같이 5가지이다.
- 방향 1. 존엄한 삶을 위해 모든 사람에게 사각지대 없이 필수적인 에너지 사용을 보장
- 방향 2. 에너지 대량소비 집단인 재벌기업과 부유층의 책임을 묻는 방향
- 방향 3.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 소비 축소
- 방향 4. 공공주도 재생에너지 확대로 기후위기 대응
- 방향 5. 임차주택 최저주거기준을 강제 등 주거환경 개선
에너지를 많이 쓰는 사람이 더 내야 한다. 한전과 가스공사의 적자를 가정용에서 허리띠를 졸라맬 일이 아니다. 전체 전기소비자의 1.2%가 전체 전기의 64%를 사용하고, 불과 30개의 기업이 전체 전기의 14%를 소비한다. 16.5%의 상위소비자가 약 80%의 전기를 쓰고, 가정을 포함한 83.5%의 소비자가 약 20%의 전기를 사용한다.(홍준희 외, 2019) 경제성장을 위해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었으나 기업은 이윤을 다수의 국민에게 환원하지 않고 있다.
대기업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전체 에너지 혹은 산업 구조를 바꿔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에너지 및 산업 정책을 ‘에너지 수요’를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하지 않는 이상, 개인의 에너지 절약 운동이나 이를 강제하는 전기요금 인상은 뚜렷한 효과를 얻을 수 없다. ‘에너지 사용을 줄여, 기후위기 대응을 한다는 것’은 사회 제도적인 차원의 에너지 수요 감소를 의미한다. 사용량에 따른 누진제 적용으로 더 많이 쓰는 사람이 더 많이 내는 것이 상식이다. 다수의 국민의 에너지 기본권을 보장하고 더 많이 쓰는 기업에 누진세를 적용하는 것 같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물·전기·가스 필수에너지 이용권 보장과 함께 병행되어야 할 과제는 여전히 쌓여 있다. 냉·난방 효율개선, 임대인에게 주택을 최저주거기준에 맞게 유지·관리할 의무 부과, 과도한 요금 부과가 이뤄지지 않도록 임차주택에 개별 계량기를 설치하도록 하는 중 주거환경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주에너지 공급원을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 재생불가능에너지 (NON-Renewable Energy) |
재생가능에너지 (Renewable Energy) |
신에너지 (New Energy) |
|||||||||
| 석유 | 천연 가스 |
석탄 | 원자력 | 태양력 | 수력 | 풍력 | 해양 에너지 |
지열 | 수소 에너지 |
연료 전지 |
석탄액과 /가스화 |
| 화석에너지 (Fossil Fuel) |
비화석에너지(Non-Fossil Fuel) | 화석에너지 (Fossil Fuel) |
|||||||||
표 1. 에너지의 분류 (국제재생에너지 기구(IRENA) 에너지 분류를 근거로 재구성)
진보당이 물·전기·가스 필수에너지 이용권을 제시하는 이유는 누구나 존엄한 삶을 영유하기 위해 에너지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그렇지 않아도 에너지 낭비가 많은데 필수량을 무상으로 공급하면 펑펑 쓰게 되어 오히려 기후 위기를 재촉할 수 있다는 오해와 비판도 있다. 그러나 오히려 필수에너지 이용권은 에너지 빈곤층에게 생활을 보장하는 수준의 에너지를 제공하여 단전, 단수 등으로 발생하는 촛불 화재 등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망이다. 또한 에너지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더 많이 사용하는 이가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수 있게 하는 저울추에 해당한다. 에너지 사용도 평등하게, 에너지의 종류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에너지 기본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필수에너지 이용권이 실현되어야 한다.

그림 4 한재각 외(2011) 「에너지복지실현을 위한 전기요금체계 개편방안」
[참고문헌]
홍준희·유종일(2019), 「기업용 전기요금의 과감한 정상화로 일석사조를!」, 현안과 정책 4호, 지식협동조합 좋은 나라
한재각·이정필·이진우(2011), 「에너지 복지 실현을 위한 전기요금체계 개편 방안」
진보당 기후특위·강성희 국회의원·국민입법센터(2023)「기후변화와 불평등에 맞선 진보의 대안 _ 필수에너지 이용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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