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책연구

1-4. [이슈와 논점 2] “동성 동반자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인정 판결 의의와 향후 과제”

진보정책연구원 2025. 7. 24. 12:50

[이슈와 논점 2] “동성 동반자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인정 판결 의의와 향후 과제”

 

 

 

류민희​1

 

 

“...평등원칙을 위반하여 위법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다수 의견입니다...” 2024년 7월 18일 오후, 조희대 대법원장이 2023두36800 보험료부과처분취소 사건의 전원합의체 판결문을 읽어 나가던 어느 순간, ‘변화’를 알리는 문장들이 시작되었다. 역사적인 순간을 감지한 대한민국 대법원 대법정 안의 방청객들의 어깨가 들썩였고 대법원 유튜브 채널의 채팅창에는 무지개 이모티콘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빠르게 스크롤 되는 무지개 물결은 그 자체로 하나의 감동이었다. 업무 시간으로 인해 직접 선고를 방청할 수 없었던 많은 이들이 온라인으로 이 순간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순간, 사랑이 승리했고 정의가 실현되었다. 우리는 함께 희망과 믿음을 확인했다.

 

공동대리인으로서, 그리고 동성혼 법제화를 위한 '모두의 결혼' 캠페인의 일원으로서, 지난 4년 이상 함께해 온 여정이 감사하게도 해피엔딩을 맞이했다. 이 역사적인 여정과 대법원판결의 의의에 대해 짚어보고, 모든 이에게 남겨진 과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사랑이 이겼다”까지

2017년부터 함께 살아온 원고 소성욱 씨와 그의 배우자 김용민 씨는 2020년 2월,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홈페이지에 동성 부부의 피부양자 등록 가능 여부를 문의했다. 건보공단은 '사실혼 배우자라면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자격이 있다'고 답변했고, 2020년 2월 26일 성욱 씨는 용민 씨의 피부양자로 등록되었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23일,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건보공단은 당일 성욱 씨의 피부양자 자격을 취소하고 11월 23일 새로운 보험료를 부과했다. 이에 부부는 2021년 2월 18일, '빼앗긴 권리'를 되찾고자 건보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서울행정법원은 2022년 1월 7일, ‘동성 간 결합’을 현행법상 사실혼으로 볼 수 없으며 동성 간 결합이 이성 간 결합과 본질적으로 같다고 볼 수 없으므로 다르게 취급한다고 하여서 헌법의 평등원칙에도 위배되지 않는다고 하여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2021구합55456). 그러나 원고 부부와 공동대리인단은 포기하지 않고 항소했다. 2023년 서울고등법원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평등원칙' 등 본질적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고, 2023년 2월 21일 동성 결합 상대방에게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로서 평등의 원칙에 위반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2022누32797).

 

건보공단이 2023년 3월 대법원에 상고하였고 이 사건은 전원합의체에서 다뤄졌다.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 등 모두 13명으로 구성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기존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거나 사회적 영향이 큰 사건들을 다룬다. 마침내 대법원은 2024년 7월 18일, 건보공단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즉 대법원은 피고 건보공단이 이 사건 처분을 통해 사실상 혼인 관계 있는 사람 집단과 달리 동성 동반자 집단에 대해서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두 집단을 달리 취급하고 있는데, 이러한 취급은 합리적 이유 없이 사실상 혼인 관계에 있는 사람과 차별하는 것으로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하여 위법하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 판결문 톺아보기

대법원은 동성 동반자의 피부양자 지위를 인정하지 않은 처분이 절차적, 실체적으로 위법하다는 2심 판결을 유지하면서, 더 나아가 동성 동반자 관계의 인정과 존중을 강조했다.

 

대법원은 동성 동반자는 법률상 혼인신고는 할 수 없지만, 부부 공동생활에 준하는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이성 사실혼 배우자와 동등하게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성적 지향에 근거한 차별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자유, 법 앞의 평등권을 중대하게 침해한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다음와 같이 판시했다.

 

“동성 동반자는 단순히 동거하는 관계를 뛰어넘어 부부 공동생활에 준할 정도의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성 동반자와 마찬가지로 개인의 존엄과 성평등을 바탕으로 동거․부양․협조․정조의무와 애정과 신뢰를 기초로 결합된 동반자 관계이자 1차적 가정공동체 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본질상 차이가 없다.” “피고는 이 사건 처분을 통하여 사실상 혼인 관계 있는 사람 집단에 대하여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면서도, 동성 동반자 집단에 대해서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두 집단을 달리 취급하고 있다. 이러한 취급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을 차별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동성 동반자를 직장가입자와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피부양자에서 배제하는 것은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로, 그가 지역가입자로서 입게 되는 보험료 납부로 인한 경제적인 불이익을 차치하고서라도, 함께 생활하고 서로 부양하는 두 사람의 관계가 전통적인 가족법제가 아닌 기본적인 사회보장제도인 건강보험의 피부양자제도에서조차도 인정받지 못함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이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자유, 법 앞에 평등할 권리를 침해하는 차별행위이고, 그 침해의 정도도 중하다.“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 의견은 새로운 가족 공동체로서 동성 동반자의 존재를 인정하고, 사회와 국가가 이들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추가로 전달했다.

 

”그 누구의 가정공동체도 타인이나 국가에 의해 폄훼되어도 괜찮은 것은 없다. 동성동반자 관계에서 꾸리는 가정공동체도 여느 사람과 똑같이 소중한 가정공동체이다. 성적 소수자들 또한 우리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전체 법질서 안에서 가정공동체에 관한 권리와 의무를 부여받아야 하고, 국가는 이를 차별 없이 보호하고 보장하여야 한다. 다수의견은 동성 동반자 관계를 건강보험제도 상 피부양자의 보호 범주에 차별 없이 포함시킴으로써 국가의 가정공동체에 대한 보호의무가 구체적 현실에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 등에 관한 헌법 원리에 맞게 구현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차별의 해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시했다.

“사회구성원으로서 한 개인이 이룬 동반자 관계가 오직 동성 간의 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국가가 운영하는 가장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인 건강보험제도의 보호에서조차 공식적으로 배제되는 것은, 당사자에게는 사회와 국가의 공인된 보호를 받을 존재가치를 부정당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인간 그 자신을 이루고 있는 성정체성과 성적 지향에 따라 스스로 인격을 형성하고 가정공동체를 이루며 그 안에서 삶을 영위할 권리에 대한 감내하기 어려운 중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

 

이번 대법원판결은 한국 사회에서 동성 커플의 권리와 지위에 대한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다. 대법원은 동성 동반자 관계에 대한 차별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명확히 밝혔다. 그리고 이 판결에 따라 건보공단은 7월 30일, 원고 소성욱 씨를 배우자 김용민 씨의 피부양자, “남편(사실혼)”으로 등록하였다.

 

 

  

이 판결은 동성 동반자와 성소수자 권리 인정에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성정체성과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 문제, 공적 제도에서의 국가 보호 의무, 그리고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 필요성에 대해 깊은 성찰을 촉구했다. 이 의미 있는 소식은 국내 언론은 물론 외신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이는 한국이 비록 늦었지만, 아시아 지역의 성소수자 권리 신장 흐름에 동참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동성혼 법제화는 이미 아시아적 경향

현재 전 세계에서 39개국에서 동성 간의 혼인이 가능하다. 아시아에서는 2019년 대만, 그리고 2023년 네팔에 이어 최근에도 큰 변화의 움직임이 있었다.

 

2024년 6월 18일, 태국 상원은 혼인평등법을 통과시켜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동성결혼을 법제화하였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첫 사례다. 이 법은 혼인을 성중립적으로 정의하고, 동성 부부에게 입양, 재산, 상속 등의 권리를 부여한다. 태국의 이러한 변화는 10년 이상 지속된 활동가들의 노력, 젊은 세대의 지지, 그리고 정치적 변화가 결실을 맺은 것이다. 이는 태국 성소수자 인권의 중요한 이정표가 되며, 아시아 전역의 성소수자 권리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은 아직 동성혼을 전국적으로 법제화하지 않았지만, 2015년 이후 점진적이고 다양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현재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파트너십 제도'를 도입해 동성 부부에게 '동성 파트너십 증명서'를 발급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입헌민주당, 일본공산당, 사회민주당, 유신당, 공명당 등이 동성혼 법제화를 지지하며, 여당인 자민당 내에서도 이를 지지하는 위원회가 결성되어 있다.

 

2019년 2월 13일, 13명의 성소수자가 결혼할 권리를 부정당하는 것이 일본 헌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정부를 상대로 역사적인 소송을 제기했다. '발렌타인 데이 소송'으로 불리는 이 집단 소송은 도쿄, 오사카, 나고야, 삿포로, 후쿠오카 등 일본 5개 도시에서 동시에 시작되어 현재 진행 중이다.

 

 

 

2021년 삿포로지방재판소를 시작으로, 여러 재판소에서 동성 부부에게 결혼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일본 헌법 제14조(평등원칙) 또는 제24조(혼인의 권리)에 위배된다는 판결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이러한 법원의 판단은 일본 사회의 변화를 반영하며, 향후 동성혼 법제화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아시아 각국에서 동성 부부와 성소수자의 권리 인정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지역적 흐름 속에서 한국의 현 상황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대법원의 판결로 한 걸음 전진했지만, 아직 우리에게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더 나은 미래를 현실로

7월 18일의 판결은 기쁘면서도 당연한, 중요하지만 다소 늦게 찾아온 순간이었다. 이 환희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가 앞으로의 과제다.

 

진정한 정의의 실현은 동성결혼의 법제화, 즉 혼인 평등에 있다. 건강보험 피부양자 지위와 같은 권리가 인정되지 않았던 것은 한국에서 동성혼이 인정되지 않아 발생하는 법적 효과의 일례였다. 사회에서 진정한 관계 상태를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 동성 부부와 성소수자들이 끊임없이 자기 정체성을 부정당하는 부정의와 불공정에 놓이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는 차별을 시정하고 평등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동성혼을 법제화해야 한다.

 

연구에 따르면, 동성혼 법제화는 성소수자의 정신건강과 자살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법적, 사회적 불인정은 개별 법적 권리의 침해를 넘어 사회적 낙인을 조장하며 차별을 지속시키며, 성소수자들의 존엄성에 대한 상처와 해악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사회구성원으로서 한 개인이 이룬 동반자 관계가 오직 동성 간의 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국가가 운영하는 가장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인 건강보험제도의 보호에서조차 공식적으로 배제되는 것은, 당사자에게는 사회와 국가의 공인된 보호를 받을 존재가치를 부정당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번 대법원판결 중 다수의견의 보충 의견이 차별과 해악의 본질을 정확히 짚는다.

 

7월의 감격스러운 순간을 마무리하며, 함께한 원고 부부, 공동대리인단, 인권운동 동료들에게 자축의 인사를 보낸다. 온라인에서, 퇴근 후 주점에서, 다양한 곳에서 삼삼오오 모여 이 순간의 의미를 공유하고 기뻐해 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함께 염원한다면 변화와 평등은 반드시 성취된다는 믿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이제 동성혼 법제화는 단순한 법적 권리의 문제를 넘어 시급히 고려해야 할 중요한 사회적 과제다. 한국에 혼인평등이 실현되는 그날까지 많은 이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간곡히 요청한다. 



 

​1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건강보험사건 공동대리인단. 모두의 결혼 활동가.