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책연구

3-6. [숫자로 보는 정책] 일터를 떠난 여성들: 사무직 ‘경단녀’ 재취업의 경로와 특징

진보정책연구원 2025. 7. 24. 14:35

[숫자로 보는 정책] 일터를 떠난 여성들: 사무직 ‘경단녀’ 재취업의 경로와 특징

김경내(연구원)

 

“스물 넷에 대학을 졸업한 수진은 직후 사무직으로 취업하여 꽤 오랜 시간 직장생활을 했다. 신입 때는 자주 지적받고 실수를 해서 긴장하곤 했지만, 몇 년이 지나면서 동료들과의 관계도 원활해졌고 업무도 익숙해졌다. 사무실에서 서류를 정리하고 전산 시스템에 데이터를 입력하다, 퇴근해서는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하거나 운동을 하면서 하루를 보내곤 했다. 

하지만 그런 일상은 결혼과 출산을 기점으로 멈췄다. 남편은 가정을 우선시하길 바랐고, 수진도 아이를 직접 잘 키우고 싶었다. 퇴직하면서 가정에 집중하는 시간은 그저 잠깐일 거라고 생각했다. 아이가 자라면 금방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그로부터 11년이 흐르는 동안 세상은 많이 변해 있었다.”

 

 

‘2023년 상반기 기혼여성 고용 현황’에 따르면 기혼 여성 5명 중 1명이 경력단절을 겪고 있다(2023, 통계청). 경력단절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을 낮추는 주요 원인이다. 다른 OECD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은 여전히 남녀 경제활동참가율의 격차가 크고 여성의 참가율이 낮은 편이다(2023.06.11. 『연합뉴스』). 남성의 연령대별 고용률은 증가하다 감소하는 역U자 형태를 그리는 반면, 여성의 경우 결혼, 출산, 육아 등의 이유로 35~39세에 고용률이 감소하다가 이후 연령대에서 반등하는 M자 형태를 그리는 것도 한국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그림1] 2022년 여성의 연령대별 고용률 (2023.07.12. 『동아일보』)

 

동시에 경력단절은 남성과 여성의 임금격차를 만들어내는 주요한 원인이기도 한데, 여성들이 경력단절을 겪고 재취업하는 과정에서 기존 산업, 직종에 복귀하지 못하고 저임금 여성집중 직종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결혼, 출산, 그리고 육아를 이유로 일터를 떠난 여성들은 어디로 가는가? 이들은 어떤 경험을 하고있을까? 가장 많은 유형을 차지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자. ‘2022년 경력단절여성등의경제활동실태조사’의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하여, 사무직에서 경력단절을 겪은 이후 판매직, 서비스직으로 재취업하는 여성들의 경로와 특징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경력단절 유형과 재취업자 비율

 

먼저 여성들의 경력단절 유형과 재취업자 비율을 확인해보았다.

  빈도 퍼센트
가 : 현재 비취업. 경력단절 경험 없음.  1,723,606 16.0
나 : 경력단절 경험 있고 이후 재취업 안함.  2,274,818 21.1
다 : 경력단절 이후 재취업했지만 현재 비취업 427,320 4.0
라 : 경력단절 이후 재취업, 현재까지 유지. 1,405,770 13.0
마 : 경력단절 이후 재취업, 현재는 이직 482,319 4.5
바 : 경력단절 경험 없고 계속 일하고 있음 4,468,397 41.4
전체 10,782,231 100.0

[표1] 경력단절 유형과 재취업자 비율 

 

모집단 10,782,231 중에서 다, 라, 마에 해당하는 경력단절을 겪고 재취업을 해본 경험이 있는 여성의 비율은 전체의 21.5%로 2,315,409명에 달한다. 경력단절 경험이 있고 이후 재취업은 하지 않은 ‘나’ 집단까지 포함할 경우 그 수는 40%가 넘는다. 

 
  • 모집단 : 2020년 기준 인구주택총조사 일반(1)과 아파트(A)  조사구 중 동지역에 거주하는 만 25-54세 여성
 
 
경력단절 이후 재취업 경험이 있는 여성 경력단절 전 일자리 경력단절 후 첫 일자리
관리자 0.1% 1.0%
전문가 22.5% 21.5%
사무직 48.7% 23.6%
서비스직 7.4% 19.8%
판매직 13.4% 26.2%
농림어업숙련 0.1% 1.0%
기능원 1.8% 1.3%
기계조작원 4.5% 2.7%
단순노무 1.5% 4.4%

[표2] 경력단절 전후 일자리 직업

 

경력단절 이후 재취업 경험이 있는 여성 (2,315,409명)중에서 경력단절 전에 사무직에서 종사했던 사람은 48.7%에 해당한다. 반면 경력단절 이후 첫 일자리에서 사무직은 23.6%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또 하나의 특징은 서비스직과 판매직 종사자가 경력단절 후 첫 일자리에서 크게 증가한다는 것이다. 경력단절 이전에는 두 직업군의 종사자가 20.8%에 달하는 반면, 경력단절 이후 첫 일자리에서는 그 비율이 46%까지 증가한다. 사무직에 종사하던 여성들 중 일부가 경력단절 이후 서비스직과 판매직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수진이 다시 일자리를 구하기 시작했을 때, 예전의 사무직으로 복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여러 회사에 이력서를 넣었지만, 경력단절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면접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그제야 수진은 현실의 벽을 체감하게 되었다. 수없이 "경력 단절"이란 단어를 접하면서, 그녀의 이력서가 다른 지원자들 사이에서 힘을 잃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결국 수진은 한 사업장에서 판매직으로 일하게 되었다. 그녀가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로 잠깐 경험했던 판매 일이었지만, 이렇게 풀타임으로 다시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곳에서 그녀는 옷과 신발을 정리하고, 고객을 응대하며 새로운 일상을 시작하게 되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파악해서 상품을 추천하고, 매장의 디스플레이를 관리하는 일이 주요 업무였다. 손님이 많은 날에는 점심시간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하루를 보내곤 했다. 이전의 사무직 일과 비교해 신체적으로 힘든 것도 힘들었지만, 무엇보다 주말에도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일을 해야하는 것이 제일 고역이었다.”

 

사무직으로 일하다가 경력단절을 겪은 여성은 재취업을 하면서 어디로 가는가?

 
사무직 여성의 경력단절 이후 첫 일자리 직업 숫자 비율
관리자       1,099 0.1%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     123,367 11.0%
사무 종사자     447,918 39.9%
서비스 종사자     175,793 15.7%
판매 종사자     300,158 26.7%
농림·어업 숙련 종사자        4,944 0.4%
기능원 및 관련 기능 종사자       9,186 0.8%
장치·기계 조작 및 조립 종사자       24,673 2.2%
단순노무 종사자       35,105 3.1%
  1,122,243 100.0%

[표3] 사무직 여성의 경력단절 이후 첫 일자리 직업

 

사무직에서 일하다 경력단절을 겪은 여성들은 정말 서비스직과 판매직으로 재취업을 하는걸까? 그 비율은 얼마나 될까? 분석 결과 이들이 재취업을 하면서 사무직으로 되돌아갈 확률은 40%도 되지 않았으며, 서비스 및 판매 종사자로 재취업할 확률이 42.4%에 달했다. 재취업하면서 그대로 사무직에 남는 40%를 제외하고, 다른 직업으로 옮겨간 사람들 중에서는 70.5%, 즉 10명 중 7명이 서비스직과 판매직으로 다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다. 문지선·김영미(2018)는 사회서비스업종 중심의 초단시간 일자리에 경력단절 이후 재취업 연령에 해당하는 중·고령층 여성이 다수 유입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서비스직과 판매직은 대표적으로 여성 젠더화된 직종이다. 노동현장도 여성집중사업장인 경우가 많으며 그만큼 임금이나 처우도 저평가되고있다. 이러한 직종분리와 이에 따른 성별 임금격차를 설명하기 위한 다양한 이론적 시도들이 존재하는데, 가령, Ridgeway & Correll(2004)은 가치절하 이론을 주장하며 문화적으로 여성이 평가절하되어 있는 사회에서 ‘여성적 일자리’는 실제 기여도나 가치에 비해 저평가된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조수철·김영미(2020)는 직종 내의 여성 비율은 임금을 낮추는 효과가 있으며 이 효과가 여성에게만 유의미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직종 내 여성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임금이 낮아지는 효과 역시도 성별화된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아래에서는 사무직에서 종사하다가 경력단절 이후로 서비스직과 판매직에 종사하게 된 이들에 초점을 맞추어, 경력단절의 이유와 당시 일자리 분위기, 연령, 재취업 일자리 특징과 임금 수준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 경력단절 당시, 일을 계속 할 수 있었는데 그만둔 주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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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사무직->서비스·판매직 재취업자의 경력단절 당시 일을 그만 둔 주된 이유

 

한국사회에서 여성들이 경력단절을 겪게 되는 이유는 주로 결혼과 출산, 육아 때문이라고 지적된다. 실제 경력단절을 경험하고 서비스, 판매직으로 재취업한 여성들은 일을 그만 둔 주된 이유로 ‘결혼’을 꼽고 있었다. 오은진 외(2022)는 기혼여성들의 경우 결혼 1년 이내에 76.1%가 경력단절을 하고 있을 정도로 여성들이 노동시장에서 경쟁적으로 살아남기는 여전히 어렵다고 설명한다. 

 

■ 경력단절 당시 일자리의 분위기는?

[그림3] 사무직->서비스·판매직 재취업자의 경력단절 당시 일자리의 분위기

 

직장과 사회적 사유를 살펴보기 위해 경력단절 당시의 일자리의 분위기를 살펴보았다. ‘여성들이 아이를 키우면서 직장생활을 할 수 없는 분위기이다’라는 응답이 64.9%, 그리고 ‘여성들이 결혼이나 임신을 하면 계속 다니기 어려운 분위기다’라고 응답한 자가 64%에 달했다. 

 
 
 

판매직 업무는 수진에게 많은 것을 요구했지만, 주어지는 보상은 적었다. 한 달에 180만 원 남짓한 임금으로는 빠듯하게 생활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직장에 다니니 고용보험, 국민연금을 비롯한 보험 가입에 차질이 없는 것이 다행이라고 느껴졌다. 주변에 어쩔 수 없이 자영업을 시작한 친구들은 사회보험을 가입할 여력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경력이 단절된 후로 11년이 흘러 처음으로 다시 구한 직장이었다. 40대를 향해 가는 나이에 비로소 장시간 서서 일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몸소 깨닫게 되었다. 퇴근 후에는 피곤에 지쳐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가족에게 밝은 모습만 보여주려 노력했다.”

 
 

■ 경력단절 시기와 기간, 나이

사무직에서 판매직 및 서비스직으로 재취업한 이들의 나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다. 경력단절 당시의 나이, 즉 당시 일자리 퇴직 나이는 만으로 평균 27.3세(표준편차 4.1)였다. 그리고 경력단절 이후 첫 일자리 입직 나이는 만으로 38.7세(표준편차 7.0)로 나타났다. 사무직에서 판매직 및 서비스직으로 재취업한 여성들의 경력단절 기간은 평균적으로 11.4년에 달한다. 

 

비교군으로 사무직 경력단절 이후 사무직으로 재취업한 여성의 퇴직 및 입직 나이도 살펴보자면, 경력단절 당시 퇴직나이는 28.8세, 재취업 입직 나이는 35.3세이다. 경력이 단절된 기간은 7년이 채 되지 않는다. 앞서 살펴본 판매직 및 서비스직 재취업군에 비하여 사무직 재취업군이 퇴직은 늦고 입직은 빠른 편이다. 경력단절 기간이 길어질수록 사무직으로의 재취업이 어려워지는 것이라고도 해설할 수 있다. 

 

■ 재취업한 첫 일자리의 근로시간과 임금은?

사무직에서 판매직 및 서비스직으로 재취업한 이들의 첫 일자리 1주일 평균 근로시간은 42.6시간(표준편차 13.1)으로 법정근로시간인 40시간을 넘기고 있다. 또한 첫일자리 월평균 임금은 179만 2천원(표준편차 94.6)으로 나타난다(2020년 기준 물가지수 반영). 2020년 기준 최저임금의 월환산액이 179만 5천원인 것을 감안하면, 이들이 평균적으로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반면 사무직에서 경력단절 된 이후 사무직으로 재취업한 여성들은 평균 임금이 197만 9천원으로, 앞서 살펴본 판매직 및 서비스직 재취업군과 임금 수준에서 상당한 차이가 드러난다. 같은 데이터를 활용하여 분석한 2022년 경력단절여성등의 경제활동실태조사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경력이 단절되지 않은 경력유지여성의 경우, 경력단절여성과 임금격차가 15%까지 발생한다(오은진 외, 2022). 성별 임금격차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가 경력단절과 그 이후의 직종, 직업 변경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 재취업한 첫 일자리의 사회보험 가입 여부는?

마지막으로 살펴볼 것은 재취업 일자리의 사회보험 가입 여부이다. 사무직에서 경력단절을 겪고 서비스 및 판매직으로 재취업한 이들의 경우, 일자리의 건강보험 가입률이 68.9%이고 산재보험 가입률은 42.7%에 불과하다. 대조적으로 사무직 재취업자의 경우 건강보험 가입률이 93.6%, 산재보험 가입률이 86%로 나타난다. 이렇게 사회보험 가입률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이들중 11.7%가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이고, 27.6%가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이기 때문이다. 2019년에 대비하면 2022년에 사회보험 가입률이 전반적으로 증가하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력단절 후 서비스 및 판매직으로 재취업한 여성들의 경우 상당수가 자영업자로 일하면서 사회보험이라는 안전망 바깥에서 일하고 있었다. 

 
가입률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
사무직->서비스·판매직 재취업자 68.9% 64.9% 44.1% 42.7%
사무직->사무직 재취업자 93.6% 91.8% 88.9% 86.0%

[표4] 사무직 경력단절 재취업자의 사회보험 가입률

 

여성이 경력의 단절과 그 이후 재취업에서 경험하는 어려움은 개인의 경제적 어려움일뿐만 아니라,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젠더 불평등을 구성하고 강화하는 주요 기제이다. 본 레포트에서 살펴 본 통계는 경력단절 여성들 중 상당수가 재취업 과정에서 직종의 변화를 겪고, 낮은 임금, 불안정한 고용 조건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직장 문화 개선과 더불어, 공적 돌봄서비스의 확대와 재취업 지원 프로그램의 확대 등과 같은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일 것이다.

 

 



 

참고문헌

문지선, 김영미. (2017). 한국의 초단시간 노동시장 분석. 산업노동연구, 23(1), 129-164.

오은진 외. (2022). 2022년 경력단절여성등의 경제활동실태조사 연구보고서. 

조수철, 김영미. (2020). 한국 노동시장 내 직종의 여성화와 성별 임금격차:가치절하 기제의 성별화된 임금효과. 산업노동연구, 26(3), 283-322.

Ridgeway, Cecilia., and Correll, Shelley. (2004). “Unpacking the Gender System: A Theoretical Perspective on Gender Beliefs and Social Relations”. Gender and Society. 18(4): 51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