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정책] 의대정원 확대만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지역공공의료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박민정 (선임연구원)
아프기 무서운 시절이다.
윤석열 정부의 의대정원 2천명 확대 발표 이후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건은 거의 매일 발생하고 있고 정부는 의료 대란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아프면 대책이 없다. 전공의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간호사를 비롯해 의료진들이 애써보지만 한계에 이르렀다는 호소가 계속되고 있고, 특히 지역의 의료 공백은 심각한 수위에 이르렀다.
지난 9월 일어난 사건은 우리 사회의 의료 문제점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거제에 사는 평범한 50대 남성인 직장인 박씨는 퇴근길에 갑자기 심한 복통을 호소했다. 동료의 차를 타고 가까운 A병원을 찾아 진통제를 맞고 CT, X-Ray, 피 검사를 했으나 별 이상없다는 진단을 받고 귀가했다. 그 밤 박씨의 상태는 더욱 심각해졌고, 가족은 내원했던 A병원에 전화로 상태를 설명하자 A병원에는 직접 와야 확인할 수 있다고 하여 새벽 3시, 119 구급대를 불렀다. 1시간 여 동안 구급대원은 인근 10곳의 병원에 환자 이송을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했고, 심지어 낮에 다녀온 A병원에서마저 거부당했다. 가족들은 병원이 거부하는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의사가 없어서” 일거라 짐작 했다. 수소문 끝에 새벽 5시가 다되어서야 진통제라도 놔주겠다는 B병원을 찾았고 다시 검사를 해서 급성 복막염 판정을 받았다. 당장 수술이 필요하지만 B병원 역시 수술 가능한 의사가 없었다. 70여분간 수차례 전화를 돌렸으나 ‘수술할 수 있는 의사가 없다’는 답만 들으며 두번째 뺑뺑이를 당했다. 겨우겨우 찾은 곳은 64Km가 떨어진 부산, 1시간 30분을 이동해서야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박씨가 복통을 호소한지 14시간, 119에 신고한지 7시간 만인 오전 10시 30분에 수술을 받았고, 수술은 잘 끝났지만 이미 다른 장기가 망가진 뒤라서 이틀 뒤 박씨는 사망에 이르렀다(『경항신문』, 2024년 10월 16일).
얼마전 대전에 사는 28주차 임신부 이씨가 응급분만 병원을 찾지 못해 헤매다가 119에 요청한지 4시간 30분만에 결국 200Km 떨어진 전남 순천에 있는 병원에 가서 출산을 했다.
박씨의 사건은 ‘응급실 뺑뺑이’ 문제로 세상에 알려졌으나 그 내막을 살펴보면 지역의료 부족, 필수의료 부족문제까지 혼합된 종합적, 복합적 문제였다. 물론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문제는 이번 의료대란이 일어나기 이전부터 있었고, 필수의료 부족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다만, 의료대란으로 인해 극단적으로 심화되어 현재 우리의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 해도 과언이 아닐뿐이다.
- 한국 공공의료의 현황 및 문제점
한국의 병원은 4,252개소로 외국에 비해 많은 편에 속하지만 그중 공공의료 기관은 222개로 5.2% 밖에 되지 않는다. 전체 병상수 중 공공병상의 비율 역시 9.5%로 1/10도 되지 않는다. 이는 OECD 평균인 공공의료기관 57.0%, 병상수 71.6%에 비교해 봤을때도 현저히 낮아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다. K-의료 열풍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의료의 질은 높고, 보장성은 타국에 비해 조금 나을 수 있으나 의료공공성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수준이다. 이처럼 민간 의료기관에 치우친 의료체계는 의료의 공공성·중요성마저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의료마저 영리산업화되고 이윤을 쫓아 의료공백이 심화되는 현상을 막아야 한다.
[표 1] OECD 주요 국가별, 공공의료기관 및 병상수 현황
(2022년 기준, 개소, %)
| 구분 | 한국 | OECD 평균 | 일본 | 미국 | 독일 | 프랑스 | 캐나다 | 영국 | |
| 기관수 | 계 | 4,252 | 1,372 | 8,156 | 6,120 | 2,982 | 2,976 | 704 | 2,001 |
| 공공 | 222 | 478 | 1,511 | 1,374 | 743 | 1,338 | 697 | 2,001 | |
| % | 5.2% | 57.0% | 18.5% | 22.5% | 24.9% | 45% | 99.0% | 100% | |
| 병상수 | 계 | 663,099 | 202,483 | 1,573,393 | 916,752 | 642,107 | 374,290 | 98,444 | 165,070 |
| 공공 | 63,129 | 87,548 | 436,906 | 193,224 | 255,391 | 228,687 | 97,812 | 165,070 | |
| % | 9.5% | 71.6% | 27.8% | 21.1% | 39.8% | 61.1% | 99.4% | 100% | |
* 박희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 인용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공공병원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약 80%에 이를 정도로 매우 높다. 또한 일부 지자체에서는 공공병원의 필요성을 느끼고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생겼으나 재정문제, 공공병원은 질이 좋지 않다는 편견, 추진력의 부재로 여전히 공회전 중이다.
지난 10월 진보정책연구원 X 한국사람연구원 X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2024 대한민국 내셔널 어젠다 조사”에서 15대 의제 별로 심각성 X 체감도 유형을 측정했다. 보건/의료의 안전망 문제는 18세부터 70대까지 50% 이상이 시급한 문제로 꼽는 최우선 과제로 나타났다. 매우 시급한 과제로 꼽힌 1위는 보건/의료의 안전망의 문제로 61%의 국민이 “매우 시급한 과제이며 당장 내 문제로 느껴지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31%가 “시급한 과제이긴 하지만, 내 문제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답해 실제 시급한 문제로 인식하는 비율이 92%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비수도권 거주자의 63.1%, 가구소득 300만원 이하의 저소득층은 70.4%가 매우 시급한 문제로 꼽았다.
이 조사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국민들은 의료의 안전망을 원하고 있으나, 정책은 따라가지를 못하고 있다. 특히 비수도권 거주자일 수록, 저소득층일 수록 보건의료 안전망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셈이다.
[표2 ] 연도별, 지역별 공공의료기관 및 공공 병상수 현황
(단위 : 개소, 개, %)

[표 2]를 살펴보면 2023년 말 기준 울산은 95개의 의료기관 중 공공의료기관은 단 1개로 1%, 공공병상 비율 역시 1.1%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이어서 공공의료기관은 부산(2.2%), 광주(2.9%) 경기(3.4%), 인천(3.7%), 대구(3.9%) 순이며 병상수 역시 울산, 인천, 부산, 광주, 경기 순으로 낮았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감염병 예방, 치료를 위한 대책으로 공공의료기관 확대를 공감하여 2021년 9월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보건복지부가 공공의료 확충 및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과 보건의료 인력 처우개선을 내용으로 협약을 맺었으나 오히려 공공병원과 병상수는 줄어들었다. 현재 한국의 공공의료기관 및 병상은 매우 부족하며 특히 지역의료 부족, 필수의료 부족문제까지 중첩된 종합적, 복합적 문제이다. 이러한 공공의료체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 진보당은 공공병원 건립, 공공의대, 지역의사제 등을 통한 ‘지역공공의료종합적 체계 수립’을 지난 총선 공약으로 제시했다.
의료는 국민에게 제공하는 공공재라는 인식이 보편적이다. 외국에서 민간이 설립한 병원은 대부분 비영리법인의 병원(non-for-profit hospital)으로 이사회 등의 민주적 지배 구조로 운영되어 이윤, 산출을 목표로 삼지 않는데 정부 설립병원과 비영리 민간병원은 모두 공익성을 가지고 운영하므로 ‘공익적 병원(public hospital)’을 칭할때 구분하지 않아 그 비율이 90%에 육박한다. 구별되는 10%의 병원은 영리 병원이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민간 병원은 개인소유, 운영의 병원이 대다수이며 자본 투자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약해 형식은 비영리법인이지만 사실상 영리를 추구하는 행태를 가지고 있다.(인의협 정책자문위원회 이슈페이퍼 2024.07.01) 더군다나 의원과 병원이 모두 진료비를 주된 수입원으로 하게 됨에 따라 ‘돈을 잘 벌 수 있는 지역과 진료과, 비급여 진료’로 의사들의 편중이 일어난다. 그에 따라 환자(인구수)가 적은 지방, 필수 진료과 등은 의사 부족현상으로 채용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몇 해 전 연봉 3억 6천만 원에 내과 전문의 채용 공고에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던 사례는 비단 산청의료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차례 모집 공고를 낸 끝에 간신히 의사를 채용하는 일은 지방으로 갈수록 심각해 진다.
- 공공병원 확대 _ 인구 규모 15만 명 이상 이동시간 60분 이내의 중진료권 70개 중 공공병원이 없는 25개 지역에 공공병원 건립
진보당은 전국 모든 지역에 공공병원 건립을 정책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공공병원은 필수의료·적정의료·지역의료 제공으로 전국민 건강보장의 공적 수단이고,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재난 대비 역량이며 지역·계층간 건강불평등을 해소·완화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대부분 공공병원이 광역·지역거점 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되나, 공공병원 부재 지역은 민간병원이 대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표3 ] 중진료권 중 공공병원이 없는 부재지역(25개지역)
| · 광역 : 부산·동부(금정구, 기장군, 수영구, 해운대구), 대구·동북(동구, 북구, 중구, 수성구), 인천·서북(서구, 강화군)·동북(부평구, 계양구), 광주·광서(광산구, 서구)·동남(북구, 동구, 남구), 대전·서부(유성구, 서구), 울산·서남(울주군, 중구)·동북(남구, 북구, 동구) · 경기 : 안양(안양, 과천, 의왕, 군포), 부천(부천, 광명), 안산(안산, 시흥), 고양(고양, 김포), 남양주(남양주, 구리, 양평, 가평) · 강원 : 춘천(춘천, 홍천, 화천, 양구, 철원) · 충북 : 제천(제천, 단양) · 충남 : 논산(논산, 부여, 금산, 서천) · 전북 : 익산, 정읍(정읍, 고창, 부안) · 전남 : 여수, 나주(나주, 화순, 곡성), 영광(영광, 담양, 장성) · 경북 : 경주(경주, 경산, 청도, 영천), 김해(김해, 밀양, 양산) |
도시지역은 500병상 이상 지역거점 2차 종합병원으로 농어촌지역은 300병상 이상 이상 지방의료원, 군립 지방의료원(80~120병상)이나 도립지방의료원 분원 등 건립이 필요하다. 또한 광역시·도별 공공요양병원, 공공재활병원, 공공어린이병원,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감염병전담병원 등을 건립하여 의료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 특히, 대통령령을 개정하여 공공병원 건립에 관해서는 의료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예비타당성 조사의 면제가 필요하다. 부산, 광주, 대전, 울산, 경남 등이 공공병원을 추진했으나 대전을 제외하고는 진행되지 못하고 있고, 광주시가 추진하던 제2광주의료원도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거부되었다. 기획재정부는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예비타당성 재조사에서 탈락시켰다. 매년 인구가 줄고 사회 인프라도 턱없이 부족한 지역의 경우 경제성이라는 잣대를 들이미는 순간 공공성과 공익성은 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공공의료에 관해서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가 시급한 문제이다.
[그림1 ] 중진료권별 지역중심 공공병원 건립시 예상도

* 9.2 노정합의 1주년 기념 국회토론회(2022.09.01) 자료집 인용..
또한 어렵게 건립된 공공병원에 책임있는 경영과 투명한 운영, 그리고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법안이 필요하다. 현재 운영중인 공공병원마저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책임경영 방기로 위탁운영 전환이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들의 공공병원 효능감을 높이고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책임있는 운영이 절실하다. 단순히 공공병원 설립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있는 경영을 위해 인력, 재정 투입과 함께 시민위원회를 통해 비영리법인답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새로 설립하는 공공병원은 ‘좋은 공공병원’으로, 현재 있는 공공병원은 의료질을 높이기 위한 리메뉴얼이 필요하다. 교통의 발달로 지방에서도 3시간이면 수도권메이저 5개 대형병원에 외래진료가 가능하다. 그렇게까지 고생하며 서울로 오는 이유는 지역의 의료 수준이 낙후되어 조금 더 좋은 서비스를 받고 싶은 환자들의 마음에서 기인한다. 이렇게 된 이유는 공공병원을 비롯하여 지역 의료질이 높지 못한 것에 원인이 있다. 지역 거점병원으로 정해진 공공병원부터 필수 의료를 비롯하여 의료진을 증원, 처우 개선 등이 동시에 진행되지 않으면 공공병원을 많이 건립해 봐야 수도권 의료 집중은 해소될 수 없다. 그래서 신설되거나 새롭게 리메뉴얼하는 공공병원은 환자도 의료진에게도 ‘좋은 공공병원’으로 설립되어야 한다.
- 지역공공의대 설립 _ 필수의료 인력 부족의 의료취약지를 선별하여 공공의대 신설 / 지역의사제 실행 _ 지역의료에 10년 이상 복무
2023년 한국 인구 1천명 당 활동 의사수는 2.6명(한의사 포함)으로 OECD회원국 평균 3.7명에도 미치지 못하며 꼴찌에서 2번째다. 고령인구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의료 수요는 늘어나고 있으나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동결 상태이다. 현재 OECD회원국 평균에 비하면 50,700명이 부족하고, 향후 2040년 39,000명이 추가로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경실련, ‘의사 인력수급 실태 발표 및 의대 정원 확대 촉구 기자회견’ 2023.10.26) 임상 간호인력 숫자도 인구 1천명 당 8.8명으로 OECD 평균 9.8명보다 낮다. (‘OECD 보건통계(Health Statistics)2023, 2023.07.03)’
의사수의 부족 문제와 함께 반드시 짚어봐야 할 부분은 지역별 의료 격차의 심각성이다. 의료취약지의 입원환자 사망률은 전국 평균보다 1.3배나 높고, 이로 인해 매년 약 1만명이 더 사망에 이르고 있다. 의사 수 차이 역시 수도권과 지역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인구 1천명당 의사 수가 서울은 4.09명인데 비해 경북은 1.78명, 세종 1.68명으로 2배 이상 차이가 나고 있다.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피할 수 있는 사망률(치료가능 사망률) 또한 서울(10만명 당 34.3명)과 충북(10만명 당 50.56명)의 차이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진보당은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필수의료 취약지에 공공의대를 신설하고, 지역에 근무할 의사를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하는 지역의사제 도입을 제안하고 있다. 이는 지역 공공의료 체계를 수립하기 위한 방안이다.
필수 의료 인력 수급이 어려운 의료취약지를 선별하여 지역 공공 의대를 신설, 약 7~800명 정도를 증원하고 현재 공공의대 중 정원이 부족한 곳에 100~150명 수준으로 증원하여 현재 3,058명인 정원을 1천명씩 순차적으로 증가시켜야 한다. 지역의사제는 지역공공의대를 통해 배출된 의사를 지역 의료에 수련 기간을 제외하고 10년 이상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공공의대 전체 정원 중 지역의사제를 30% 의무 배정하여 입학시부터 배정 운영하면 안정적인 인력수급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일본이 운용하여 성과를 낸 ‘지역정원제도’를 통해 성공 가능성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일본의 지역정원제도는 지역의료에 종사하는 의사를 양성하기 위한 제도로, 2007년 긴급의사확보 대책을 통해 도입되었다. 지역 출신 또는 지역의료에서 일하겠다고 밝힌 학생을 지역 의대가 별도 전형으로 선발, 장학금을 지급하여 의사로 육성한다. 졸업 후 9년간 해당 지역 의료기관에서 의무 근무를 하며, 이를 지키지 않으면 장학금을 전액 반환하는 제도이다. 일본은 지역정원제도가 일정정도 안착화되어 2017~2019년 87.8% 정도가 졸업뒤 대학이 있는 지역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단순히 장학금만이 아니라 지역에서 커리어 지원프로그램등 지역 의대생들에게 다양한 커리큘럼과 자긍심을 높이는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에 따라 일본은 고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 증가에 대비해 지역정원제도 선발인원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이는 전체 의대 졸업생 가운데 수도권 취업률이 최근 5년간 58.4%에 달해 수도권 쏠림현상이 심각한 한국의 현실과는 비교된다. 사실 수도권 취업 쏠림현상은 의대생을 탓할 문제는 아니다. 수련할 곳도 일자리도 부족한 지역에 사명감만을 가지고 남으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이다.
일본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공공병원, 공공의대, 지역의사제도는 선순환 구조를 가지고 함께 만들어져야 할 제도이다. 좋은 일자리이자 수련이 가능한 공공병원이 있고, 지역의대가 있어서 학생을 뽑아서 국가가 양성하여 자기 지역에 근무할 수 있는 지역공공의료를 위한 종합적 체계가 수립되어야 한다.
3. 윤석열식 의대정원 증원으로는 지역공공의료를 살릴 수 없다.
윤석열 정부는 2월, 지역·필수의료 분야를 살리기 위한 4대정책(의사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과 함께 2025학년도부터 전국 40곳 의대정원을 2천명 늘려 5년간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9개월 째 정부와 의사단체의 갈등은 심화되고 의료공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의사단체는 의대 정원의 문제가 아니라며 “피부미용 쪽엔 많고, 중환자실 응급실엔 의사가 없다, 대학병원에는 줄을 서지만 지방의료원은 텅텅 빈다”며 의사 배분의 문제라 항변하고 있다. 의료대란의 뾰족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무엇이 문제일까?
윤석열정부가 추진하는 지역·필수의료 분야를 살리기 위한 4대정책(의사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은 매우 중요하고 반드시 실행되어야 할 정책이다. 다만, 정책의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면 입장바꿔서 내가 의료인이어도 수용할 수 없는 실행계획들뿐이며, 정책 실행의 방식 또한 일방적 밀어붙이기 방식이라는 점이다. 근원적 문제는 외면하고 덜컥 대책 없이 대규모 증원 수만 발표한 성과주의 중심의 관료적 태도가 문제다.
우선 지역의 공공병원을 비롯하여 지역 의료상황을 현재 상태로 둔 채 의료인력만 확대하겠다는 정책에서부터 문제는 시작되었다. 지역의 공공병원에 채용 공고를 내는 의사는 ‘업무대행의사’가 대부분이다. ‘업무대행의사’라 함은 의사 개인자격으로 의료원과 사업 계약을 하는, 이른바 계약직인 셈이다. 의료분쟁에 대비한 손해배상도 ‘업무대행의사’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이런 구조에서 공공병원의 의료 인력을 확보하는 건 불가능한 도전에 가깝다. 조금만 눈을 돌리면 인기과와 수도권의 민간병원이 널렸는데 말이다. 정부가 실행하겠다고 준비하고 있는 ‘계약형 필수의사제’는 의무나 강제성을 배제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이라는 우회로를 선택했으나, 실효성은 의문이 든다.
또한 의료인력을 교육하기 위한 의대의 현황과 교육 여건, 수련 여건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각 대학이 신청한 수 대로 의대정원을 배분해 버리는 무책임한 결정을 했다. 이런 정책에는 편법이 난무한다. 이번 의대정원 증원에서 수도권 소재 의대는 증원하지 않고 82%가 비수도권 소재 의대에 배정되었다. 하지만 사립의대 증원분 1,194명 중 수도권에 병원을 둔 의대가 확보한 수는 771명으로 비수도권 의대에 배정된 증원분 64.5%는 무늬만 지방의대에 배정된 셈이다. 예를 들어 울산의대는 지방의대로 인가받고도 서울아산병원을 중심으로 학사와 수련이 돌아가고 있다보니 울산대병원에는 대학원생 몇명 뿐인 상황이며 울산의대를 졸업한 의사 중 울산에서 의료 활동하는 의사는 약 7%에 불과하다는 집계도 있다. (지방사립의대 편법 운영 방지 법제화와 공공의료 강화 방안 토론회, 2024.11.04.)
더군다나 정부가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공언했으나 허언에 불과하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올해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 예산안을 보면 지방의료원 운영비로 편성된 예산은 441억원으로 대도시에 위치한 대형병원인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에 10조원을 투입한다는 계획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지방의료원 시설장비비 예산은 1,023억원으로 이전에 삭감된 예산이 복구된 수준이며, 지방의료원이나 적십자병원 등 지역거점 공공병원에 대한 의사 파견비 지원 80억원, 지역 필수의사제 예산도 11억원으로 예년에 비해 전혀 증액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의사단체에서 말하듯 필수 의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의사 배분의 문제는 뺀 채 의료인력만 확대해 봐야 다시 인기과(안과, 정신건강의학과, 성형외과, 영상의학과, 재활의학과, 피부과)에만 인력이 늘어나는 현상이 반복된다. 또한 필수 의료(주로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흉부외과, 비뇨의학과, 뇌혈관외과, 신경외과) 부족 현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님에도 대책이 없다. 필수과의 열악한 근무여건, 낮은 의료수가, 의사수 부족으로 악순환되는 구조를 개선할 근본적 대책 없이는 필수 의료의 해결은 요원한 일이 되어버릴 수 밖에 없다.
사실상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개혁 정책은 알맹이 빠진 생색내기에 불과한 셈이다. 무책임한 방식의 의대정원 확대만으로는 공공의료를 살릴 수 없다.
4. 지역공공의료체계를 새롭게 개편해야 한다.
지역 공공병원은 집 가까이에 양질의 우수한 진료를 받을 수 있고, 감염병위기관리, 장애인 · 노인·아동·여성 건강 진료 등 약자의 위한 사업과 함께 지역사회 돌봄지원, 산업이나 직장의 보건의료 사업 지원 등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임무와 책임을 맡고 있다. 이런 공공병원에 수익성을 요구하는 것은 맞지 않다. 특히 민간에 치우친 의료체계를 공공병원을 통해 공공의 영역을 넓혀야만 필수의료가 보장 될 수 있다. 부족한 의료 인력을 지역부터 단계별로 증원으로 지역 공공의대를 나온 졸업생이 그 지역에서 의료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종합적인 의료체계를 지금부터 구상해야 한다.
메르스사태,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며 공공의료가 중요하다고 전 국민이 공감했다. 그러나 그때 뿐이었다. 신종 감염병이 4~5년 주기로 세계적 유행으로 발생하고 있음에도 공공의료가 감당할 인프라는 여전히 미비하다. 또다시 병상을 민간병원에서 예산을 투입하여 꿔올 것인가?
국민 누구나 사는 동네에서 경제력에 상관없이 공평하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공공의료는 바로 지금부터 강화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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